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66만명 돌파…'다문화 정책' 지지해온 文정부의 딜레마
  • ▲ 난민 문제를 다룬 청원. 66만을 돌파, 역대 최고 청원을 기록중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화면 캡처
    ▲ 난민 문제를 다룬 청원. 66만을 돌파, 역대 최고 청원을 기록중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화면 캡처
    난민수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 명을 향하는 등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여권이 다문화에 정책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한데다 인권문제까지 걸려 있어 난민 정책의 기조를 정하는 데 곤란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이렇다 할 기본 입장조차 정하지 못한 채, 13일 이후로 답변을 미룬 상태다.

    지난 7일 기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과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은 66만 명 이상의 청원을 얻었다.

    이 청원은 지난달 13일 게시된 뒤로 빠른 속도로 네티즌들에 공감대를 형성, 5일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특히 역대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으로, 두 번째로 많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61만 5천 명)과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 청원(61만 4천 명)을 넘어섰다. 오는 13일까지 청원 동의를 계속할 수 있으므로,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0만 명이 넘는 청원 글에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한다는 원칙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난민 문제에 대한 '원칙'과 '기조'를 좀처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월 1일부로 예멘을 무사증 불허 국가로 지정해 더 이상 예멘 난민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청와대의 난민 정책 기조는) 따로 한 번 정리해서 공지를 하겠다"고 했다.

    ◆ 복잡한 유럽의 난민 문제가 한국에서 벌어질 수도

    난민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기조를 선뜻 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여러 차원으로 얽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종교·문화와 함께 여성인권 문제 등도 포함된다. 예멘은 이슬람 국가인 데다 공산화된 적도 있다.

    예멘은 7세기에 이슬람화가 이뤄진 국가로 분류된다. 1962년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공화국이 됐고,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 때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들기도 했으나 줄곧 내전에 휩싸였다. 남예멘은 소련의 지원하 독립해 1967년 공산화의 길을 걸었다.

    이는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가 3대 종교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존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또한 이슬람 국가들의 낮은 여성 인권의식도 최근 국내에서 '미투운동' 등 페미니즘 시위가 벌어지는 추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들이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생기는 것도 국내 난민 여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역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중동 국가의 난민을 거부했다가 자칫 정부가 '반이슬람주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몰려오는 전세계 난민을 무작정 받아들일 경우 정권에 치명적일 수 있다. 난민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던 독일은 3당이 난민 정책에 합의를 이루면서 대연정 붕괴 위기를 넘겼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역시 반난민 정책을 내건 정당들이 속속 돌풍을 일으켰다.

    ◆ 여권 내부에서도 해법 엇갈려

    이에 여권 내부에서도 해법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그간 외국인 노동자 및 다문화 문제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다문화위원회를 조직해 '무지개 유세단'이 활동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난민법 개정안 발의다. 이 법안은 난민 심사 기준을 엄격히 해 '가짜 난민'을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손혜원 의원은 SNS를 통해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배우 정우성 씨의 발언에 "크게 동조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법과 원칙대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국의 변화를 보면서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오는 13일 이후로 답 미뤄둔 靑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답한 것은 지난 4일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상황 파악을 해보라고 지시하셨으니, 난민들 문제에 대해서 보고는 받으셨을 것"이라며 "그런데 별도의 회의를 주재하시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의 입장을 다시 정리하겠다고 한 부분은)법무부의 대책 발표로 갈음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 청원 답변은 할 것"이라며 "청와대 입장이 담긴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국민 청원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3일 이후로 답변을 미뤄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