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北 의심 석탄' 포항에 하역한 ‘삼일’은 어떤 곳?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 가족이 대주주… 삼일 "강석호 의원은 전혀 몰랐다" 주장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8.09 18:03:08
▲ 지난 7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서 석탄 하역작업을 하는 '진룽'호. 하역을 마친 뒤 바로 출항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벨리즈 선적 화물선 ‘진룽’호는 러시아 나홋카 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진룽’호는 지난 7일 석탄 하역을 마치자마자 출항했다. 이때 하역 작업을 맡은 기업은 포항의 대형운수기업 ‘삼일’이다. ‘삼일 그룹’은 이 석탄이 북한산임을 알고 있었을까. 관련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북한 석탄 들어온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지난 7일 ‘진룽’호가 정박한 포항 신항 제7부두를 현장 취재한 기사 가운데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한국일보’의 기사 내용 의 일부다.

“…이날 진룽호의 석탄 하역과 항만운송을 맡은 회사는 포항에 본사를 둔 ㈜삼일이었다. 삼일은 자유한국당 내 중진 국회의원인 강석호(경북 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의원의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삼일 관계자는 “북한 석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하러 왔나 본데 우리는 주문대로 일할 뿐이고 아무것도 모른다”며 “곧 배가 떠날 것이다”고 말했다. …(중략)…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한 덤프트럭 기사는 “북한 석탄이 들어 온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중국이나 러시아 이름 같은 배가 여기 포항으로 싣고 들어오는 석탄은 전부 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로 경주나 영천 등 포항 주변 공단의 광물업체로 운반된다”며 “북한산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하략)”

같은 날 ‘중앙일보’의 ‘진룽’호 관련 보도는 이랬다.

“…부두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인부들에게 "북한산 석탄 아니냐"고 묻자 질문이 부담스럽다는 투로 "석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냥 시키는 일만 한다"고 말했다. …(중략)… 하역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이 석탄이 경북의 한 석탄 가공공장으로 옮겨진다고 했다. 이어 이 석탄은 구매자인 화주(貨主)에게로 전해진다고 한다. 포항 신항에 따르면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의 화주는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D사로 고체연료 도매업체다.…(하략)”
▲ 포항의 2대 재벌 '삼일'의 주요사업 소개. 항만 하역 및 운송사업이 핵심이다. ⓒ(주)삼일 홈페이지 캡쳐.
석탄 하역작업을 했던 인부들의 주장은 “진룽호가 싣고 온 석탄은 북한산이 아니라 러시아산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외교부의 공식 발표와 달랐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기자가 포항 신항 제7부두에서 ‘진룽’호 석탄 하역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우선 △북한산 석탄이 포항으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 아니며, 분량도 매우 많았다는 점, △북한산 석탄은 주로 중국 이름이나 러시아 이름을 쓰는 화물선이 실어 온다는 점, △포항에서 내려진 석탄은 경북 경주와 영천 주변 공단의 광물업체로 이동한다는 점, △해당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소문을 인부들이 듣고 있었다는 점, △‘진룽’호에서 내린 석탄을 구매한 업체는 경주에 있는 고체연료 도매업체인 D사라는 점이다. 


‘삼일’과 '한중'에 주목하라

‘한국일보’는 ‘진룽’호 석탄의 하역을 맡은 업체가 ‘삼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본지에 연락해 온 제보자도 ‘삼일’과 그 계열사인 ‘한중’에 주목해보라고 귀띔했다. ‘삼일’은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으로 포항에서 손꼽히는 중견 그룹이다.

1965년 12월 故강신우 회장이 설립한 삼일운수를 모태로 해 포항제철과 관련한 운송을 도맡으면서 크게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故강신우 회장은 영화배우로 유명한 강신성일 前의원의 이복형이기도 하다. 포항제철로부터 일감을 얻기 전까지 트럭 6대가 전부였던 삼일운수는 이후 사세를 확장하며 포항의 2대 향토재벌 ‘삼일그룹’으로 성장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삼일그룹은 1997년 모회사 ‘삼일’을 코스닥에 등록시키는데 성공했다.

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일’은 카고 트럭 45대, 트랙터 142대, 트레일러 152대, 덤프트럭 5를 보유한 대형 운수업체다. 물류와 하역을 2대 주요 사업으로 꼽고 있다. 매출액은 908억 7,600만 원, 매출 총이익 101억 4,700만 원, 당기순이익은 19억 7,800만 원이다. 

물류 및 운송 산업의 매출원가 비중이 높은 특성 탓에 당기순이익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자산 규모와 유동자산 보유액은 적지 않다. 총자산은 844억 원, 유동자산은 177억 7,000만 원(매출채권이 163억 원), 부채는 236억 8,000만 원 가량으로 재무 상태는 좋은 편으로 나타났다.

▲ (주)삼일의 회사 개요 소개. 세간에서는 포항의 2대 재벌이라 부른다. ⓒ(주)삼일 홈페이지 캡쳐.
진룽호가 '北 의심 석탄' 하역한 제7부두

'삼일'의 주주 구성을 보면 ㈜티디 홀딩스가 9.35%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 나타났다. 이어 학교법인 벽산학원이 7.3%, ㈜한중이 6.35%, '스톨베르그 앤 삼일'이 3.24%, 개인 강모 씨가 2.3%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티디 홀딩스가 ‘삼일’의 대주주가 된 것은 2015년 10월로 전환사채(CB) 행사에 따른 것이다. 2018년 7월 25일에는 지분을 장내에서 추가로 매수했다. 공시내용에 따르면 ㈜티디 홀딩스와 특수관계에 있는 12명의 ‘삼일’ 지분 보유율은 총 32.75%다.

‘삼일’은 독일 ‘스톨베르그’와 합작해 만든 ‘스톨베르그 앤 삼일’, ㈜ 한중, ㈜에스아이씨, ㈜에스아이건설, ㈜에스엘와이, ㈜에스아이렌트카, ㈜경북매일신문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또 건설·하역 협력업체 (주)에스엘와이, 축구단 (주)포항스틸러스, 제7부두운영, 제8부두운영, 토목건설업체 (주)에스아이씨, (주)포항크루즈, 평산에스아이(주)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제7부두는 ‘진룽’호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하역한 곳이기도 하다. ‘삼일’은 '제7부두운영'의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 1억 3,800만 원의 당기 순손실을 봤다. 지분 가운데 7%는 2017년에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 대주주는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 가족

이와 함께 주목되는 부분이 ‘삼일’의 오너 가족이다. 故강신우 회장이 작고한 뒤, 자녀들 가운데 지분을 가장 많이 가졌던 사람은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이다. 강석호 의원은 포항에서 기초지자체 의원, 광역지자체 의원을 지낸 뒤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016년 4.13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강석호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전반기 정보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에서는 최고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 2015년 4월 당시 김무성 대표와 악수하는 강석호 의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병대 출신으로,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강석호 의원은 삼일그룹에서 부회장과 상임고문을 지냈다. 강 의원은 재선에 성공한 뒤인 2012년 5월 자신이 보유한 ‘삼일’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 대주주는 동생인 강제호 이사가 맡게 됐다. 지금은 ‘삼일’의 지분이 전혀 없는 강 의원이지만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대주주로 있다.


그런데 삼일 측은 9일 "강 의원은 ‘북한산 석탄’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회사 경영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0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강 의원은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황인데, 거액을 투자한 것도 아닌 항만 하역작업을 일일이 보고받았겠느냐"는 것이다.


한국당 '북한 석탄 국정조사' 촉구


'삼일'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의 관련 보도가 "완전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삼일 관계자는 "해당 보도에 나온 인부들은 '삼일' 직원이 아니라 항만노조 노조원들"이라며 "단순 하역작업만 하는 사람들이라, 유엔 안보리 제재니 북한산 석탄이니 하는 문제에는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진룽'호가 실어온 석탄에 대해서도 '삼일' 측은 "하역만 했을 뿐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7일 하역한 석탄을 화물주인 D사 측에서, 모두 덤프 트럭에 싣고 갔다"면서 "화물주가 D사라는 것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주장했다.


'삼일' 측은 "우리는 단순히 하역작업만 맡는 업체라 화물이 북한산 석탄인지 아닌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면서 "우리가 받은 서류에는 러시아산 석탄이라고 돼 있었고 세관이나 항만당국에서도 전혀 문제 없이 통관을 시켜줬다. 문제가 없는 화물이라는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하역만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석탄 원산지가 북한인지 러시아산인지 알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당국에서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화물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하역을 해야 하는데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해서 하역을 거부하면 오히려 지체보상금을 포함해 거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국정조사 미진하면 특검도 고려"
현재 자유한국당은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입된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한국당은 유기준 의원을 중심으로 ‘북한 석탄 TF’을 꾸리고 상황을 조사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9일에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중진회의를 열고 "북한산 석탄 국내 유입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며칠 전부터 북한 석탄 문제로 매우 걱정”이라며 “공공기관과 기업, 정부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잘못하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석탄 TF’를 이끌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국정조사를 빨리 해야 한다. 국정조사가 미진하면 청문회, 아니 특검까지 해야 진상을 밝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당 고위층에 결의안 제출을 촉구했다. 같은당 심재철 의원도 “북한산 석탄의 국내반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회는 당연히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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