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시장 돌며 일일이 명함 건네… 마지막엔 큰절로 지지 호소
  •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9일 경북 청송시장에서 한 노인 유권자와 손을 꼭 맞잡은채 몸을 굽혀 귀엣말을 듣고 있다. ⓒ청송(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9일 경북 청송시장에서 한 노인 유권자와 손을 꼭 맞잡은채 몸을 굽혀 귀엣말을 듣고 있다. ⓒ청송(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의 투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강행군을 펼치며 판세 '굳히기'에 돌입했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공약이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뒷면에 인쇄된 명함 대신, 투표용지 기호 2번에 기표된 이미지가 들어간 명함을 활용하며 이번 재선거부터 바뀐 기호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등 막판 표 단속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원 후보는 9일 장날을 맞이한 경북 청송시장을 찾아 군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돌렸다.

    이 지역은 김재원 후보가 17대·19대 두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유권자들과 낯이 익은 곳이다. 게다가 평소 관광업에 관심이 많은 김재원 후보가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는 청송에 많은 신경을 썼고, 당진영덕고속도로의 상주~영덕 구간 완전 개통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여 인기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입증하듯 이날 청송시장에 나온 군민들은 김재원 후보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김재원 후보는 시장 어귀로 들어서던 한 노인을 보자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더 건강해지셨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이 노인은 무슨 긴한 말을 할 게 있었는지 김재원 후보와 악수한 손을 꽉 붙들며 후보 쪽으로 다가섰다. 김재원 후보는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서 몸을 굽혀 귀엣말을 듣는 모습을 보였다.

    한참이나 노인과 귀엣말을 나눈 김재원 후보는 슬몃 웃으며 "말씀 좀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노인도 "걱정 말라"고 화답했다.

    시장으로 들어선 뒤에는 장을 보러 나온 노파를 보고 "어떻게 백날 그대로고?"라며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노파의 손에 쥐어져 있는 천 원 짜리 서너 장을 바라보더니 혀를 차며 "노령연금이라도 찾아들고 오지, 그래갖고 살 게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노파가 "잘하소"라고 격려하자, 김재원 후보는 "찍어줘야 잘하지, 몇 번인지 아나"라고 대뜸 물었다.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인 노파가 김재원 후보 유세복에 크게 쓰여있던 숫자 '2'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 있네"라고 답하자, 김재원 후보는 웃으면서 "칸닝구하지 말고"라고 웃었다. 노파도 웃으며 "열심히 하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호를 강조하는 것은 약 10년간 기호 1번을 놓치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이 이번 재선거부터 기호 2번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지원유세를 왔던 최연혜 전 최고위원도 낯선듯 "이제 기호가 2번이냐"고 물었고, 이에 김재원 후보가 손가락 2개를 흔들어보이며 답하는 모습이 목격된 적도 있다.

  •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9일 경북 청송시장에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의 선거운동원과 환하게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송(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9일 경북 청송시장에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의 선거운동원과 환하게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송(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고령층이 많은 지역구의 특성상 잘못 기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바뀐 기호를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부하는 명함도 공약 대신 기호 강조로 바뀐 것도 이 때문으로 읽힌다.

    기호 강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좌판과 점포마다 일일이 인사하던 김재원 후보는 한 상인이 뻥튀기를 튀기는데 몰입해 있는 것을 보고 순간 머뭇거렸다. 그런데 상인 쪽에서 먼저 슥 돌아보더니 "김재원이!" 하면서 기호 2번을 상징하는 듯한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다.

    어려운 지역경기를 보여주듯 장날인데도 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김재원 후보가 하도 열심히 시장통을 돌아다니다보니, 같은 사람을 몇 번이나 마주치기도 했다. 김재원 후보가 이 때마다 거듭 인사하자, 군민들은 "봤는데 또?"라고 웃으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평소 청송시장에서 보지 못한 듯한 노파를 보자 "어디서 오셨소?"라고 물으며 말을 걸기도 했다. 파천면 신기리라는 말을 듣자, 김재원 후보는 이 노파와 신기리 이장, 노인회장을 화제로 한동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일부 군민들은 김재원 후보가 다가오자 먼저 "알아요 알아"라고 웃으며 손을 내젓는데도, 김재원 후보는 "악수는 한 번 꼭 해야지"라며 굳이 명함을 쥐어주고, 헤어질 때는 꼭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했다.

    또, 바른정당 권오을 경북도당위원장이 시장 입구에서 연설를 하던 관계로 늘어서 있던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도 한 명 한 명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이렇게까지 김재원 후보가 열심히 유세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낙천해, 시·군민들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잃었다는 아픔이 컸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재원 후보는 군위·의성·청송에서 17대·19대 두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8년 18대 총선 때의 낙천은 직전해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친이계의 득세에 따른 낙천이라도 쳐도,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경선에서 낙천된 것은 아픔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원으로서 국회 상임위원장과 각종 핵심 당직을 맡을 수 있는 3선의 고지를 앞두고 발을 헛디뎠던 것은 개인적인 아쉬움과 아픔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청송시장 유세에서도 김재원 후보의 이러한 심경이 어느 정도 읽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9일 경북 청송시장에서 연설을 마친 뒤, 도의원들과 함께 큰절을 올리고 있다. ⓒ청송(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9일 경북 청송시장에서 연설을 마친 뒤, 도의원들과 함께 큰절을 올리고 있다. ⓒ청송(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김재원 후보는 이날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더니 "내 마음을 다 담아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심경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리에 5년 만에 다시 섰다"며 "지난해에는 무슨 도깨비가 잡아갔는지도 모르게, 여론조사하더니 '공천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내가 선거에 출마조차 못하고 물러서서 5년 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섰다"며 "이제 청송군민 여러분들의 아픔을 가슴에 절절히 담고, 더 이상 지지 않고 항상 이기는 대한민국의 사나이 김재원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의 낙천을 '청송군민의 아픔'으로 표현한 이유는, 김재원 후보의 낙천 이후 그가 신경썼던 청송의 여러 사업들이 중단됐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청송교도소'로 유명한 진보면과 관련한 교정공무원의 현지채용 특채제도에 대해 "내가 제도를 만들고 시행했는데, 한 번 시행하더니 의원 떨어지자마자 중단됐다"고 말했다. 청송읍 LPG가스 배관망 사업과 관련해서도 "중앙정부 예산도 내려왔는데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나 김재원이 청송군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사업과 숙제들을 하겠다"며 "좀 열심히 일하려면, 나를 당선시켜줘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접근성 개선과 관광업 등 기존에 신경썼던 부분들도 내세웠다.

    김재원 후보는 "청송사과는 명품으로 대한민국에서 이름이 높고, 주왕산은 국립공원으로 대한민국 으뜸가는 관광지"라며 "상주·의성을 거쳐 영덕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5월이 되면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청송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아가 "그렇게 되면 청송의 명품 주왕산과 사과 등 각종 농산물들이 모두 비싸게 팔리고 청송의 관광업도 주민여러분들의 소득으로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더니, 유세차량에서 내려와 '큰절'로 다시 한 번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