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유북한방송 대표 "'트럼프 뜻대로 될 것... 한국 적화 안된다' NSC 장담"
  • ▲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암 투병 중임에도 미국 등을 찾아 북한인권운동 지원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암 투병 중임에도 미국 등을 찾아 북한인권운동 지원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美상·하원 의원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광복절 축하 메시지가 지금도 계속 자유북한방송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모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와 수잔 숄티 美디펜스 포럼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김성민 대표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자유북한방송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에 가니 일리아나 로스레티넨 美하원의원의 광복절 메시지가 도착한 직후였다. 전임 美하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로스레티넨 하원의원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나 또한 쿠바 카스트로 정권의 억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이민자였다"며 “북한 주민 여러분의 인권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며 美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적극 이행하도록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민 대표 “미국 가서 NSC와 부통령실 관계자 만났더니….”

    암 투병 때문에 한동안 활동을 자제했던 김성민 대표는 물밑으로 여전히 활발했다. 지난 7월 말에는 미국을 찾아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 상·하원 중진의원들을 만났다고 한다. 수잔 숄티 대표와 동행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 미국에 다녀온 뒤 그동안 내가 했던 주장을 한동안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주장’이란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이 쳐놓은 프레임에 맞춰 움직이게 될 것이고 결국 지는 게임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거짓 비핵화 약속에 트럼프가 속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성민 대표는 美백악관에 가서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부통령실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美NSC 방문 때는 매슈 포틴저 美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배석했고, 美부통령실 방문 때는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톰 로즈 태평양 담당 선임보좌관, 일본계로 보이는 아이코 레인 동아시아 태평양 특보 등이 함께 했다. 美국무부에 갔을 때는 20여 명의 한반도 관련 부서 과장급 관계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美의회에 갔을 때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만났다. 김 대표는 “루비오 의원이나 크루즈 의원 모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관계임에도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을 만나러 갔을 때는 의원실 보좌관들이 “북한인권법안 만들었는데 내용 좀 평가해 달라”고 요청해 진땀을 뺐다고 한다.
  • ▲ 김성민 대표가 미국에서 만나고 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2016년 대선 전 트럼프 美대통령과 경선 경쟁상대였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성민 대표가 미국에서 만나고 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2016년 대선 전 트럼프 美대통령과 경선 경쟁상대였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드 로이스 美하원 외교위원장을 방문했을 때는 본 회의 사이사이, 반복적으로 만났다고 한다. 그는 “에드 로이스 위원장은 나보다 더 북한의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보도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한국에서 북한인권활동가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정책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도 이때 본 회의 발언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 의원들 모두 북한인권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백악관 방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설명하며 “저들은 마치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북한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 같았다”며 “현재 북한의 상황을 탈북자인 저보다도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고 있어 소름끼칠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저는 美北정상회담을 준비할 때부터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봤다. 예를 들어 최선희 北외무성 부상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죽자고 달려든다. 북한의 대남대미 통일전략은 누구 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3대 세습 독재를 거쳐 쌓여온 것이다. 이 전략을 관철하지 못하면 죽음이다. 반면 미국 측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대사를 하던 사람이 나와 북한과 협상을 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경우 날짜까지 정해진 상황이어서 미국은 거기에 대북전략을 맞춰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죽기 살기로 덤비는 북한과의 협상은 이미 진 게임이었다.”

    美대북정책 기획자들, 김일성 종합대 유학생처럼 북한 잘 알아

    김 대표는 “그러나 美NSC와 부통령실은 내 생각을 이미 다 꿰고 있었다”고 전했다. NSC와 부통령실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혹시 당신이 하려는 주장이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경제제재 완화를 시도하고 한편으로는 통일을 위한다며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이것이 달성되면 자연스럽게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며, 결국에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라는 내용 아니냐.”

    이 밖에도 한국 내 탈북자 사회나 우파 사회에서 우려하는 적화통일 우려와 종북세력의 전략 등을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美NSC와 부통령실 관계자들을 만나고 나오면서 동행했던 수전 숄티 대표에게 “북한인권운동에 10년 넘게 활동해 온 당신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줄줄이 말하겠지만 북한 노동당의 대남대미 전략을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저 사람들은 마치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북한에 대한 공부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숄티 대표 또한 이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 ▲ 美백악관 NSC 관계자들은 김성민 대표에게
    ▲ 美백악관 NSC 관계자들은 김성민 대표에게 "당신이 걱정하는 적화통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美NSC와 부통령실 관계자들은 그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당신이 우려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트럼프 뜻대로 될 것”이라며 “대신 김정은은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고, 결국 트럼프의 뜻을 이행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한 번 지켜보지 않겠느냐”고.

    美백악관 관계자들 “당신이 우려하는 적화통일 안 될 것”

    김 대표는 美국무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상황도 설명했다. 과거 美국무부 관계자와 면담을 하면 보통 2~3명이 배석을 하는데 이번에는 북한과 관련이 있는 부서들에서 과장급 인사 20여 명이 그를 둘러싸고 북한 인권에 대한 디브리핑(현황 보고)을 받은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美국무부 내의 인신매매, 마약밀매, 대북제재, 북한인권단체 지원 등의 부서와 북한과, 중국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겉으로는 아무 것도 변한 것 같지 않으면서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북한, 미국을 상대로 엄청난 모험을 벌이고 있는 김정은”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이랬다. 2018년 들어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쇼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정은이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김정은의 쇼는 전술적 변화이지 3대 동안 세습돼 온 전략의 변화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 내 탈북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그 원인,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활동 침체 이유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 전체에 철조망을 쳤고 탈북자 브로커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여론, 국가정보원에서 탈북자동지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을 폐쇄한 것, 일부 언론이 탈북자단체장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보도 행태 등도 설명했다고 한다.

    美국무부 관계자 가운데 김 대표로부터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한 마약밀매 담당자는 나중에 한국에 직접 와서 북한 문제에 대해 조사를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한 탈북자를 만나 매우 중요한 정보를 얻어 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방미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 최고의 북한전문가들이 어떤 패를 갖고 있는지는 보지 못해 속상하지만 어쨌든 美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낀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 생각을 관철하는 것을 중단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당분간 이들을 믿고 중단하려 한다”면서도 “사실 아직도 미국에서의 경험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이란 “지금 트럼프가 바보짓을 하며 김정은에게 속아 끌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美北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관계자들은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美北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속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케빈 림 기자.
    "故황장엽보다 고급기밀 잘 알던 탈북자들, 이미 해외 망명"

    그는 다른 중요한 이야기도 했다. 한국 정부기관에서 일하다 미국과 유럽으로 떠난 고위급 탈북자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나는 물론 故황장엽 선생보다 북한의 고급 기밀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비공식적인 정보교환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얻은 고급정보가 미국 등의 대북제재에 그대로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 가운데는 과거 대남공작의 전위에 섰던 ‘35호실’ 국장급, 북한 김씨 일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의 中다롄 책임자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각각 유럽과 미국으로 떠난 상태라고 했다.

    김 대표는 백악관과 국무부, 의회 등 美정계로부터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수잔 숄티 여사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가 의원 사무실을 직접 한곳 한곳 돌면서 호소한 덕분에 美의회와 정부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한국 내 북한인권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와 아쉬운 이야기도 있었다. 美국무부 관계자들이 그에게 “당신들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도 잘 알고 있고, 도움을 주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다행스럽게도 美의회가 북한자유증진을 위해 800만 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800만 달러 가운데 400만 달러는 한국의 북한인권운동단체에게, 나머지 400만 달러는 IRI(美공화당 정책연구소) 등 미국 내 북한인권운동단체를 지원하는데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IRI의 경우 한국지부도 생겼는데 담당자가 탈북자라고 한다.

    아쉬운 대목은 美정부가 북한인권증진과 외부정보 유입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했음에도 아직 집행이 안 되는 점이었다.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담당 부서 책임자가 수개월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일도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 년 동안의 암 투병 끝에 다시 돌아온 김성민 대표는 김정일이 생전에 그리도 싫어하던 자유북한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살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