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해산해버리면 1년에 40억 원 손해… 이 금액은 '적'의 품으로
  • 새누리당 내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방면의 모색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를 주장해온 당내 쇄신파가 목소리 높여온 '당 해체 후 재창당'이 가능할지에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2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친박의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비대위 전환을 논의할 중진의원 각 3인씩을 추천했다. 추천된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과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비대위에 부여할 권한에 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이날 "다수 의원들의 비대위 구성 논의가 구체화돼서 환영한다"며 "진심으로 당을 살릴 비대위가 구성된다고 하면, 최고위원회의에 의안으로 올려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이르면 이날 중으로 당대표 사퇴와 비대위 전환이 점쳐졌던 것과는 달리, 이정현 대표는 일단 "사퇴에 대해서는 12월 20일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며 "지금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 새누리당은 해체 후 재창당의 길을 걷게 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현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은 해체 후 재창당의 길을 걷게 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현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비대위원장 '전권' 요구… '해체 후 재창당' 위해?

    이는 중진의원 모임에서 비대위에 부여할 '전권'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미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도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비대위 구성이 돼야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전권을 부여한다는) 이야기가 진전이 안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 지지율이 3위로 추락할 위기에 놓이는 등 비상한 국면이기 때문에 '당 해체 후 재창당' 등 비상한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초 '해체'가 아닌 '해체 수준'을 거론하며 당명과 로고 변경 등을 제시했던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대통령의 여러 가지 비리가 나오니, 국민들이 실망한 만큼 당은 더욱 쇄신해야 한다"며 "다들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해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의 '해체 후 재창당'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비박계 의원들은 결정적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당해산은 비례대표 의원상실 예외사유… 의석 손실 없어

    정당 해체의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의 향배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은데, 결론적으로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에는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일단 '해체'하기 위해서는 정당법 제45조에 따라 자진해산의 결의를 해야 하는데, 공직선거법 제192조 4항은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하면서도 △합당 △해산 △제명은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해산하면 17명의 무소속 비례대표 의원이 생기는 셈이다. 이들이 다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재창당할 정당에 입당하면, 뜻밖의 '배신'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의석 수의 변동은 없다.

  •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후보자명부를 발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해체 후 재창당을 위해 자진해산하면 이 때 발표한 비례대표후보자명부는 무효가 된다. 이미 국회의원이 된 비례대표 의원들은 상관 없지만, 후보자들은 향후 비례대표직을 승계할 수 없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후보자명부를 발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해체 후 재창당을 위해 자진해산하면 이 때 발표한 비례대표후보자명부는 무효가 된다. 이미 국회의원이 된 비례대표 의원들은 상관 없지만, 후보자들은 향후 비례대표직을 승계할 수 없다. ⓒ뉴시스 사진DB

    ◆잠재적 손실 가능성… 비례 의석 상실해도 승계 못해

    잠재적인 의석의 손실은 발생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도 여러 가지 사유로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구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공선법 제200조 2항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이 총선 당시 소속한 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명부 순위에 따라 의석을 승계할 사람을 결정한다. 한명숙 전 총리가 의원직을 상실하자, 19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순위 22번이었던 신문식 의원이 이를 승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당이 해산되면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제출했던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명부는 무효가 된다. 재창당을 하더라도 기존의 새누리당과는 법적으로 서로 다른 정당이므로 그 명부가 되살아날 여지는 없다. 공선법 제200조 2항 단서도 정당이 해산된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순위 17번인 김현아 대변인까지 당선을 시켰는데, 만일 '해체 후 재창당'을 하면 이후 17명의 비례대표 의원 중에 의원직을 상실하는 사람이 나오더라도, 순위 18번인 김철수 전 재정위원장이 의원직을 승계할 여지는 없어지는 셈이다.

    ◆500억 자산 국고 귀속… '천막당사' 시절에 비하면 미미

    의원직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산과 수입이다.

    새누리당의 자산은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 제48조 1항은 자진해산한 정당의 잔여재산은 당헌에 따라 처분하되, 같은 조 2항에서 국고에 귀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 제118조에서도 해산을 하게 되면 청산위원회를 구성해, 잔여재산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등 사무 종결과 청산 절차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딱히 잔여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라는 규정은 없다. 결국 국고로 귀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옛날 (천막당사 시절 1100억 원 상당의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던 때를) 생각하면 되레 지금의 자산은 별로 없는 것"이라며 "(당의 쇄신을 생각하면) 자산이라는 것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 ▲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재현된 천막당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박근혜 전현직 대통령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 1100억 원에 달하는 천안연수원을 비롯 천수백억 원의 자산을 국가에 헌납한 바 있다. ⓒ뉴시스 사진DB
    ▲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재현된 천막당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박근혜 전현직 대통령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 1100억 원에 달하는 천안연수원을 비롯 천수백억 원의 자산을 국가에 헌납한 바 있다. ⓒ뉴시스 사진DB

    ◆해산하면 총선 득표수 사라져… 정당보조금 손실 불가피

    문제는 정작 향후 당의 수입에 달려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당의 수입처로는 당비·후원금·기탁금·국고보조금 등이 있다. 이 중 책임당원들이 납부하는 당비는 이들에게 발송하는 문자 메시지 비용이나 벌충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고, 가장 주된 수입처는 국고보조금이다.

    정치자금법 제27조는 국고보조금 배분 방법을 결정하고 있는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들의 보조금 액수를 가르는 기준은 △의석 수 △총선 득표 수 비율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5일 2016년도 4분기 정당 경상보조금 104억6194만여 원을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에 나누어 지급했다.

    새누리당은 이 중 36억9160억여 원을 지급받았다. △원내교섭단체이기 때문에 지급받은 액수가 17억4000여만 원 △의석 수에 따라 분배받은 액수가 10억1000여만 원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라 분배받은 액수가 9억1000여만 원이다.

    ◆'1년 40억 원 손해'… 대선 앞두고 야3당 품으로 돌아가 '이중손해'

    이 중 원내교섭단체 지위와 원내 의석 수에 따라 지급받는 액수는 그대로 129석의 의석을 유지한 채 '해체 후 재창당'한다고 하면 변할 것은 없다.

    그러나 20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38.9%를 득표한 것을 근거로 지급받는 9억여 원은 '해체 후 재창당'을 하면 사라지게 된다. 새로 재창당할 신당과 20대 총선에서 38.9%를 득표했던 새누리당은 법적으로 서로 다른 정당이기 때문이다.

    정당보조금은 1년에 네 차례식 분기별로 지급되는데, 분기당 9억 원을 손실한다고 하면 1년에 손해보는 수입은 40억 원에 가깝게 된다.

    단순히 새누리당이 그만큼 못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당보조금은 법령에 의해 정해진 총액을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4개 정당이 나눠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해체 후 재창당'을 해서 1년에 40억 원을 못 받게 되면, 그만큼의 액수가 야3당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른바 '적을 배불려주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의 자산이라는 500억 원이야 자기 돈도 아니고 대부분 시·도당사 등 쓸 수도 없는 '굳어있는 재산'인데, 국고로 귀속된다 한들 진지하게 손해본다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겠느냐"면서도 "내년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40억 원을 손해보는 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