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靑 비서실장, 3당 지도부 예방 '협치' 공감 속 '공세' 철벽수비
  • ▲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14일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14일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예사롭지 않은 협치(協治)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칭찬 정치(政治)의 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14일 또 다시 국회를 찾았다. 지난 10일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했을 때 일정이 어긋나 만나지 못한 여야 지도부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새로 선출된 18명 상임위원장 모두에게 축하 난(蘭)을 보내기도 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맞아 청와대가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 안철수에 엄치척, 천정배에 "천재 소리 들으시고"

    이원종 실장과 김재원 수석은 먼저 국민의당 대표실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마자 두 공동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안철수 대표는 훈훈했다. 천정배 대표는 조금 까칠한 표정이다.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들은 안부와 덕담을 주고 받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국회와의 협력과 존중에 대한 서로의 노력을 당부했다.

    안철수 대표가 먼저 "어제 대통령께서 연설에서 소통과 협력을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청와대와 정부와 국회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정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이번에 (안철수 대표가) 정치 지형도 바꿔놓으시고, 그리고 그 목표가 국가 발전을 위해서 국민의 행복 아니겠나. 역할을 잘 수행하고 국민 행복한 이런 나라를 만들어야죠"라고 말을 받았다.

    이원종 실장은 또 "안철수 대표님은 고비마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국면 전환하시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웠다.

    안철수 대표는 이에 "별말씀을..."이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국민의당이 총선 민심에 대해 아주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 선거 제도가 기존 양당에게 가장 유리하게 돼 있는데도 그런 제도적 불리함을 뚫고 국민의 힘으로 저희들을 세워주신 만큼, 이것이 선물이 아니라 숙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총선 선전을 자평했다.

    이원종 실장은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정부가 되었든 최종목표는 국민의 행복에 있으니까, 같은 목표를 잘 이뤄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해주시면 역사적으로도 평가받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천정배 대표는 "한국 정치는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술술 잘 풀릴 수도 있고 정체될 수 있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러자 이원종 실장은 "잘하는 게 있으면 칭찬을 좀 해주시고 또 이렇게 조언도 해주시면 대통령께서 국가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도움도 되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천정배 대표에게 "학생 때부터 천재 소리 들으시고 따님 두 분이 다 고시에 합격해 아주 대단하시다"라고 분위기를 이끌었다. 천정배 대표의 장녀는 2004년 사법시험에, 차녀는 2005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이원종 실장은 "그래도 저보다 못한 게 있다. 저는 딸이 넷이다"라고 농담을 던져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인사차 방문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김재원 정무수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인사차 방문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김재원 정무수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사다리 정치' 정진석 꿰뚫은 노련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청(黨靑) 최강팀을 꾸려보자"고 했다.

    국민의당 대표 예방에 이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원종 실장과 김재원 수석이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이다. 전임 현기환 정무수석을 만날 때와는 아예 분위기가 달랐다.

    본격 대화에 앞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원종 실장에게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원종 실장은 "원구성 협상 등 어려운 일을 잘 해결하셨고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역점 정책을 집중적으로 모아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효율적으로 국정운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여당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대통령의 개원연설과 관련해 "제가 알아보니 87년 체제 이후 제일 많이 국회연설을 한 대통령이더라. 그야말로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고 했다.

    당의 방향에 대해선 "우리가 중도적 성향을 취하고 4.13 총선의 민의를 받드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이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것은 여야가 타협하고 대화해서 협치를 이뤄내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에 이원종 실장은 "국가발전과 국민 행복은 정책으로 이뤄진다. 정부-여야-부처 등이 원활한 국정수행을 이뤄 국민이 혜택을 입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원종 실장의 칭찬 정치가 계속됐다.

    그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쓴 책의 '정치는 옆으로, 아래위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사다리 같아야 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그런 소신과 철학을 이번에 100% 발휘해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쓴 책은 '사다리 정치'다. 그의 정치철학 역시 '사다리 정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저랑 동향인데 충청도가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적다"며 크게 웃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고향은 충남 공주다. 이원종 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이다.

     

  •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우상호 공격적 발언에 "나라걱정은 같은 마음"

    마지막으로 상대해야 할 타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다.

    친노(親盧) 패권에 물든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공격적이었다.

    이원종 실장의 제구력은 아직 흔들리지 않은 듯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가 청와대의 반발로 뒤집어지는 일이 20대 국회 때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다소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19대국회 때는 여야가 합의해도 청와대에서 개입해 합의된 게 번복됐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합의가 번복되면 야당은 강경 투쟁할 수밖에 없고 국회가 공전되는 부분이 있는데 국회의 자율성, 특히 여당의 자율성을 많이 존중하고 필요하면 사전에 미리 상의를 잘 해 달라"면서 에둘러 여권 분열을 시도했다.

    살며시 미소를 지은 이원종 실장은 "개원연설에서도 대통령이 말했지만 20대 국회의 화두가 협치 아니겠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협치를 잘해주시면 그런 일(여야 합의가 뒤집어지는 일)이 어디 있겠나"라고 답했다.

    이어 "여야와 정부 모두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경쟁력 강화, 대한민국 국민행복이란 목표가 다를 리가 있겠나. 우리 정부에서 공무원들이 시행하는데 잘하는 것 있으면 칭찬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원종 실장은 "나라걱정, 국민걱정은 다 같은 마음 아니겠나"라고 쐐기를 박았다.

    청와대가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협치 시동을 건 만큼 비서진들의 국회 방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