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흉기폭행으로 우려 증폭... 한국당 '무비자 입국 폐지'안 발의 예고
  • ▲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식 참석을 위해 아부다비 대통령궁으로 입장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식 참석을 위해 아부다비 대통령궁으로 입장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 논쟁이 끓는점에 도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 ‘난민 신청 폐지’ 청원에 59만7765명(3일 오전 11시 기준)이 동참했다. 관련 청원 게시글도 800건을 넘어섰다. 

    예멘 난민 논쟁이 우리나라를 뒤덮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지속 중인 ‘예멘 내전’이 근원이다. 예멘인 500여명은 내전을 피해 무비자로 제주도에 입국했고 난민을 신청했다. 이들의 입국 소식은 언론을 통해 빠르게 전달됐고, 여론은 예멘 국교(이슬람교)에 대한 반감 및 치안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했다. 우려는 심화됐고, 거센 사회적 찬반 논쟁으로 폭발했다. 

    제주 입국 난민 90%가 남성...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 희박
    예멘을 비롯한 이슬람국가 정서는 ‘여성 인권신장’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한 우리나라 정서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슬람국가 대부분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은 낮다.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두르는 두건)’의 존재가 방증이다. 이슬람교 율법에 따르면, 여성은 집 밖에 나설 때 히잡을 두른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이슬람국가 남성들의 문제 의식은 매우 얕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 91%가 ‘남성’이란 통계까지 나온다. 국내 여론은 이슬람 난민이 현지 여성을 집단성폭행한 지난 2016년 독일 쾰른 사건까지 떠올리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예멘 난민에 대한 사회적 공포를 촉진시킨 사건도 발생했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두 명의 예멘 난민은 지난 1일 숙소에서 설거지 순번 문제로 다투다가 흉기를 들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를 인지한 탓일까.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주도 무비자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조경태 의원은 지난 2일 “제주도에 무비자제도가 최근 불거진 예멘 난민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 범죄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이 같이 밝혔다. 무비자제도는 지난 2002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가 도입한 제도로,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은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한국당, '제주도 무비자제도 폐지' 법안 예고

    다만 난민 수용 문제는 지구촌 공통의 과제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 수용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우리나라는 수십년 전 나라를 잃고 난민으로 떠돌아다닌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주 4·3사건 당시 많은 이들이 일본으로 넘어갔고, 한국전쟁 후 많은 고아들이 미국과 유렵 등으로 입양된 바다. 따라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내 처음으로 ‘난민 신청 남용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난민 심사 회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신청자의 신원을 꼼꼼하게 확인해 난민 신청 남용을 금지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예멘 난민 문제를 놓고 여론과 국회에서 ‘찬반’을 비롯한 다양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으나,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요가의 날’과 ‘세계 환경의 날’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세계 난민의 날’ 관련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시 “추후 입장을 정리해서 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난민의 날로부터 2주가 흘렀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난민 관련 발언은 아직도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정부 기치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도 난민인데..." 청와대 '묵묵부답'에 여론 들끓어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주교)은 3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 때 “이주민의 큰 움직임은 21세기 지구촌 전체의 큰 흐름”이라며 “이것을 우리만 문 닫아걸고 못 받겟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정부도 그런 쪽으로 의식 개혁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정부도 이런 경험(난민 정책)이 없기 때문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좀 더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강우일 제주교구장은 그러면서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도 난민 출신이다. 피난민 아닌가. 우리 모두가 다 조금만 몇 다리 건너면 피난민과 연결돼 있고, 그래서 난민에 대한 따뜻한 마음가짐과 관대한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가 곧 밥 먹여주는 게 아니다”라면서 “평화시대에 부응하는 우리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평화가 번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난민 500여명 수용하는 걸 이데올로기 등 잣대로 터부시하는 이 나라는 북한 주민에 대한 포용에도 관심이 없다. (이를) 방치하는 사회에는 기회가 없다”고 난민 문제 등에 침묵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