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화물선‘리치 글로리’호 20~23일 대한민국 영해에 머물러… 정부, 억류-조사 안해
  • ▲ 마린트래픽에 나타난 '리치 글로벌'호의 마지막 위치. 사흘 동안 제주도 인근해역에 머물렀다. ⓒ마린트래픽 화면캡쳐.
    ▲ 마린트래픽에 나타난 '리치 글로벌'호의 마지막 위치. 사흘 동안 제주도 인근해역에 머물렀다. ⓒ마린트래픽 화면캡쳐.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한국으로 운반해 논란을 빚었던 중국 화물선 ‘리치 글로리’호가 7월 20~23일까지 사흘간 제주도 인근 대한민국 영해에 머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 23일 오후 1시 40분 제주도 북서쪽 인근 해상에서 마지막 신호가 포착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리치 글로벌호가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12시 34분경 제주도 북동쪽 약 5km 앞바다를 8.3노트의 속도로 지나갔다”면서 “이 선박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中장쑤성 우시에 있는 장인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리치 글로리’ 호가 지난 20일 일본을 출발해 한국 제주도 인근 해역으로 들어와, 사흘씩이나 머물렀다는 점은 이상해 보인다. 23일 오후부터 선박식별신호기(AIS)를 끈 채로 운항한 점 또한 의심스럽다. 

    선박식별신호기(AIS) 끄고 운항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리치 글로벌’ 호가 사흘 동안 머문 곳은 제주도에서 1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한국 영해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해양경찰이나 해군이 ‘리치 글로리’호를 붙잡아 조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들에게 북한산 석탄 밀매 혐의가 있는 선박이 입항 또는 자국 영해에 들어오면 억류·조사·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들어왔던 다른 한 척의 선박 ‘스카이 엔젤’호는 지난 22일 오전 9시 25분경 러시아 나홋카 항에 입항했다고 한다. 24일 오전 4시 30분경 ‘마린트래픽’을 확인한 결과 나홋카 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해양 파이프 설치선 ‘아카데믹 체르스키’호, 어선 ‘파른’호, ‘스떼를랴디’호와 어울려 정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유엔이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지목한 18척의 선박 가운데 북한 선적 ‘능라 2’호, ‘을지봉 6’호, ‘은봉 2’호, ‘통산 2’호 등은 美 해역을 운항할 수 없는 미국의 독자제재 명단에 포함돼 있지만 ‘스카이 엔젤’호와 ‘리치 글로벌’호를 포함한 14척은 제재 명단에 들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