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공주대 교수 “여론 눈치 보는 교육부, 명확한 관점 없이 오락가락”
  • ▲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뉴데일리 DB
    ▲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뉴데일리 DB
    “교육부가 우리 근대사에 대한 명확한 관점 없이 유관순 열사 서술을 지시하니, 일부 한국사교과서가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에 갇혀있었다' 식의 비아냥거리는 표현을 써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고교 한국사교과서의 빈약한 서술은, 교육부의 역사 인식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이화학당 고등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유 열사는 열 여덟 어린 나이에 충남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끌었고, 현장에 출동한 일본 군대의 발포로 부모를 잃었다. 이 사건은 독립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그녀는 서대문형무소에 감금된 이후에도 항일 정신을 꺾지 않았으며, 일제의 참혹한 매질과 고문으로 1920년 옥사했다. 그러나 일부 좌편향 역사학자들이 유관순 열사의 업적을 폄훼하면서, 한국사교과서 상당수가 그녀에 대한 서술을 누락했다. 일부 학자들은, 유관순 열사가 미국 감리교단의 지원을 받은 이화학당 출신이란 사실을 부각하면서, '친일파가 만든 허구'라고 유 열사의 업적을 깎아내렸다.

    2015년 교육부는 한국사교과서 출판사 8곳에 유관순 열사 설명 게재를 권고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상교육과 지학사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위한 별도의 코너를 만들고 그녀의 업적을 자세하게 소개했지만, 나머지 6종의 유 열사 관련 서술은, 분량이나 내용에 있어 빈약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 열사의 사진도 넣지 않고 이름만 한 차례 언급한 교과서도 있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육부의 역사인식 부재가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교육부의 한국사교과서 정책은 즉흥적이고, 여론이 형성되면 이를 따라가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유관순 열사 서술 권고를 하기 전에 교육부가 근대사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관순 열사와 3.1운동은 불가분의 관계로, 유 열사에 대한 서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3.1운동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기원을 설명하는 관점에서 3.1운동은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며,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세력은 기독교계다. 이들은 이후 민족실력 양성운동을 전개하면서, 대한민국 건국의 밑바탕이 됐다.”

    이 교수는 “전근대사는 민족사로 다뤄져야 하고, 근대사 이후는 대한민국사·대한민국 국민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서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948년 건국 이전까지는 '건국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교수는 “3.1운동의 주도 세력은 기독교와 천도교 등 종교단체였으며, 이 가운데 기독교계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관순 열사를 친일파가 발굴한 인물이라고 폄훼하면, 대한민국의 흐름을 인정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분열된 역사관을 가르치는 것이나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