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외오페라는 사실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에요. 날씨, 관객, 빛 등 변수가 너무 많아요. 보통 극장의 무대에서 쉽게 통제되는 것들이 야외에서는 불가능하거든요. 자연에 맡겨야 해요. 그게 단점이지만 동시에 멋이죠. 맑은 날씨가 찾아와주길 기도하고 있어요."

    테너 김건우(33)는 5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오페라 '사랑의 묘약' 프레스콜에서 기자를 만나 "오랜만에 서는 고국 무대라 더 신경이 쓰여요.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겠습니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M-PAT(엠팻) 클래식 음악축제'의 백미로 꼽히는 야외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이 오는 14~15일 상암월드컵공원 내 수변무대에 오른다.

    이탈리아 음악가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극중 등장하는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로 유명한 작품이다. 농장주의 딸 아디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농부 네모리노가 우여곡절 끝에 아디나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그린다.
  •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으로 떠났던 김건우는 이번 공연을 위해 고국 땅을 밟았다. '네모리노' 역을 맡은 그는 "처음 3시간에 가까운 오페라를 90분 분량으로 압축시키다보니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김건우는 2016년 세계 3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한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2019년 7월까지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제트파커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그는 "1년 전보다 기량이 향상됐다고 스스로 느껴요"라고 말했다.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2년에 걸쳐 노래, 연기, 언어 등 오페라 가수로서 필요한 모든 자질을 훈련시켜준다. 시즌마다 15명 안팎의 소수정예로 운영되며, 김건우는 내년 '연대의 아가씨' 주역인 토니오로 데뷔할 예정이다.

    이날 김건우는 소프라노 박하나(아디나 役)·안지현(잔네타 役), 바리톤 김종표(벨코레 役), 베이스 이두영(돌카마라 役)과 함께 '말하자면 사랑을 깨워주는 묘약 말이에요', '신비한 묘약이여, 랄라랄라라', '상사님 상사님',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등을 시연했다.
  • 무대 위에서 그는 한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네모리노'의 심경을 드러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서정적인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노래할 때는 아디나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온정을 품게 만들었다.

    "연출가께서 네모리노는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매우 서툰 동네의 순진한 청년이라고 설정해 주셨어요. 보통은 여기에 '약간 덜 떨어진' 것도 추가하는데 그 모습이 제게 없어 고민 중이에요. 네모리노는 제가 좋아하는 역 중 하나에요. 키가 크고 잘생기거나 멋질 필요도 전혀 없죠. 제 모습 그대로 꾸밈없이 하면 돼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2000석 객석은 전석 무료이며, '엠팻 클래식음악축제'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정선영 연출은 "오페라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전체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연을 압축했다"며 "인간의 진심 어린 마음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에 실어 선물하겠다"고 전했다.

    [사진=마포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