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黨 출현하면 탄핵도 가능… "憲政 사상 유일한 탄핵, 여당 분당이 단초였다"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9월 23일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9월 23일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야기된 정국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내홍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여권발 분당 위기의 종착역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정치권 안팎에 감돌고 있다.

    새누리당의 의원총회가 4일 오후로 예고돼 있다. 황영철 의원 등이 소집을 요구한 의총에서는 '지도부 퇴진론'이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비박계 의원들은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 등 당의 공식적인 회의체는 물론 이른바 '5룡 회동' 등 수시로 비공식적 회동을 가져가며 지도부 퇴진을 압박해왔다. 매일 아침 진행되는 주요 매체의 라디오 인터뷰도 비박계 의원들이 점령했다.

    비박계의 연일 계속되는 '지도부 퇴진론' 파상공세에 친박계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대응했다.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간간히 반격이 있었지만, 매체를 통한 반격은 엄두도 못 냈던 것이 사실이다.

    거취 논란의 중심에 선 이정현 대표는 3일에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나는 28만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대표"라며 "소수 의원들이 물러나라고 하지만, 꿋꿋하게 당을 지키고 위기를 극복해달라는 당원과 의원들도 많다"며 퇴진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새로운 총리 지명, 청와대 비서실장·정무수석 개편 등으로 정부와 청와대의 '인적 쇄신'이 이뤄진 마당에, 당정청(黨政靑) 중 당만 현재의 지도부로 그대로 갈 수 없다는 여론은 의원들 사이에서 널리 확산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비박계 의원은 "비명횡사를 당해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는 영혼은 구제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일단 죽은 줄을 알아야 수습을 할텐데, 이것은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는 꼴"이라고 이정현 대표의 현실 인식을 비판했다.

    이러한 분위기였던 만큼 4일 의총장에서는 현 지도부와 사생결단을 내려 하는 비박계의 십자포화가 예상됐지만, 3일 여권에서 급거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4일) 수사를 자청하는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의총 시간이 (오후 2시에서 4시로) 연기된 것은 이 때문"이라는 비박계 의원의 문자 메시지가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것이다.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스스로 검찰의 수사를 받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설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이정현 지도부'에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지원사격이 된다.

    숨죽이고 있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의총장에서 목소리를 높일 호재다. "대통령도 진정성을 담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수사를 받겠다고 한다"며 "사태 수습의 실마리가 풀렸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주장이 예상된다. "어느 정도 수습이 된 다음에 지도부의 거취를 다시 논의하자"는 선(先)수습 후(後)퇴진론이 힘을 받게 된 것이다.

    반면 파상공세를 준비하던 비박계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당무(黨務)에 개입해 현재의 지도부를 옹호한 것으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집권여당 의원들 모두가 함께 기뻐해야 할 '대통령의 진솔한 2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 파당적으로 받아들여질 상황에 놓였다.

  • ▲ 새누리당 내의 비박계 대권주자들인 이른바 5룡이 지난 1일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내의 비박계 대권주자들인 이른바 5룡이 지난 1일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특히 새누리당 내의 비박계 일각에서는 "선수습 후퇴진론은 내년 1월 중순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할 때까지 어떻게든 현 지도부를 유지하려는 '시간 끌기'"라고 의심한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오랫동안 여당이었던 보수정당답게 유력 대권주자가 구심점을 자처하게 되면, 그 밑으로 일사불란하게 줄을 서는 것이 빠르다"며 "이른바 '비박 오룡'의 지지도가 지리멸렬한 만큼, 친박계는 일단 반기문 총장만 옹립할 수 있다면 비박계를 제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연히 비박계에 포진해 있는 이른바 '5룡'을 포함한 대권 잠룡들은 이와 같은 의도를 용납할 수가 없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친박이 반기문 총장을 모셔오려는 움직임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자연히 이쪽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시도가 '더욱 노골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새누리당 비박계 관계자는 "지금 잠룡들이 먼저 나서서 탈당이나 분당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은, 나중에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될 때를 대비해 '주홍글씨'를 새기지 않기 위함"이라며 "이래도 저래도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반기문 총장이 된다고 하면, 중대결단을 고려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이렇게 해서 여당이 분당(分黨)되는 사태가 현실화되면, 이 과정에서 '이정현 지도부'를 두둔하고 지원사격한 청와대를 향한 격앙된 감정은 위험수위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여당이 분당되는 바람에 가능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분당시키지 않았더라면 탄핵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의 노무현 탄핵은 지금 세간에서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한나라당이 주도했던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따라갔던 것"이라며 "쫓겨나듯 분당이 되면 원한이 원래 적(敵)보다도 더한 법인데, 비박계 신당이 새로 차려지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가세하는 것을 넘어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우려했다.

    불통의 당청(黨靑) 지도부를 연일 맹포격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고, 이렇게 해서 자리를 계속 유지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어 답답하다"며 "(대통령 하야가 아니고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가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극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하야 가능성까지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개각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와 김병준 총리 후보자가 언제 인사청문회를 하게 될 수 있을지 모든 게 불분명하고 국정 공백이 초래된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중심을 잡기는 커녕 내홍만 심화되고 있다"며 "여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솔직히 정국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