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0%대 깨지는 여론조사도 등장… 선거자금 '증발' 된다면 후폭풍 작지 않아
  • ▲ 자유한국당 안철수 후보가 4일 경북 안동을 찾은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안철수 후보가 4일 경북 안동을 찾은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들려오는 소식마다 불길한 소식이다. 한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구축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총력을 다했던 마지막 TV토론회에서도 기대만큼 호평이 나오지 않자, "이러다 선거 보전금 기준인 15%를 못 넘을 수 있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돌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선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동아일보〉가 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일과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는 40.2%, 안철수 후보는 19.9%, 홍준표 후보는 17.7%였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18일,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안 후보의 하락세와 홍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은 역시 TV토론이었다.

    6번의 TV토론을 본 뒤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은 14.6%였고, 그중 절반에 가까운 49.8%가 안 후보 지지자였다. 전체의 7%에 가까운 지지율이 안 후보에서 다른 후보로 이동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남녀를 대상으로 1일과 2일 진행됐다. 응답률은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였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사라진 반등 모멘텀, 밴드웨건 효과도 미미할 듯

    안철수 후보는 지난 4월 초, 반기문-황교안 두 여권 후보군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경선결과가 문재인 후보로 결정되면서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던 일부 중도층이 안철수 후보로 이동했고, '문재인 만큼은 안 된다'는 정서가 짙었던 보수 유권자로부터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때 안 후보의 지지세는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였다. 호남 지역에서 문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안 후보로서는 상황에 따라 문 후보의 표를 추가로 끌고 온다면 안철수 1강 체제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지율 역전의 분수령으로 꼽힌 건 TV토론회였다.

    그러나 막상 TV토론이 시작되자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속절없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안 후보 TV토론을 준비했던 실무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정도로 안 후보의 TV토론을 지적하는 견해가 많았다. 토론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TV토론 화제로 떠올랐던 'MB 아바타' 발언을 두고 "호남에서 문재인 측의 네거티브가 너무 심해 반(反) MB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수였다"며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는 2일 밤에 열린 마지막 TV토론 이후의 유권자의 반응은 거의 포함되지 않은 결과다. 안 후보가 마지막 TV토론에서도 크게 호평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지율을 반등시킬 '터닝포인트'도 명확하지 않다. 같은 추세라면 지지율 추가 하락이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중도층이 급격하게 와해되고 보수층은 홍준표 후보로 결집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안철수 후보가 더 이상 '밴드웨건(사표 방지 심리)' 효과에 기댈 수 없다는 정치권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홍 후보는 5월 1일~2일 조사에서 보수층의 43.4%를 끌어모았다. 그는 4월 초 조사에서는 16.2%를 받았는데, 당시 안철수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52.6%에 달했다. 그러나 5월 1일~2일 조사에서 안 후보는 17.1%까지 내려앉았다.

    중도층에서도 안 후보는 4월 초 조사에서 41.1%를 모았지만, 18.4%까지 떨어졌다. 홍 후보는 확장성이 없다는 일각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4%에서 12.8%로 상승했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RDD표본프레임 추출을 통해 이뤄진조사다. 응답률 13.6%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9%p 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 조선일보의 5월 1~2일 여론조사 중 보수,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후보 변화 추세 ⓒ 조선일보 보도 캡쳐
    ▲ 조선일보의 5월 1~2일 여론조사 중 보수,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후보 변화 추세 ⓒ 조선일보 보도 캡쳐

    ◆ 안철수 만약 득표율 15%에 미달한다면…

    안철수 후보의 20% 지지율선 붕괴는 의미가 작지 않다. 15% 지지율을 넘지 못하면 선거금을 온전히 보전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사용한 국민의당으로서는 당장 당의 존폐가 걸린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애당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후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을 상대해야 한다. 지금도 반드시 당선돼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금 보전 문제까지 발생한다면 당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선거결과에 여유로운 측면이 있다. 탄핵 국면을 거치며 지지율 한자리 숫자로 출발한데다, 선거비용을 보전 받기만 해도 '성공'으로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른정당 13명 국회의원들이 탈당 후 자유한국당 복당을 앞두고 있어 홍 후보가 설령 당선되지 않는다 해도 선거 이후 제1야당 역할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때문에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록 안 후보의 동선은 좁아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신생정당이어서 아직 전국적인 조직이 부족하다. 특히 보수 유권자들이 있는 영남에서 조직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안 후보로서는 결집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호남권에 갇히는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선거 초반 홍준표 후보가 영남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모습이 안 후보에게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호남행이 반드시 나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안 후보로서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는 것이 최선인데, 그러려면 문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호남 등 '집토끼'에 주력하는 편이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구도는 문 후보가 상수로 고정된 채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홍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만일 안 후보가 홍 후보로 이동한 표심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치열한 2위싸움이 벌어지면 1위 후보의 안정적 승리만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홍 후보가 아닌 문 후보의 지지율을 흔드는 쪽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호남에서 안 후보가 절대적인 득표를 얻으며 문 후보의 근간을 흔들어야 안 후보가 진보와 중도층을 얻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는 추세만 보여줬을 뿐, 앞으로 일주일은 다시 알 수 없다"며 "다만 선거가 승자독식인 점을 감안하면 안 후보에게도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