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산분리 완화'까지 언급하며 규제혁신 발언 급증野 "협조는 하겠지만, 노동개혁 문제도 중요하고 시급"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시 시민청을 찾은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시 시민청을 찾은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규제혁신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경기 침체 문제를 규제개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양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강력한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문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반면 과거 정부에서 이미 실패를 되풀이한 만큼 이번에는 규제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정책은 핵심 지지층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붉은 깃발법' 거론, 규제혁신 다시 강조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 한 자리에서 "기업 발전을 위한 규제 혁신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함께 이뤄내고자 한다"며 '붉은 깃발법'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붉은 깃발법은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으로, 1865년 영국에서 제정돼 1896년까지 약 30년간 시행됐다. 증기자동차의 최고속도를 도심에서 시속 3km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가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마차 사업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였지만 시대착오적 규제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뒤처지는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시켜버릴 수도 있다"며 "저는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 늘 강조해왔다"고 했다.

    이어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난 1년 금융권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과 경쟁을 불러왔다"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은산분리를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 성장을 위해서라면 그간 경제에 통용돼왔던 기본 원칙도 제한적으로나마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9일에도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규제개혁 관련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대통령께서 하고 계신 규제개혁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 '집토끼' 놓칠라…지지층 설득에 총력

    문 대통령의 '친기업적' 규제혁신 발언은 비교적 최근에 집중돼 있다. 특히 지난 6.13 지방선거를 전후로 비슷한 발언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 규제혁파에도 더욱 속도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규제혁신회의 일정을 당일 오전에 공지까지 했으나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회의를 연기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18일에는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해 관련 내용을 청취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같은 규제혁신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러 안전장치를 함께 만들고 있다'는 설명을 함께 내놓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은산분리 완화는) IT 은행이라고 하는 특수한 분야에 한정해 예외·특례로 적용한다는 것"이라며 "그에 대해 문제가 있을까 봐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와대 측은 지난 8일에는 은산분리 관련 대통령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통령 공약 파기 논란에 선을 긋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추진안'을 내놓았고, 구체적으로는 완화된 진입장벽-사후규제 강화로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올해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다양한 금융산업이 발전하도록 진입규제 개선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소개했다.

    ◆ 野 규제개혁 환영…"노동개혁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

    야당은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움직임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정부도 기업들의 투자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 특히, 기업투자에 최대 걸림돌인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특례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개혁 관련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노동시장 개혁(문제)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는 137개국 가운데 73위다. 노사협력은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로 최하위권"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투자 효과가 커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