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이 시간을 버는 데 일조하지 않기를...
  • 李 竹 / 時事論評家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 보겠다”

    이제 북녘에 ‘특사’(特使)를 보내는데 대한 찬성 또는 반대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특정인 호(好) 불호(不好)도 따질 바가 아닌 게 됐다. 단지 ‘특사’ 파견의 ‘목적’과 그 결과에 주목할 뿐이다.

    북녘의 핵미사일은 이 나라 안보의 당면한 핵심 위협·도전이며, 이 나라의 존망(存亡)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그 무슨 ‘중재자’를 자임하며 양키나라와 북녘 간의 협상 의제 정도로 넘겨버렸다. 그리고는 ‘특사’를 파견해 북녘의 의중을 알아서 양키나라에 알려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디서부터 왜 이렇게 꼬였는지 적지 않은 국민들이 한심·비통해 하고 있는데 반해, ‘특사’를 파견하는 입장에서는 경사(慶事)스런 큰일이나 치루는 듯이 자랑질이다. 

    그간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북녘과의 ‘소통’ 성과임을 내세워 ‘대북 저자세’ 논란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북녘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속심은 아닌지...

  • 이런 맥락에서 앞에 제시한 목적과 그 ‘자랑질’, 그리고 그간의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어 보면, ‘특사’가 평양에 가서 할 일들을 대체로 짐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인 만큼 그런 일들은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국민들은 한 결 같이 바랄 뿐이다.

    ① “비핵화(非核化)에 대해 어찌 마음을 먹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은 너무 뻔하고 결례(缺禮)이니, 생략한다. 대신에... “그간 귀측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지 않고, 그에 걸맞는 대접을 소홀하게 해 온데 대해 크게 용서를 빈다. 앞으로 항상 유의할 것이며, 귀측이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이 남녘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계속 인정하겠다.”고 ‘특사’답게 ‘특별히 사죄’[特謝]한다. 


    또한 그 자리에서 ‘으니’가 북녘 핵무장의 필요성과 남녘이 양키나라의 ‘핵우산’에서 벗어나 자신의 ‘핵우산’ 속으로 기어 들어와야 한다는 장광설(長廣舌)을 펼라치면, 무릎을 꿇은 채 다소곳이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② “이번 평창 올림픽에 그‘분’(糞)들을 보내주셔서 찐한 냄새를 풍겨주신데 대해 감사한다. 그 일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남북관계를 쭉 이어가고 싶다. 최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도 계속되면 좋겠다.”는 유(類)의 그 무슨 ‘친서’(親書)를 내밀면서, 꼬리를 흔들어댄다.

    ③ “당분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만 참아주면, 양키나라와의 연합군사훈련을 연기내지는 폐지하는데 성심성의껏 힘을 보태겠다. 조금만 양보하셔서 한 차례만이라도 양키와의 대화에 나서주신다면, ‘비핵화’(非核化) 이딴 거와 상관없이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④ 위의 내용들은 이 나라 국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북녘의 핵문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는 합의와 함께,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린다.

    그저 한낱 부질없는 예상이고 기우(杞憂)이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부질없는 바램일 뿐이지만...

    북녘에 올라가면 ‘으니’ 면전에서 ‘특별히 죽을’[特死] 각오를 하더라도, “너희가 ‘비핵화’(肥核化)를 위해 시간 벌기를 꾀한다면, 몰락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다. 양키나라와 협상 이전에 당장 ‘비핵화’(非核化), 그것도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고(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핵폐기(denuclearization)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단, 우리도 너희가 짖어대듯이 ‘전쟁에는 전쟁으로’ 답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당당하게 외친다면,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까? 아마 ‘아직은 동맹국’도 태도를 달리할 것이다.

    이건 망상(妄想)? 아니면, 몽상(夢想)?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이젠 국민들이 그렇게 하라고 절절하게 한 목소리를 내고 결심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북 ‘특사’가 무슨 짓을, 무슨 말을 하고 오더라도, 또한 그 이후에라도... 그저 그렇게, 태평하게 흘려보낼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듯싶다.

    “우리 대한 삼천리강산은 곧 2천만의 생명을 싣고 풍파(風波) 거센 대해(大海)에 외로이 가고 있는 배와 같다. 생사(生死)와 존망(存亡)의 급함이 조석(朝夕)에 달려 있으니, 이는 삼척동자도 다 짐작하는 바이다.... 청컨대 우리 대한 동포들아! 상하(上下) 귀천(貴賤), 대소(大小) 관민(官民), 빈부(貧富) 존비(尊卑), 남녀노소를 다 막론하고, 삼천리강토에 속하여 2천만 인구에 포함되는 자들은 모두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에는 자기에게도 얼마큼씩 책임이 있는 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 ‘한성감옥’(漢城監獄)에서 청년 선각자가 절규(絶叫)한 바를 다시 기억한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