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대통령 다 된 것처럼 행세한다" 탄식… 정작 본인은 "대세는 대세"
  • ▲ 한때 국내를 대표하는 온천관광호텔이었던 충북 충주 수안보의 한 호텔이 20년 넘게 폐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해당 호텔의 측문이 굳게 닫혀 있다. ⓒ충주(충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한때 국내를 대표하는 온천관광호텔이었던 충북 충주 수안보의 한 호텔이 20년 넘게 폐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해당 호텔의 측문이 굳게 닫혀 있다. ⓒ충주(충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충주 수안보는 우리나라 온천 중에서 물이 좋기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데워쓸 필요 없는 자연용출 53℃의 온천수는 일제시대인 1929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는데도, 충주시에서 중앙집중방식으로 엄격하게 관리해, 지금까지도 변치 않는 수질을 자랑한다.

    이러한 수안보를 온천 성수기인 12일에 찾았다. '숲 속의 노천온천'으로 유명한 한 호텔의 노천탕은 훌륭했고, 지역의 명물인 꿩 요리를 내놓는 식당은 맛있는 음식을 친절한 분위기에서 내놓았다.

    그럼에도 도처에 널린 쇠락의 흔적은 지울 수 없었다. 3번 국도에서 진입하는 입구에는 한때 국내를 대표했던 관광호텔이 20년 넘게 폐업 상태로 있다. 중심가로 접어들면, 짓다 만 온천리조트가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버스터미널을 겸했던 호텔마저 망한지 10년을 맞이한다. 이 때문에 수안보의 시외버스정류장은 국내 최고 온천관광지의 터미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옹색한 모습으로 외곽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부활 조짐이 보인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올해에는 겨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야심차게 착수했던 이글밸리 스키장이 경영난으로 개장조차 못했다. 슬로프는 흙을 드러낸 가운데, 문전에 늘어선 렌탈업소들은 줄폐업하는 등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이다.

    한때 연 인원 4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을 자랑하던 국내 최고의 온천 관광지는 왜 이렇게 쇠락했을까.

  • ▲ 국내 최고의 온천관광지로서의 위용을 자랑했던 충북 충주 수안보 중심가에 12일 한 건물이 짓다 만 상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공사장의 안전제일 표지마저 다 떨어져나가고 전 자만 위태롭게 붙어 있다. ⓒ충주(충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내 최고의 온천관광지로서의 위용을 자랑했던 충북 충주 수안보 중심가에 12일 한 건물이 짓다 만 상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공사장의 안전제일 표지마저 다 떨어져나가고 전 자만 위태롭게 붙어 있다. ⓒ충주(충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관계자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1년에 350만 명이라는 관광객이 오던 시절이 있었다"며 "너무 많이 오다보니까 지역에서 관광객들에게 불편하게 대했던 것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교만이 쇠락의 원인이었다는 말이다.

    정치권에 '수안보의 교훈'이 꼭 필요한 인물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있다. 대선이 언제 치러질지도 모르는데,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세하는 교만함은 헌정사에서 그 비슷한 사례를 찾기조차 어렵다.

    지난 8일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한 송영길 의원이 나랏돈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늘린다는 정책을 비판하자, 문재인 전 대표는 당장 그날 오후에 "후보는 나"라고 잘라말했다. '대통령은 난데 감히 누가 토를 다느냐'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다.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미 마음은 대통령인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빨리 내려지지 않으니, 조급증이 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조차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걸로 생각하고 있으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혀를 찼을 정도다.

    대통령과 같은 불통 행태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당내에서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듭된 토론 요청은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이 모습만 보면 두 사람은 후보 자리를 놓고 대등한 지위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대통령과 일개 기초단체장의 관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재인 전 대표 본인이 대통령 다 된 것처럼 행세하니 수행원들마저 대통령 경호원처럼 느끼게 된 것일까. 취재진들의 질문을 차단하는 모습에,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미 대통령이 다 된 듯 오만하다"고 탄식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하지만 지난 9일 JTBC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세한다는 질문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답하며 "그래도 (내가) 대세는 대세"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정치인은 민심이라는 호수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라는 것을 잊은 것일까. 국민들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교만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정치인들도 감히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그러한 비판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민심의 대변에 대해 단지 '반대 정치인들의 뭇매'라고 태연히 들어넘길 수 있는 후안무치함이 놀랍다.

    "정말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갈 거냐"는 질문에는 "마치 사상검증처럼 그러니, 참…"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위세다.

    일본의 고전 명문인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는 "사라쌍수의 꽃색깔, 성자필쇠(盛者必衰)의 이치를 보여주네"라며 "교만한 자 오래가지 못하니, 봄날 밤의 꿈과 같다"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또, 〈잠언〉에서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함은 넘어짐의 앞잡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수안보는 국내 최고의 온천수가 있는데도, 연 인원 350만 명이 찾던 영화가 봄날 밤의 꿈처럼 흘러갔다. 하물며 문재인 전 대표는 컨텐츠, '알맹이'조차 없다는 비판이 많지 않은가.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권 뿐만 아니라 갑남을녀(甲男乙女) 국민 그 누가 보더라도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세하는 교만함을 버리지 못하면, 그가 그토록 스스로 자랑하는 '대세론'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