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 활동 취재하다 참변... “사실상 푸틴 정권의 용병” 소문
  • ▲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살해당한 러시아 독립매체 기자들.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캡쳐.
    ▲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살해당한 러시아 독립매체 기자들.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캡쳐.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러시아 기자 3명이 살해당했다. 현지 경찰은 범인을 쫓고 있지만 주요 외신들은 이들의 사망이 러시아 국내 정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RSF)’는 지난 1일 숨진 러시아 기자들에 대한 소식을 다뤘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기자들은 독립언론 소속으로 러시아 용병업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 도착한 직후 살해당했다고 한다. 숨진 러시아 기자들은 프리랜서 기자로 유명한 ‘오르한 제말랴가’, 다큐멘터리 제작자 ‘알렉산더 라스톨귀에프’, 카메라 기자 ‘키릴 라드첸코’였다고 한다. 이들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수도 방귀에서 북쪽으로 300km 가량 떨어진 ‘시부트’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무장괴한들의 매복 공격에 당했다고 한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정부 대변인인 앙게 막시메 카자귀 통신부 장관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터번을 두른 납치범들이 러시아 기자들을 공격했다”면서 “범인들은 프랑스어나 상고어(Sango, 현지언어)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자귀 장관은 또한 러시아 기자들을 현지에서 안내했던 차량 운전사가 부상을 입은 채 탈출한 뒤 현지 경찰 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러시아 국민에 대한 중대한 공격행위”로 간주하고 수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경 없는 기자회’를 비롯해 美AP통신, 英가디언 등은 이들이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을 취재하기 위해 현지에 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외신들은 또한 숨진 러시아 기자들이 反푸틴 성향의 석유 재벌로 러시아에서 탈출한 ‘미하일 코도르코프스키’ 소유의 탐사보도 전문 온라인 매체 ‘탐사조종센터(TsUR)’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었다는 사실도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코도르코프스키는 “우리는 숨진 기자들과 매우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 ▲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들이 모였다는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은 현재 시리아, 예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키예프 포스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들이 모였다는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은 현재 시리아, 예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키예프 포스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국경 없는 기자회’와 주요 외신들이 주목한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악명이 높다. 2014년 4월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과 이후 ‘돈바스 전투’에서 우크라이나 내부의 親러시아 민병대로 위장해 활동했고, 시리아 내전에서는 러시아가 개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들어가 정지 작업을 벌였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와그너 그룹’의 실질적 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친’이 푸틴 정권 하에서 급성장한 ‘올리가르히’이고, 부대장이 러시아군 예비역 중령 ‘드미트리 웃킨’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푸틴 정권의 용병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또한 6,000여 명의 병력과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어 그 역량을 美‘아카데미(舊블랙워터)’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참고로 美‘아카데미’는 ‘블랙워터’ 시절 이라크 나자프에서 1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1,000여 명의 무장 세력과 3시간 넘게 싸워 유명해졌다. 러시아 기자들은 이런 용병그룹이 2016년 10월 이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현지 군대 교육 등을 명목으로 활동 중이라는 이야기를 접한 뒤 현지에 도착한 직후 정체불명의 무장괴한들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뒤로 지금까지는 자국민을 살해한 해외 무장 세력들은 응징해 왔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기자들을 살해한 세력이 몇몇 외신들이 추정하는 것처럼 러시아 용병 ‘와그너 그룹’일 경우에는 생뚱맞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