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우파후보 5명 중 3명, "단일화기구 경선 결과 따르지 않겠다"곽일천 "기구 패싱" 기자회견, 한 후보는 "단독 출마" 폭탄발언도…균열 가시화교추본·우리감 공동위 "5월 전 모든 후보 초청해 경선룰 논의할 것" 사실상 마지막 기회
  • ▲ 교추본·우리감이 23일 서울 종로구 자유민주국민연합 회의실에서 범우파 교육감후보 단일화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왼쪽부터 황영남 우리감 대표, 서경석 교추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교추본·우리감이 23일 서울 종로구 자유민주국민연합 회의실에서 범우파 교육감후보 단일화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왼쪽부터 황영남 우리감 대표, 서경석 교추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교추본·우리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서울교육감 예비후보의 말이다. 이 후보 외에도 현재 서울교육감 우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있는 인사 5명 중 과반이 우파교육감 후보단일화 추진기구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좋은교육감추대국민운동본부(교추본)과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우리감)은 우파진영 교육감후보 단일화 추진을 위해 생겨난 단체다. 두 단체가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진영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후보 뿐만 아니라 기구까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 임해규 후보처럼 단일화가 빠르게 마무리된 지역도 있지만, 인천·충남·경북 등은 각 단체가 추대한 후보가 엇갈리면서 단체 간 비난 성명서를 주고받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특히 경북은 우파 후보 2인이 지난 26일 경북교육청에서 "교추본이 특정후보 지지 선거운동을 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물러나라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일부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들은 교추본·우리감 측의 선거인단 구성이나 경선룰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서울교육감 후보들이 단일화 추진기구 등록에 난색을 표하면서 단일화기구 등록을 미루기 시작했다. 두 단체는 등록마감 기한이나 경선 일정을 수 차례 연기하면서 후보 설득에 나섰지만 쓴 잔만 마셨다.

    우리감은 4월 초까지 곽일천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만이 서울지역의 유일한 등록 후보였다. 교추본은 지난 2월 서울교육감 우파 후보 3명을 이른바 '교추본 후보'로 발표했지만 3명 중 2명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에 교추본과 우리감은 불가피하게 당초 계획했던 '선등록 후경선' 체제를 포기하고 출마선언 및 출마의사를 밝힌 모든 우파 서울교육감 후보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투표'로 방향을 틀었다.

    두 단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19일까지 '기구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며('후보 단일화'가 아니다) 난색을 표했던 두 단체는 태도를 바꿔 22일 '교추본·우리감 공동위원회(공동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단일화 경선의 경우 사실상 다른 부분이 없다. 회원(선거인단) 모집은 교추본과 우리감 각자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며, 투표도 각 단체별로 이뤄진다. 이들은 단체별 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결과만 발표한다. 그렇다면 각 단체의 경선 시스템은 어떨까.

    앞서 지난 22일 공동위는 내달 2일부터 9일까지 모바일투표를 진행하고 10일 오전 중 단일후보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교추본은 자체 홈페이지를 마련하고 있으며, 별도 회원가입을 마치고 1,000원의 비용을 내면 우파 서울교육감 후보 5인을 상대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교추본은 서울 모처에서 '직접투표'도 계획하고 있다. 직접투표와 관련해 눈에 띄는 사항이 있는데, 직접투표의 경우 유권자는 기준 자체도 불명확한 '우파진영 추천인'을 명시해야만 한다.

    우리감을 통해 투표하는 것은 더 복잡하다. 우리감 참여 단체인 '이런교육감선출본부'(이선본)에 한시적 특별회원으로 가입하고 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 뒤 우리감 홈페이지에 들어가 투표해야 하지만 홈페이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우리감',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이라고 검색해도 홈페이지는 나오지 않는다. 구글에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으로 검색해야만 관련 도메인이 나온다. 이런 불편과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투표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게다가 우리감 참여 단체는 15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 회원들이 모두 이선본에 가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단체들이 자체 홈페이지와 회원가입 및 투표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감은 단체별 자체 직접투표 또는 우리감 홈페이지 가입·투표를 통해 최종합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문제는 중복투표 문제다. 개개인이 우리감(이선본)과 교추본 양쪽에 가입해서 투표하는 경우 중복투표를 골라내는 일은 두 단체의 데이터를 비교한 개인정보 대조 밖에 없다. 내달 9일 오후 6시 모바일선거와 직접투표가 끝나면 최종결과는 10일 오전 중 발표된다.

    만일 유권자가 우리감에서 모바일투표를 하고 교추본에서 직접투표를 할 경우 하루만에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후보들이 이러한 경선 과정에 동의하고 최종 결과에 승복할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을 진행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 ▲ 곽일천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26일 서울 종로구 자유민주국민연합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우파 교육감 단일화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곽일천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26일 서울 종로구 자유민주국민연합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우파 교육감 단일화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곽일천 예비후보는 26일 서울 종로구 자유민주국민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객관성, 공정성이 의심되는 후보단일화 기구에 기대를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기구들과의 단일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후보들과 단일화 논의를 하겠다"며 사실상 '기구 패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제 곽 예비후보를 비롯한 다수 후보가 교추본·우리감 경선 투표 시스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본지에 밝혔다.

    한 후보는 "합의 없이 추진기구 독단 모바일투표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을 거부하겠다"며 각 단체에 해당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고, 또다른 후보는 "이대로라면 독자 출마 가능성도 있다"는 폭탄발언까지 했다.

    우파진영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단일화'는 커녕 '각자 출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후보들은 "본질적 문제는 기구들의 후보단일화 과정에 '후보'가 전적으로 배제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우파진영 교육감선거 승리를 위해 우파 후보는 단일화를 해야하며, 후보는 기구가 제시한 룰을 받아들이라"는 것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모든 책임을 단일화 추진기구의 역량 부족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감, 교추본 등 우파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기구의 역량 부족 문제는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들은 장외 유권자 뿐만 아니라 가까이 소통해야 할 후보들에게 불신을 심어 '패싱'을 선언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했다. 또한 등록기한을 수 차례 연기하고 룰을 바꿔가면서 후보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후보들 역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을 때까지 단일화를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최명복, 이준순, 곽일천 세 후보가 만나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구체적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날 만남의 성과로 최명복, 곽일천 후보는 2차례 토론회를 가졌지만, 실질적으로 단일화 논의는 배제된 토론회였다.

    '반(反)좌파 이념교육'이라는 큰 지향점은 같을 수 있으나, 각기 다른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다른 개성의 후보 5명이 토론회만으로 단일화에 성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일화를 위한 대승적인 양보와 희생, 헌신 없이 단순한 '책임 전가 싸움'으로 흘러간다면 지난 선거의 전철을 밟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좌파진영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교육감 좌파후보 '유일' 단일화기구 '2018서울촛불교육감추진위원회(촛불추진위)'를 보자.

    이들은 2월 출범식을 갖고 당초 4월 14일까지 등록시한을 정했지만 현직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사정을 고려해 20일로 1회 연기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조희연, 이성대(전 전교조 서울지부장), 최보선(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등 후보 3명의 등록을 끝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

    특히 촛불추진위는 조 교육감을 제외한 두 후보에게 최종 경선투표 총점에 10%를 부여하는 '신진가산점'을 도입했다. 조 교육감에게 상당히 불리한 룰임에도, 기구와 후보들은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내부적으로는 어느정도 논쟁이 있었겠지만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초 이성대, 최보선 후보 측은 기구에 30%의 가산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은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단독 출마를 선언해도 될 정도의 요구였다. 하지만 촛불추진위는 합의 과정에서 모든 후보들의 양보와 합의를 받아내 최종 가산점 10%로 확정했다.

    조희연 캠프 관계자는 "처음엔 황당했다"면서도 "역대 선거에서 그런 적이 없어서 참모들은 반대했지만, 조 교육감이 양보해서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21일 최보선 후보는 "이성대 후보를 지지하겠다"면서 경선과 별개로 단일화 선언문을 발표했다. 우파진영이었다면 어땠을까.

    우파진영 교육감 후보단일화 추진기구도 "할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기구는 후보들의 합의가 최우선이라고 늘 밝혀왔지만 후보들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책임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영남 우리감·교추본 공동위 대표는 "기본적으로 후보 합의방식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후보들이 합의하지 못했을 때 우리가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공동위 합의문에는 "교추본과 우리감은 서울 우파후보 단일화를 위해 모바일투표를 실시한다. 단, 후보자간 합의를 전제로 투표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황 대표는 "후보들간 합의가 최우선"이라며 "공동위 룰에 문제가 있어 따르지 못하겠다면, 후보들끼리 모여 합의한 경선룰을 제시하라. 기존 룰을 다 엎더라도 후보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고 존중하겠다"고 했다.

    공동위는 빠르면 이날, 늦어도 30일 안으로 우파성향 서울교육감후보 5인(최명복, 이준순, 곽일천, 두영택, 박선영)에게 공문을 보내 원탁에서 단일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는 "상황이 어렵지만 후보들의 단일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승복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다. 후보들도 계속해서 추대기구 핑계댈 것이 아니라, 후보 5명 모두 훌륭하신 분이니 이제는 무대로 올라와서 당당히 경쟁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우파진영은 5월 2일부터 본격적인 경선 투표를 시작한다. 따라서 4월 안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전체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서울교육감 우파후보 단일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들 역시 이날 자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서는 단일화는 당연히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동위 역시 다섯 후보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파진영은 후보 난립으로 좌파진영에 또다시 패배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