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졸속 결정에 '정치적 소수 배제' 비판 속출… 박광온 "사회적 약자 배려가 文혁신의 핵심"
  •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8·25 전당대회에 여성·청년을 위한 부문별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성(性) 평등에 어긋난다는 당내 반발이 일고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으로 남성·기성세대 중심의 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 4일 권역·부문별(청년 포함) 최고위원을 없애고 여성 최고위원 할당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최고위원을 전국 선출 5명, 지명직 2명으로 하는 지도체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당초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최고위원 선출 때 상위 5명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에 5위 남성 대신 여성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하기로 결정했던 '여성할당' 방침이 제외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여 년간 민주당에서 이어져 온 사회적 약자의 정치권 진출 촉진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한 셈이다. 당장 최고위 직후 열린 전준위에서는 원안대로 재고해달라는 안을 다시 올리기로 했다. 박범계 의원도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청년과 노인 최고위원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히며, 최고위의 결정 사항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단 입장을 취했다.

    당 안팎에서는 집권당이 되면서 정치적 소수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대표의 권한을 강화해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13 지방선거 경선에서도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가 나오지 않아 당내 여성 의원들이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최고위에서는 청년 최고위원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고, 논란 끝에 결국 일괄 폐지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5일 오전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지역별 또는 부문별로 이뤄지던 최고위원 선출제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다 보니까 거론되고 있는 사항"이라며 "여전히 소외된 여성·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일관된 방향이기도 하지만, 그런 차원에서 우리 당이 지혜를 모아야 될 때"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8·25 전대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한 여성 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의원이 다음 총선 공천도 목표하고 있어 최고위원 출마를 희망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준비를 못한 채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형편에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병관 "청년 위한 배려 부족"… 문재인 대표 시절 혁신안 '축소'

    민주당이 여성뿐만 아니라 청년을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년 최고위원 김병관 의원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여성을 반드시 한 명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에 비해 당에 헌신한 청년을 위한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당에서 안 그래도 목소리 비중이 약한 청년위원장에게 최고위 자리까지 없애면, 당내 청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단 우려를 표한 것이다. 

    청년이나 여성 등 부문별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던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안'에 따라 도입됐다. 당시 민주당은 최고위원 12명 중 5명을 여성·청년·노인·노동·민생 부문별 대표 5인을 넣어 최고위의 힘을 분산시키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전준위는 최고위원의 수를 9명으로 대폭 줄이고 권한을 집중했다. 최고위원과 별도의 선거로 뽑히는 당 대표가 정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도 포함돼 당 대표의 권한은 더 강화됐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 여성 최고위원 신설은 문재인 대표 시절 혁신안의 핵심이고, 정발위 혁신안에도 이어졌던 내용이었다"며 "우리 사회와 정당 안에서도 청년과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다. 최소한의 제도를 통해 배려하는 것은 사회통합, 당내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