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사고 3년 만에 시작되는 '센서' 교체‥서울시 처음엔 그것마저 미적거려
  • ▲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을 위해 선로측에서 작업 중이던 수리공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고 장소에 사망한 수리공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을 위해 선로측에서 작업 중이던 수리공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고 장소에 사망한 수리공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5월 28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이상으로 선로 쪽에 있는 센서를 점검·수리하던 19살 김 모 씨가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

    김 씨가 광고판이 설치된 고정문 쪽에 있는 스크린 도어 센서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선로쪽 고정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야했다. 결국 김군은 열차가 진입하는 것을 보고도 스크린도어 문을 열고 피할 수 없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8년까지 295억 원을 투자해 지하철 1~9호선 스크린도어 센서를 '레이저 스캐너 방식 센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2차 추가대책이었다.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2016년 안에 장애발생률이 높은 2호선 등 총 53개 역의 스크린도어 3,992개를 레이저 센서로 먼저 교체한 후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서울의 모든 스크린도어 센서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센서는 '에어리어·포토방식'으로 센서가 고정문과 비상문 옆에 달려 있어 점검을 위해서는 수리공이 선로 쪽으로 나가 작업해야 했다. 반면 레이저 센서는 비상문 바깥 쪽에 설치할 수 있어 승강장에서도 수리가 가능하게 된다. 

    시는 또 사고 위험 시 비상탈출을 위해 고정문을 상시개폐가 가능한 비상문으로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까지 1~8호선 전체 역사에 설치된 광고판 철거 및 고정문을 교체하는 작업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 ▲ 박원순 서울 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 시장. ⓒ뉴데일리 DB


    지하철 스크린도어 센서와 광고를 위해 설치된 고정문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서울시가 구체적인 개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크린 도어 수리를 하다 발생한 첫 사망사고는 2013년 1월, 2호선 성수역에서 발생했다. 성수역에서 사고를 당한 심 씨는 구의역에서 숨진 김 씨처럼게 선로 쪽에서 스크린도어 센서를 점검하던 중 숨졌다. 

    서울시는 성수역 사고 이후 3년이란 기간이 있었지만, 2014년 4월 1호선 독산역, 2015년 8월 2호선 강남역, 마지막 사고인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사고로 3명이 더 숨질 때까지 지켜봤다. 

    구의역 사고 직후 처음에는 서울시의 안전 개선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정황도 찾아볼 수 있다. '중앙일보' 7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 처음 계획은 2016년 안에 760개의 스크린도어 센서만 교체하려 했다. "센서 한대 가격이 150만 원(설치비용 포함)의 고가이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서울메트로 예산 12억원만으로 올해 센서 일부를 교체하려 했다. 그러나 센서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올해 예비비 48억여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서울시가 지하철 안전에 필요한 스크린 도어 레이저 센서를 2018년까지 교체하기 위해 투입하는 돈은 295억 원, 서울역 고가도로에 보행길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시작한 '서울역 7017'에 배정된 금액은 380억 원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시청 옆에 보행길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인포가든'을 설치했다. 공사비로 들어간 돈은 4억 7,000만 원,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를 위한 총 비용은 384억 7,000만 원이나 된다. 서울역 고가는 감사원에서 안전 등급 ‘D’를 맞아, 안전을 위한 보수공사도 진행 중이다.

  • ▲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을 위해 선로측에서 작업 중이던 수리공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수리공을 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을 붙였다. 한 시민은 "스크린도어로 인해 더이상 많은 시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전문업체를 고용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남겼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을 위해 선로측에서 작업 중이던 수리공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수리공을 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을 붙였다. 한 시민은 "스크린도어로 인해 더이상 많은 시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전문업체를 고용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남겼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편,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에 안전 대책 외에도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책도 포함시켰다. 보도자료 전반의 속뜻은 "스크린 도어 사고의 원인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보였다.

    서울시는 민간위탁 분야에 대해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종사자의 고용승계를 의무화하고, 상시 지속 업무 종사 비정규직 근로자는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또 '생활임금제도'를 서울시 민간위탁 업체까지 확대해 민간위탁 사무 중 생활 임금에 미달된 급여를 받고 있는 35개 사무보조직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러면서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지나친 효율성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 사람이 우선되고 노동의 가치라 존중되는 '사람 중심의 노동존중특별시'가치를 행정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 하겠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140만 원의 임금을 받던 비정규직으로, 사고 직전 컵라면 하나 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줬다고 해도, 구의역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임금’이 아닌 ‘안전 소홀’과 ‘서울메트로의 갑질’ 문제였다.

    김 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임금을 더 받으면, 여전히 스크린도어 센서가 고정문 사이에 설치돼 선로쪽에서 작업을 해야 했고 서울메트로 측의 안전요원 없이 점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사고가 전혀 생기지 않았을까.

    구의역 사고 원인은 2인 1조로 운영하는 작업 규칙을 지키기엔 인력이 부족했다는 점, 스크린도어 점검 때는 서울메트로 측에서 안전요원(모니터링 담당)을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 등은 이미 언론과 전문가들이 수없이 지적한 문제였다.

    현재 일부 매체는 "구의역 사고는 박원순 시장 때문이 아니라 오세훈 시장 탓"이라는 주장을 해대고 있지만, 감사원 감사결과나 과거 서울시 의회에서 나온 '사실'은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지하철 안전예산 1,000억 원을 삭감했다"는 것이다.

    이를 본 시민들이 "구의역 사고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어떻게 생각할 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