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의 MBC 기자 폭로 일파만파..."무단결근 유도해 퇴사시키려는 의도 아니냐" 지적도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9년 간의 적폐를 바로 잡겠다며 새 출발을 선언한 MBC 정상화위원회가 대기발령 상태 직원의 휴직신청을 고의적으로 묵살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부친의 뇌수술 간병을 위한 직원의 휴직 신청을 의도적으로 묵살한 회사 측이 버젓이 존재하는 사규를 위반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세의 MBC 기자는 23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뇌수술을 앞두고 있는 고령의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휴직을 신청했으나 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김 기자는 "아버지가 '수두증' 진단을 받으셨고 병원에서는 조속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84세의 고령이시고 뇌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이라 누구보다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아파 회사에 '가족돌봄휴직'을 오늘 오전 신청했다"고 했다.

    현재 김 기자는 대기발령 상태로, 부서장인 정형일 MBC 보도본부장에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23일 오후 3시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기자는 "기다리다 못해 비서실에까지 답변을 요청했고 결국 '가족돌봄휴직은 인사위원회 심의 사안이니 기다리라'는 본부장의 카카오톡 메세지가 돌아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MBC 사규에 존재하는 '가족돌봄휴가'가 실제로는 인사위원회의 심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돌봄휴가'(제36조의 2항)는 부모나 배우자 혹은 자녀 등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해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을 필요로 하는 직원이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직원은 대상 가족의 성명, 생년월일, 돌봄 사유, 휴직개시예정일, 휴직종료예정일이 기재된 휴직 신청서를 관련 증빙과 함께 소속 국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가족돌봄휴직 기간은 연간 최장 90일이며 이를 나누어 쓸 수 있고, 이는 별도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부서장의 승인으로 시행할 수 있다.

    김세의 기자는 해당 사규를 지적하며 "가족돌봄휴직은 인사위원회 심의 사안이 아니라고 사규집을 보여주며 설명도 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보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너무 바빠서 서류 볼 시간이 없었다'는 본부장의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 본부장은 '형과 누나가 있는데 왜 굳이 본인이 가족을 돌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서류로 제출하라'고 말했다"며 "지금껏 시간을 다 쓰게 하고 나온 답변이 내가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유를 서류로 제출하라는 것"이라고 황당함을 나타냈다.

    이어 "내일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하기에 내가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유까지 작성했고 다시 전화를 10번 넘게 했는데 정 보도본부장은 받지 않고 있다. 자식이 뇌수술을 앞둔 고령의 아버지에 대해 휴직을 신청하는데 이런 식으로 괴롭히기를 하면 즐거울까. 너무 화가 난다"고 강한 분노를 표했다.

    해당 글이 게재된 후 댓글에는 "해도 너무한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연달아 달렸다.

    "아주 비열하고 못됐다. 그런 인간들이 더불어 삶을 부르짖고 정의를 부르짖다니", "의도적으로 무단결근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 "민주화운동 출신들이 정권 잡은 후 더 비민주화 된 나라", "끝까지 버티는 것만이 이기는 길이니 힘내시라" 등 분노와 응원이 뒤섞인 내용이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박상후 MBC 전 부국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위 MBC정상화위원회의 잔인함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아버지가 편찮아 자식된 도리를 하려는 것조차도 비열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김세의 기자는 현재 MBC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동조합의 핵심 인사인 최승호 사장의 취임 후 그는 배현진 전 앵커, 박상후 전 부국장 등과 함께 미디어센터 6층 조명실에 업무발령 대기상태로 지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의도적인 찍어내기라는 논란이 한창 일기도 했다.

    김 기자가 언급한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최승호 체제 하에서 출범한 MBC 정상화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이들은 현재 과거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 및 뉴스 리포트 제작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정상화위원회는 지난 2012년 10월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던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조사보고서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부장을 맡고 있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은 "사실과 다른 엉뚱한 발표가 났다. 당시 보도를 맡았던 기자가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자료가 배포돼 오히려 죄송하다'는 말을 해왔다. 이쯤 되면 정상화위원회 간판을 내리고 조작위원회라고 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마치 자신이 조작을 지시한 것처럼 발표가 나온 데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노동조합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80여명의 기자들은 현재 취재부서가 아닌 곳에 배치돼 단순 영상편집 등의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