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전문가들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 다분한데 당국이 방조하고 있어" 강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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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주적(主敵), 북한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는 수십여 개의 글이 민노총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를 관할하는 방심위 등 소관부처의 안일한 대응 실태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방송통신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법에 위촉되는 매체물을 관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을 인지했음에도 그 책임을 경찰과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취재진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홈페이지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단어를 검색, 그들을 찬양하는 글이 수십여 개가 쏟아져나온 사실을 보도했다.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고 장장  70년간 민족분렬의 고통을 들씌워온 기본 장본인인 미국은 시대착오적 대조선적대시정책과 무분별한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정책전환을 하여야 할 것..."

     "김정일 위원장은 한평생 조국과 민족, 인민을 위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정성을 다 바친, 인민의 자비로운 어버이였다...격동하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주체와 사회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민노총 홈페이지 발췌>

    '김정일 위원장의 위대한 업적', '김정일 장군님 만세',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북 김일성종합대학에 김정일위원장동상 제막' 등 노골적으로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듯한 글들이 수 없이 많았다. 특히 해당 게시물들이 민노총 홈페이지에서 한 번만에 검색에 걸리지 않아, 이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 ▲ ⓒ민노총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민노총 홈페이지 화면 캡처

    민노총 측은 당시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자유게시판에 있는 글들은 민노총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운영원칙에 따라 특정 글을 삭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 등에서 간혹 삭제 요청 공문이 날라오기도 했지만 우리의 자율 운영 원칙에 따라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굳이 하나하나 확인할 이유가 없는 성격의 글들"이라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후 댓글에는 "과연 이런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는 지 의심스럽다", "머리에 총을 맞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한 "저게 사실이라면 민주노총이 아니라 공산노총이다", "이런 이적단체를 그냥 둔다면 국기를 심각하게 위반한 국정농단이다", "국가보안법은 사악한 공산주의화를 막는 유일한 법적수단" 등 '국가보안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댓글도 연이어 올라왔다.

    이틀이 지난 30일 민노총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 동일한 검색어로 검색을 시도해봤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여전히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는 글들이 버젓이 노출됐다.

  •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뉴데일리DB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뉴데일리DB

    소관 부처인 방심위는 해당 사실을 알고 있을까. 방심위 측에 문의한 결과 이들은 민노총 측에 비슷한 성격의 다른 게시글로 인해 2014년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정 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 측은 "당시 우리가 보냈던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이행이 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URL 건에 대해서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뜬다. 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남아있는 여전히 다른 김일성 찬양글과 관련해서는 "통상적으로 그런 게시물은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서 신고가 들어와야 방심위에서 공문을 보내는 게 절차"이며 "공문을 받은 조직에서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시 관리ㆍ감독은 방통위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방심위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관련 게시물들을 관리감독ㆍ처벌 등의 후속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게시글들과 관련해 경찰ㆍ검찰ㆍ국정원ㆍ방심위 등이 나서지 않는 한 다른 조치 마련은 불가능한 것일까.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는 것은 스스로 민노총 측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현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은 3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실정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심위가) 민노총 측에서 몇 차례 공문을 받았다고 스스로 자인한 것은 문제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고의로 삭제하지 않았다는 셈이 되는 데 이는 충분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 역시 "경우에 따라 해당 사안은 '이적표현물에 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소정의 반포ㆍ방조ㆍ소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사실상 文정권에 들어서서 수사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보법 위반 판단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내리는 것이지만 이미 문제점이 인지된 상황에서 계속 특정 사이버 공간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는 민노총 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수사기관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 민노총 홈페이지의 주적 찬양 게시물과 관련해 유일하게 행정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방심위'는 여전히 난감하다는 기색이다. 수사기관의 의뢰없이 단독으로 움직일 명분이나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수사기관도 문제지만 엄연한 분단국가에서 이적표현물을 관리해야 할 행정기관이 모든 책임을 수사기관에만 떠넘기는 것도 문제"라며 "행정기관이라는 이유로 면피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