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으로 기차 멈춰…북한 여군들 굶어죽어

식량 물 없어 7일 만에... 폼페오 보좌진 “김정은과 캐비어 먹으며 죄책감”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5.17 15:04:59
▲ 북한 신의주 지역의 여군들. 북한 여군이 통통해 보이는 것은 영양실조 상태에서 짠 음식만 먹어 생기는 '염장독'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AP·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났다.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동행했던 보좌진들은 오찬 때 '캐비어(철갑상어알)'와 랍스터 등 산해진미를 대접받았다고 한다. 당시 동행했던 美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폼페오 장관 보좌진들은 이런 음식을 먹으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정말 죄책감을 느낄 만한 일이 얼마 뒤 북쪽 지방에서 일어났다.

비슷한 때 7년의 군복무를 마친 여군들이 귀향을 위해 열차에 올랐다. 전기 기관차로 움직이는 열차는 전력 공급이 중단돼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멈춰섰다. 철로 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열차는 일주일 동안 멈춰서 있었다고 한다. 돈도 식량도 없었던 제대 여군들은 결국 열차 안에서 굶어죽은 채 발견됐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6일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만기제대 후 귀향하던 여군 4명이 기차 안에서 사망했는데, 열차 운행이 일주일 넘게 지연되면서 굶주림과 피로에 지쳐 사망했다”는 북한 소식통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소식통은 “열차가 평양에서 혜산까지 들어오는 게 빨라야 일주일이고 기차 대가리(견인 열차)도 없다”면서 “그런데 군대에서 제대한 아이들, 처녀애들이 길주에서 네명이 죽었다, 열차가 연착돼서 굶어서 죽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 북한에서는 심각한 전력난이 계속돼 열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도착일자를 정해놓지 않고 운행 중”이라며 “평양에서 길주까지 운행하는데 일주일 넘게 걸리는데 수중에 식량도, 돈도 없던 여군들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국군과 달리 북한군은 제대할 때 귀향비는 커녕 식량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北철도성은 전력 공급과 기관차 부족 때문에 전기 기관차와 내연 기관차에 따라 운임을 따로 적용했다”고 전했다. 전기 기관차의 경우 장거리 운행을 하면 전력 공급이 안 돼 7~10일이 걸리지만 내연 기관차는 이틀이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대신 운임이 4배 가량 비싸다고 한다.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 측에 “혜산에서 평양까지 가는 비용이 160위안(한화 약 2만 7,000원), 혜산에서 원산까지 120위안(한화 약 2만 400원)이 드는데 사람들이 돈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서비차(트럭을 여객용으로 개조한 차량)’ 타고 다닌다”고 지적했다.
▲ 과거 북한 열차의 운행 모습. 전력난이 만성화되면서 이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탈 수가 없다. ⓒ민주평통 웹진 北열차 관련보도 화면캡쳐.
소식통은 이어 “7년 넘게 군복무를 한 여군들이 제대한 뒤에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굶어죽었다는 소식에 북한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주민들은 나라를 위해 7년이나 군 복무를 한 여군들에게 귀향 여비조차 주지 않는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 또한 함경북도 길주군을 지나던 열차에서 여군들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길주역에서 발견된 제대 여군 사망사건을 알게 된 주민들이 북한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몇 년 동안이나 군복무를 시키고 귀향 비용조차 주지 않은 군 당국을 원망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망한 제대 여군들은 전부터 이미 심각한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를 본 주변사람들이 마음아파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북한에서는 열차 속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제대 군인들이 굶어죽은 사례는 드문 편이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열차를 탈 때 일주일치 이상의 식량이나 돈을 갖고 타지 않으면 위험하다.

북한 열차의 다수가 전기 기관차를 사용하는데 전력난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게다가 북한 철도는 열차가 양쪽으로 동시에 오가는 ‘복선’이 아니라 하나의 철로로 상하행선이 같이 다니는 ‘단선’ 체계여서 열차가 지나갈 때 맞은편 열차는 예비 철로에서 기다리거나 우회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두 가지 문제 때문에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북부 지방이나 동부 지방으로 가려면 최소한 열흘 정도 걸릴 것은 각오해야 한다.

문제는 열차가 민가가 없는 지역에 갑자기 설 경우다. 이때 전력이 언제 공급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열차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데 식량도 없고 돈도 없다면 결국 굶어죽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제대 군인들이 열차 속에서 굶어죽을 때 평양서는 김정은이 폼페오 美국무장관을 접대한다며 환영 오찬 때 캐비어, 랍스터, 오리, 스테이크, 잣죽, 옥수수 스프, 바나나 아이스크림 등의 요리를 내놨다고 한다. 당시 취재를 위해 동행했던 美워싱턴 포스트의 캐럴 모렐로 기자는 “미국 정부가 주민들을 착취하는 나라라고 그토록 비난해왔던 평양에서 너무 많은 음식이 차려지자 폼페오 장관 보좌진 일부는 식사를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상황을 잘 아는 美정부 관계자들 입장에서 '평양에서 먹는 캐비어와 랍스터'는 정말 죄책감을 가질 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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