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청으로 방문해 미북 정상회담 조율… 양측 극한 대립 속 '중재자' 역할에 속도 내기
  •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은 지난 3월 9일 특사자격으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던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은 지난 3월 9일 특사자격으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던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5월 초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등 동북아에서의 치열한 외교전도 불붙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비서실장에 확인한 결과 미국 NSC의 요청으로 비공개 방문 중"이라며 이같이 올랐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최근 눈에 띄게 미국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 지난 3월 9일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과 24일에도 미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25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정의용 실장과 존 볼튼 미국 백악관 보좌관이 만나 1시간 가량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상황과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양국 간 긴밀한 공조방안 등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쳤다.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했다.

    때문에 정 실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만큼, 미북 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하는 문제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포괄적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미·북 정상회담이 북핵 해결에 대한 본격적 라운드인 만큼 '빅딜'에 관한 논의가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며 "(판문점 이야기는) 스몰딜"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북정상회담의 조율을 위한 접촉이 본격화되면서 5월 동북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도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우리나라는 오는 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공개와 함께 5월 중순 남북고위급 회담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등을 통한 비무장 지대(DMZ) 실질적 평화 지대 및 서해북방한계선(NLL)일대 평화수역 조성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 2007년 10·4선언을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로 인해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0·4 선언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도출한 '판문점 선언'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져 있으나 동력이 분산돼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비슷한 전처를 다시 밟지 않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다만 미·북 양측이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북한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하도록 전념하고,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언급했던 미국이 그간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핵프로그램 등도 폐기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의 인권 모략 책동은 대화와 평화의 흐름에 장애를 조성하는 도발 소동"이라며 인권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다른 북한 매체들도 사드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존재할 명분도 구실도 없다"며 "즉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북 양측이 협상을 앞두고도 극한의 대립을 계속 이어가면서, '중재자'이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 동맹을 끈끈하게 유지하는 부분 역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곤에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정부는 이번주에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상관 없이 주한미군이 여전히 필요하며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입장을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계속해서 주한미군의 장기적 주둔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아마 지속적인 주둔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미국을 방문중인 정의용 안보실장이 조금 전 백악관 핵심관계자와 통화했다"며 "미국 백악관 NSC핵심관계자가 해당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