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은 '친노' 기용해 장기 집권 포석… 청와대는 '박원순 사람들' 활용해 이해찬 견제
  • ▲ (왼쪽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DB
    ▲ (왼쪽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DB

    '차기 대권주자'를 놓고 청와대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궤를 달리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친노무현계 장기 집권'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청와대는 다른 대권주자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이해찬 대표의 엇박자 기류는 지난 1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선임 때로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재단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유시민 작가의 이사장 선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만장일치 의결에 따라 유시민 작가는 5일부터 이사장직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회원 5만'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유시민

    유시민 작가는 지난 2013년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인 명성을 쌓았다. 그래서일까. 유시민 작가의 노무현재단 이사장 선임은 '정계복귀'로 해석된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유시민 작가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된 배경에는 이해찬 대표의 적극적인 추천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와 유시민 작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들'은 현 여권의 주축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낸 인물들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2대 이사장을 지냈고, 이해찬 대표는 4대 이사장을 지낸 바다. 더욱이 지난 2009년 설립된 노무현재단은 5만명의 전국 후원회원을 자랑한다.

    일각에선 '정치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작가에게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추천하며 정계복귀의 길을 터준 이해찬 대표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이해찬 대표가 유시민 작가를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선임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게 "현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들과 연관이 깊다'는 관측이다. 

    非노무현 박원순-이낙연 '부상'

    앞서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15.8%)과 이낙연 국무총리(15.3%)가 여권 진영 대권주자 1·2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며 응답률은 7.3%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현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들을 살펴보면 '노무현 사람들'과 거리감이 있다. 이들 모두 노무현 정부 때 이름을 떨친 정치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집권 후 '노무현 사람들' 중 유력 대권주자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이름을 오르내렸다. 다만 안희정 전 지사는 여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당직을 박탈당했고, 김경수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민주당원) 댓글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다. 이를 비춰보면 유시민 작가 현재 남아있는 '노무현 사람들' 중 유력 대권주자가 된다. 유시민 작가를 이해찬 대표가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추천한 것은 그동안 강조했던 '20년 장기집권' 계획이 '친노무현계 장기 집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청와대, '박원순 측근'을 환경부 장관에 지명

    유시민 작가에게 정계복귀 길을 터준 이해찬 대표와 달리, 청와대는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기 개각 마지막 인사로 지명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임으로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을 지명했다. 조명래 후보자는 정치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실제 그는 지난 2016년 박원순 시장의 대선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희망새물결' 상임대표를 지낸 바다.

    청와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6월 말에도 있었다. 진성준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무기획비서관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 내정된 것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 임명된 진성준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호남지역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옹호한 경력이 있다. 

    '노무현 사람들'로 장기 집권을 구상하는 이해찬 대표의 행보를 청와대가 '박원순 사람들'로 견제하는 형국이다. 

    임종석·장하성·조국·조현옥·김수현·탁현민도 '친 박원순'

    '박원순 사람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로 입성하면서 정치권 조명을 받았다. 임종석 실장 이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호흡했던 조현옥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과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뿐만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지난 1994년 9월 창립한 시민단체 '참여연대' 출신들도 청와대에 다수 포진돼 있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이를 방증한다.

    이해찬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직에 당선되던 지난 8월 27일을 기준으로 정치권에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사퇴설'이 돌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을 놓고, 이해찬 대표와 임종석 실장이 빚었던 마찰이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