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인질 3명 구출해낸 美 CIA '한국임무센터' 센터장… '김영철 제어' 맡아 미-북 회담에 등장
  • ▲ 6월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월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 무렵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 기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곧바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 이에 앞서 호텔 안팎에서는 눈길을 끄는 수행 인사들이 포착됐다. 북한의 리수용, 김영철에 맞서는 존 볼턴과 앤드류 김이 그들이다.

    美北정상회담의 공신, CIA KMC 센터장 ‘앤드류 김’

    먼저 ‘앤드류 김(한국명 김성현)’은 美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 정부 들어 신설한 ‘한국임무센터(KMC)’의 책임자로 잘 알려져 있다. 50대 중후반인 그의 얼굴은 지난 5월 9일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함께 두 번째로 평양을 찾은 뒤 북한 선전매체에 의해 공개됐다.

    당시 北선전매체는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앤드류 김’ KMC 센터장이 평양 중구역 창광동에 있는 北노동당 중앙청사를 찾아 김정은과 만나는 모습을 보도했다. 北선전매체의 보도 이후 YTN과 뉴스1 등 국내 언론들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사진 속 폼페오 장관의 옆에 앉은 반백의 인물이 앤드류 김”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5월 당시 UPI통신을 비롯한 美주요 언론들은 CIA가 600~700여 명의 인원으로 ‘한국임무센터(KMC)’를 창설하고 그 센터장으로 ‘앤드류 김’을 내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가 “대북비밀공작에서 매우 우수한 요원이었다”는 전·현직 정보 관계자들의 말도 곁들였다. 일부 美언론은 “정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앤드류 김이 KMC 센터장을 맡은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저승사자’가 돌아온 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앤드류 김’ 센터장은 서울고 1학년 재학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 CIA에 들어간 뒤 주로 비밀공작 분야에 종사하면서 중국, 태국, 한국 지부장을 지냈다. 美블룸버그 통신의 지난 7일(현지시간) 기사를 보면 美정보 관계자들이 ‘앤드류 김’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美국가정보장(DNI)을 지냈던 제임스 클래퍼는 ‘앤드류 김’을 가리켜 “그는 정말 대단한,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며 “그는 북한에 대해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한다”고 평가했다. 美연방정부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보다 더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 ▲ 지난 5월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의 두 번째 방북 이후 北선전매체가 공개한 사진. 왼쪽의 반백머리 신사가 앤드류 김 CIA 한국임무센터장이다. ⓒ北선전매체 캡쳐.
    ▲ 지난 5월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의 두 번째 방북 이후 北선전매체가 공개한 사진. 왼쪽의 반백머리 신사가 앤드류 김 CIA 한국임무센터장이다. ⓒ北선전매체 캡쳐.

    한편 미국에서는 ‘앤드류 김’에 대한 보도가 줄어들었지만 한국에서는 2017년 내내 ‘앤드류 김’과 KMC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일부 언론은 “KMC는 김정은 정권을 전복하려는 공작을 수립, 추진하는 곳”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앤드류 김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5촌 친척 관계”라며 “앤드류 김과 문재인 정부 간의 ‘코드’가 잘 맞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추측성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일과 5월 9일, 그가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함께 방북, 美北정상회담을 이끌어 내고, 한국계 미국인 인질 3명을 무사히 구출해온 뒤에는 ‘추측성 보도’가 거의 사라졌다. 대신 “앤드류 김과 KMC가 트럼프의 대북전략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 많아졌다. 이런 ‘앤드류 김’ 센터장의 카운터 파트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배후이자 北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으로 알려져 있다.

    CNN “볼턴 밀려났다” 美백악관·폼페오 “누가 그래?”

    美CNN은 지난 5일(현지시간) “존 볼턴 美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美北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고자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비핵화’를 언급했으며,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폼페오 국무장관 등이 크게 분노했다”면서 “볼턴은 이로 인해 현재 美北정상회담과 대북 문제에서 배제당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들은 CNN의 관련 보도를 열심히 인용보도 했다.

    그러나 美CNN의 보도 이후 美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측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놨다. 美NSC 측은 “폼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NSC 보좌관 사이의 갈등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루머는 거짓이며,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속 자문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 지난 5일(현지시간) 美백악관 행사에서 활짝 웃는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존 볼턴 美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이날 사진에서 두 사람은 매우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연합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일(현지시간) 美백악관 행사에서 활짝 웃는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존 볼턴 美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이날 사진에서 두 사람은 매우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연합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워싱턴 익재마이너 또한 “폼페오 장관 측은 볼턴 배제설을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면서 “폼페오 장관의 美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발언을 보면 볼턴의 ‘리비아식 비핵화’ 발언을 두둔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실제 美CNN의 보도대로라면 볼턴 보좌관은 지금 백악관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 폼페오 국무장관과 함께 싱가포르를 찾은 이유는 뭘까. 여기에서 떠올려야 할 대목은 미국의 대북옵션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는 美北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외교적 해결 방식’의 책임자 폼페오 국무장관이 선봉에 서 있지만, 12일 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는 정보기관부터 군대까지 거의 모든 무력 사용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폼페오 국무장관에게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즉 볼턴 보좌관과 폼페오 국무장관은 경쟁 상태가 아니라 트럼프의 의사 결정을 돕는 별개의 정책수단이라는 말이다. 이는 또한 볼턴 보좌관의 상대가 현직 외무상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김정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리수용’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