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한 해외 정상과의 외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 ▲ 제임스 리시 美상원의원이 18일 패널 토론에서 발언하는 모습. 그는 자신의 발언 이후 자리를 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뮌헨안보회의 공개영상 캡쳐.
    ▲ 제임스 리시 美상원의원이 18일 패널 토론에서 발언하는 모습. 그는 자신의 발언 이후 자리를 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뮌헨안보회의 공개영상 캡쳐.
    독일 뮌헨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안보회의가 열렸다. 55회째를 맞은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다양한 국제안보 문제가 논의됐지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북한이었다.

    이 회의는 초대받은 사람이 아니면 참석도, 취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이 즉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회의 후 공개된 영상들을 통해 참석자들의 다양한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한 美상원의원의 발언은 한국에도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해당 발언은 제임스 리시 美상원의원(공화, 아이다호)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회의에서 한 말이었다. 여기에 참석한 톰 라이트 美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이 트위터에 내용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리시 의원은 “북한에 대한 ‘코피 전략’은 없다”면서 “미국이 대북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코피’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규모로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제임스 리시 의원은 “미국의 대북공격이 일어나면 이는 문명사에서 가장 재앙에 가까운 사건이 될 것이지만 매우 매우 빠른 시간 내에 끝날 것”이라며 “이 공격이 끝난 뒤 세계는 지구상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량 사상자가 발생한 일을 처음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임스 리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美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운반 체계와 핵무기 기술이 결합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북한이 지금 같은 행동을 계속한다면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은 김정은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고 한다.

    제임스 리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美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부분을 매우 명확하게 밝혀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을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제임스 리시 의원의 발언은 북한이 계속 트럼프 정부를 과거의 미국 정부를 상대하듯이 했다가는 핵공격으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리시 발언이 국내에 알려진 뒤 같은 시간 독일 뮌헨에는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만이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들끓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 초청을 받아놓고도 왜 가지 않았느냐는 지적이었다.
  • ▲ 외교부가 지난 14일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강경화 외교장관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려 했다면 이날 공항에서 출국하는 것이 정상이다. ⓒ외교부 홈페이지 화면캡쳐.
    ▲ 외교부가 지난 14일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강경화 외교장관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려 했다면 이날 공항에서 출국하는 것이 정상이다. ⓒ외교부 홈페이지 화면캡쳐.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안보회의에 참석하려면 지난 14일에 현지로 떠났어야 한다. 그래야 여유있게 회의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강경화 외교장관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월드컵 전통시장’에 가서 시장 상인들과 덕담을 나누면서 장을 봤다고 한다.

    외교부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강경화 장관은 박홍섭 마포구청장, 양홍식 월드컵 전통시장 조합 총무이사 등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면서 떡, 건어물, 축산, 수산 등 설 명절 음식 재료를 구입해 마포구청 측에 전달하고 직접 사용할 설 성수용품도 구입했다”면서 “시장에서 마포구청 측에 전달한 물품은 ‘마포 행복나눔 푸드마켓’을 통해 지역 내 저소득 주민들에게 지원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망원동 월드컵 전통시장은 외교부와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을 한 시장으로, 강경화 장관의 이번 시장 방문은 설 성수용품의 물가 동향을 파악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시민들의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강 장관의 시장 방문 영상은 외교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뮌헨안보회의에 강경화 외교장관이 불참한 이유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많이 참석해 이들과의 외교 때문에 부득이하게 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전통시장 방문’ 자료를 본 사람들은 “독일에서는 북한에 대한 대북 선제공격과 대규모 사상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강경화 외교장관이 전통시장에나 간다는 게 말이냐 되느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다시 한 번 해명을 내놨다.
  • ▲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 재래시장을 찾은 강경화 외교장관. 같은 시간 세계 각국은 자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향하고 있었다. ⓒ외교부 제공.
    ▲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 재래시장을 찾은 강경화 외교장관. 같은 시간 세계 각국은 자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향하고 있었다. ⓒ외교부 제공.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슬로베니아 대통령의 공식 방한 행사에다 한국-노르웨이 정상회담, 한국-스웨덴 외교장관 회담 등 다수의 고위급 외교 일정이 잡혀 있었다”면서 “일부 언론이 이번에 강경화 장관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는데, 이번은 평창 동계올림픽 주최국 외교장관으로서 아쉽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노규덕 대변인은 “뮌헨안보회의는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어 강경화 장관을 대신해 다른 사람을 참석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때문에 함께 초청받은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에게 북핵 관련 내용을 상세히 브리핑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잘 표현하실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브리핑 이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 한국이 뮌헨안보회의에 초대를 받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라며 “그때부터 당시 윤병세 장관께서 매해 참석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는 한국 관련 세션도 없었고, 초청도 없었다는 것이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가 북한 핵문제여셔 강경화 장관이 막판까지 참석을 고심했다고 해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세계 정상급들과의 외교 때문에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외교부의 설명은 일견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와 그 주변 상황이 단순히 남북 대결의 구도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 대 중국과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국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강경화 외교장관의 뮌헨안보회의 불참이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