민갑룡 청장 "악의적 허위 정보들 1인 미디어 통해 유통... 발본색원" 발언에 반박 성명
  • ▲ 민갑룡 경찰청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놓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청장이 직접 가짜뉴스 단속강화를 입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아직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도 모호한 상황에서 경찰이 어떤 기준으로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냐는 의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미디어연대는 9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가짜뉴스 판별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는데 무슨 권한과 능력으로 심판자 역할을 하겠다는 건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 인사 민갑룡 경찰청장의 '가짜뉴스' 대책 수사 지휘가 국민을 겁박하는 갑질 횡포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8일 한 기자간담회에서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 정보들이 1인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을 통해 유통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허위정보 생산과 유포 행위 근원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지적이다.

    민 경찰청장은 이날 "특히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 정보 생산·유통과 관련해 국민들의 경각심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면 처벌받는다는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미디어연대는 "국민의 공복인 경찰이 주인인 국민을 향해 노골적으로 겁박하고 탄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 경찰은 국민의 충복이 돼야지 권력의 충견이 돼서는 안된다"고 소리높였다.

    정부·집권여당의 '1인 미디어' 겨냥에 화답한 꼴?

    경찰은 지난달 본청 사이버수사과·수사과·형사과 등이 협업하는 '허위사실 유포사범 특별단속 추진체'를 사이버안전국에 꾸렸다. 같은달 12일부터 가짜뉴스 특별 단속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37건을 단속하고 그 중 21건에 대해 삭제·차단 요청을 했다. 나머지 16건에 대해선 경찰 자체 내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기서 눈길이 가는 점은 민 경찰청장이 직접 '1인 미디어'에 대한 언급을 했다는 점과 '경찰이 자체 인지를 통해 수사 중'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현재 정부와 집권여당은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1인 미디어'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에 비유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실상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에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경찰청장이 직접 '1인 미디어'를 입에 올렸다는 점은 정부의 가짜뉴스 수사 지휘에 화답한 꼴이라는 눈총도 쏟아진다.

    미디어연대는 "경찰의 가짜뉴스 단속 호들갑은 최근 집권여당과 좌파 관제언론들이 부른 광란의 여론몰이 떼창에 화답한 셈"이라며 "단속에 혈안이면서도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국민에게 밝히지 않았는데 이를 판별할 전문성과 능력이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자체 인지 수사'와 관련해서는 "이건 경찰이 현재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검열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며 "경찰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사찰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가짜뉴스는 마약단속처럼 경찰이 사전에 인지하고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연대는 민 청장을 향해 "가짜뉴스가 마치 근래 들어 극심한 것처럼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경찰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사례와 같이 치명적인 다른 가짜뉴스가 무차별 살포될 때는 왜 수수방관했나"고 되물었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민 청장의 주장은 마치 '최근 정부비판 문제가 걱정된다'라는 말로 들린다"며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데 필수 전제조건이며, 사실과 진실은 자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검증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미디어연대는 친여성향 언론과 정부를 향해 "단속을 명분으로 국민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그 어떤 시도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며 "견제받지 않는 공권력은 국가를 파시즘으로 이끌고 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