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파문'은 정우택에 불리한 요소… 경선 직전 진전된 입장 나올까
  • 친박계와 비박계의 전면전 혈투에 막판 '경선 연기' 주장까지 나오는 등 혼돈 속에 휩싸였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조경태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은 15일 오후 선관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정우택 의원과 나경원 의원) 양쪽의 조율을 이주영 의원이 하고 있으니 오늘 늦게까지 한 번 기다려보기로 했다"면서도 "양쪽의 의견 일치가 되지 않으면 내일(16일) 정상적으로 원내대표 선출을 하기로 결정났다"고 설명했다.

    중립·중도 성향의 5선 중진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현역 의원 21명과 회동을 가진 뒤 "내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 줄세우기로 가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지 않느냐"며 "합의추대를 추진하기 위해 내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추후로 연기해달라"고 선관위에 요청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팽팽한 세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립 성향 의원 21명의 입장은 상당한 발언력을 갖고 있기에, 원내대표 경선이 연기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졌다. 그러나 조경태 위원장이 원칙적으로 원내대표 경선을 정상적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이주영 의원이 친박~비박계의 대표선수인 정우택 의원과 나경원 의원 사이에서 의견 조율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합의는 난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은 16일 오전 9시 30분에 소집될 의원총회에서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정우택~이현재 후보 진영과 비박계 나경원~김세연 후보 진영 사이의 희비를 가를 4대 쟁점 포인트로는 △윤리위 친박 공수부대 투입 논란 △비박계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 표심 △친박~비박 계파 내부의 표 결집도 등이 꼽힌다.

  • ▲ 새누리당 나경원 원내대표~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나경원 원내대표~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계 지도부의 윤리위 장악 시도는 '자충수'

    지난 13일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가 윤리위원회에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낙하산으로 내리꽂듯 투입한 것은 엄청난 반발을 자초한 '자충수'로 드러나고 있다.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13일 외부인사 6명 등 기존 7명의 중립적 인사로 구성돼 있던 윤리위에 새로 8명의 친박계 인사를 투입했다. 이 중 4명은 현역 국회의원으로, 진박(眞朴)으로 분류되는 이우현·박대출·곽상도·이양수 의원 등이다.

    이들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윤리위의 박근혜 대통령 당원에 대한 징계수위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낙하산으로 긴급 투입됐다는 점에서 '진압 공수부대'로 비견되기도 한다. 이에 반발한 이진곤 윤리위원장 등 종래의 윤리위원 내·외부 인사는 전원 사퇴했다.

    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이에 반발해 15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을 점거하고 항의 농성을 벌인데 이어, 전면적인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 '윤리위 친박 공수부대 투입 파문'은 당원과 당직자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표심도 뒤흔들고 있다.

    이정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직을 수행해 현 친박계 지도부에 우호적인 의원으로 분류됐던 박명재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립·중도 성향 의원 회동에서 '윤리위 파문'에 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명재 의원은 "(친박계의) 윤리위 (재)구성을 보면서 정말 절망을 느꼈다"며 "당의 가장 기본적인 기강이 무너진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격분했다.

    박명재 의원과 같은 수위의 분노를 느낀 의원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날 현역 의원이 21명 모인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에서도 만장일치로 "윤리위를 원상회복하라"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모임의 주최자인 이주영 의원은 "오늘 모인 의원들이 그 (윤리위) 문제로 제일 격앙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로 계파 싸움을 하는 와중에 '물러나라' 당을 떠나라' '정계를 은퇴하라'는 말들을 쏟아내곤 하지만, 실제로 상대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신사협정"이라며 "많은 의원들이 친박의 윤리위 장악을 김무성·유승민 전 대표를 출당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는데, 의원들은 '게임의 규칙'을 어긴 이러한 시도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비박계 신당 지지율 저조" 여론조사, 영향 있을까

    윤리위에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수부대처럼 낙하한 것이 정우택 의원에게 불리한 요소라면, 비박계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나경원 의원에게 불리한 요소에 속한다.

    〈리얼미터〉는 CBS라디오의 의뢰로 15일 새누리당의 분당 상황을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비박계 신당에 다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이념별)·영남권(권역별)·고령층(연령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친박계 정당이 비박계 정당을 설문에 따라 최대 2배 이상의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스로를 보수 성향이라고 밝인 유권자들은 친박계 정당에 37.0%의 지지를 보내, 비박계 정당에 지지를 보낸 22.0%를 크게 앞섰다.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 권역을 보면, 친박계 정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본산인 대구·경북 권역에서 22.6%의 지지를 얻어, 9.4%에 그친 비박계 정당을 압도한데 이어, 부산·울산·경남에서도 18.8%의 지지로 비박계 정당(15.2%)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연령별로 살펴봐도 비박계 정당은 핵심 지지 기반인 60대 이상에서 열세를 보였다. 친박계 정당은 60대 이상 고령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26.4%의 지지를 얻어 비박계 정당(18.2%)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표를 찍어줄 지지층을 보고 가게 되는 법인데, 우리 당의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서 친박계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15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21명의 현역 의원이 모였는데, 이들은 경선 1시간 전인 16일 오전 8시 30분 의원회관에서 다시금 회동할 예정이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15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21명의 현역 의원이 모였는데, 이들은 경선 1시간 전인 16일 오전 8시 30분 의원회관에서 다시금 회동할 예정이다. ⓒ뉴시스 사진DB

    ◆'캐스팅보트' 중립 성향 의원들, 경선 1시간 전에 모여

    원내대표 경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막판 최대 관심사다.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이주영 의원이 주최한 중립·중도 성향 의원 회동에는 21명의 현역 의원이 모였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친박~비박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유동적인 표가 25표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이날 회동해 △계파 모임 해체 △윤리위 원상회복 △원내대표 경선 연기와 합의추대 추진을 결의했으나, 이같은 결의는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은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기 불과 1시간 전인 16일 오전 8시 30분 의원회관에서 다시 모여, 원내대표 경선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보면 20여 표가 막판에 이동하는 것이므로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들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집단적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의 회동이란 말그대로 어떤 계파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임을 주최한 이주영 의원도 이날 "이 모임조차 또 무슨 분파로 비쳐서는 안 되겠기에 이름도 정하지 않았다"며 "의원들이 최다선으로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고 있는 나더러 구심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심부름을 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주영 의원이 최다선 의원으로서 모임을 주최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의 표심을 특정 방향으로 강제할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합의추대 시도가 실패하고 경선에 돌입하면, 각자 자기가 마음먹은대로 자유투표한다고 봐야 한다"고 관측했다.

    이들을 가장 분노하게 한 사안이 '윤리위 파문'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기 직전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나 정우택 의원이 이에 대해 어떠한 유의미한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표심이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비록 나경원 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동료 의원들에게 사실상 나경원 의원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비록 나경원 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동료 의원들에게 사실상 나경원 의원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뉴시스 사진DB

    ◆비박계, 막판 표 결집 시도… 유승민은 보도자료 배포키도

    중립·중도 성향 의원들의 표심이 흔히 '산토끼'로 표현되는 변수라면, 친박~비박계 내부의 표 결집도는 '집토끼' 변수에 해당한다.

    이날 오전까지 표 결집도는 친박계가 높다는 관측이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정우택~이현재 의원이 오전에 의원실에 인사하러 왔는데 (의원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의원이 방에서 나와 정우택 의원을 이끌면서 '나는 신경쓰지 말고 중립 의원들을 잡으러 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친박계 의원들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조직력으로 결속해 있다. 비박계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비박(非朴)이라는 것 자체가 누구를 중심으로 뭉친 게 아니라 그저 '친박(親朴)이 아니다'라는 공통점 하나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비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나경원~김세연 의원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옅은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날 "(비박계 3선 의원인) 김○○ 의원과 김△△ 의원으로부터 나경원 의원을 지지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비박계의 중핵 역할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례적으로 이날 오후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나경원 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이 후보를 낸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당헌·당규의 절차 안에서 보수혁명을 시작하는 길은 내일 경선에서 의원들의 한 표, 한 표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고, 사실상 나경원 의원 지지를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선거전에 뛰어들지 않은 제3자가 보도자료를 내서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라며 "비박계가 체면을 던져버리고 표 결집에 나섰는데, 그동안 조직력에서 꾸준히 친박계에 밀렸던 비박계가 이번에는 응집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