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19세기 노예가 21세기에 존재… 北근로자들 임금 직접 안주면 재가동 무의미”
  • ▲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정부가 최근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언론과 일부 기업들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저렴한 인건비 등을 앞세워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개성공단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재가동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은 근로자 임금의 대부분을 북한 정권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노예노동’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재가동 희망을 바라보는 美전문가들 의견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데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싶다면 북한 당국이 근로자 임금을 중간에서 가로채지 않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금은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윌리엄 브라운 美조지타운大 객원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 측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임금을 반드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을 공단 재가동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2016년 3월 폐쇄 전까지 매주 48시간 일하며 75달러의 월급을 받았다. 초과수당을 더하면 매월 150달러 가량을 받았다. 북한 당국은 여기서 30%를 원천징수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80% 가까이를 빼앗긴다는 주장이 탈북자들을 통해 나왔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부터 받은 근로자 임금 명목의 달러를 장마당 환율에 비해 훨씬 가치가 떨어지는 정부 환율로 계산해 지급하고, 이 마저도 현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북한 근로자가 실제로는 임금의 70%를 받는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1달러 당 북한 돈 8,000원에 해당하는 장마당 환율 대신 1달러 당 북한 돈 130원인 정부 공식 환율로 환산해 급여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개성공단이 운영되던 당시에도 자주 지적되는 문제였다.

    브라운 교수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국제적인 근로기준과 동떨어진 노예 제도와 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돈을 주면 노예가 탈출할 수 있다고 보고 배급으로 대체했던 옛 노예제도가 21세기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 2016년 3월 北당국이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내린 뒤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는 입주기업 관계자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그 근로자 가운데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착취 문제를 제기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3월 北당국이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내린 뒤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는 입주기업 관계자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그 근로자 가운데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착취 문제를 제기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라운 교수는 19세기 美남북전쟁 이전에 바깥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에 비해 집안이나 근처에서 일하는 노예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았지만 어쨌든 노예인 점은 변함이 없었던 사실을 거론하며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와 다른 북한 주민을 비교하는 것은 형편이 나은 노예와 그렇지 않은 노예를 비교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하는 북한 정권의 노예제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되며, 이런 상황에 눈을 감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아주 끔찍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세기 노예가 21세기에도 존재"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트워치(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하는, 투명한 제도를 실시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즉 기업이 북한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주는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로버트슨 부국장의 지적이었다. 그는 또한 “기업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주는 게 아니라 정부에게 지급하고, 정부가 이를 거의 다 가져가는 것은 갈취이자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노동착취 개선해야"

    미국 내 최고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로 꼽히는 오공단 美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성공단이 中선젠 특구 같은 과거 공산권 국가들의 모범적인 경제특구 전례를 깨뜨린 곳이라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과거 공산권 국가들은 서방과의 자유로운 무역 등을 위해 투명성, 외국인 투자자의 자유로운 통행, 특구 내에서의 자본주의 원리 이용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켰는데 한국과 북한의 개성공단은 이런 원칙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지적이었다.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 개입하고, 입주기업과 한국 정부가 오히려 북한의 눈치를 보는 현행 구조로는 개성공단이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면서 “개성공단 근로자나 해외파견 근로자 모두 당국에 임금을 갈취 당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북한에서 한 달에 5달러도 못 버는 사람이 러시아에 가면 1,000달러 이상을 버는데 그 중에 90%가 정부의 손에 들어간대. 이것하고 개성이 같다”면서 “근로자들이 임금을 거의 다 받고 당국은 세금만 떼는 원칙이 정확히 지켜지면 북한인권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개선안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노동착취’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