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전부터 "김영남과 동선 겹치지 않게 해달라" 했는데도… 리셉션에 나란히 헤드테이블 배정사전에 "선수단 만찬 일정 있다…포토세션만 참석" 언급에도 靑 측에서 거듭 요청해
  • ▲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리셉션장에 참석했다가 5분 만에 퇴장을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펜스 부통령의 돌발행동에 '외교 결례'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펜스 부통령이 북한 김영남과 마주치지 않을 것임을 사전에 알렸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두 사람을 마주 앉히려는 시도가 불러온 '외교 참사'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앞서 지난 9일 펜스 미국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동계 올림픽 리셉션 행사에 도착했다가 5분만에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사진촬영을 한 뒤 각국 정상들과 악수를 나누고는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과는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의 행보는 논란이 됐다. 같은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 내외가 문재인 대통령의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미국 펜스 부통령 내외의 명찰이 헤드테이블에서 목격됐다. 청와대가 헤드 테이블에 자리를 준비해놓고 있었음에도 펜스 부통령이 이를 지나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JTBC〉등 일부 언론에서는 "외교 의전을 무시한 무례에 가까운 돌발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거라면 굳이 한국에 올 필요도 없지 않느냐"며 "설사 북한과 미국이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외교 결례를 보이는 건 문제가 아니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무리하게 북한과 미국이 마주치는 모습을 연출하려다 빚어진 외교 참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사전에 펜스 부통령의 불참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펜스 부통령 퇴장 사건의 다음날인 10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펜스 부통령이) 선수단과 만찬 일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했었다"며 "(청와대 측이)리셉션 일정에 와달라고 거듭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일정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다만 6시에 열리는 포토세션만 했으면 좋겠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가 "행사장으로 어쨌든 오시니 리셉션에 참석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거듭 전달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어렵겠다는 통보를 행사 1시간 전 쯤 받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이 미국 측이 리셉션에 참석한다는 확답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느냐고 따져묻자 "그렇다"고도 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방한 전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던 부분이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하기 전부터 북한 김영남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짜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한 전인 지난 5일 "북·미간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노력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문재인 정부는 펜스 부통령을 김영남과 함께 헤드 테이블에 배정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 내외 좌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바로 왼편으로, 만일 펜스 부통령이 착석했다면 정면에 김영남 위원장이 마주 보이는 자리다. 혈맹인 미국의 실질적 2인자의 요청을 보란듯 무시한 셈이다.

    결국 청와대가 '펜스 부통령이라 하더라도 막상 오면 입장이 달라지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을 근거로 두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는 그림을 밀어붙였고, 이를 펜스 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리셉션 행사의 헤드테이블 중 일부가 공석으로 남는 '외교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동맹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쇼로 접근하다가 빚어진 사태로 또 하나의 외교참사"라며 "최근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미국과는 너무나도 다르다"고 꼬집었다.

    전 대변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에 지성호씨를 포함한 탈북자 8명을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압제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 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에 방한하면서 탈북자와 함께 천안함 전시관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자유를 위한 싸움에 미국인들도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아울러 "우리 국민은 물론 미국마저 바로보고 있는 북한의 실체를 문재인 대통령과 주사파, 운동권 출신 집권세력만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