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천정배에 박주선·장병완·김성식도 '융단폭격' 가세5·18 직후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야2당 공조로 발의될 듯
  • ▲ 16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직전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날 최고위는 성토의 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사진은 앞선 13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6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직전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날 최고위는 성토의 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사진은 앞선 13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해 국정 기간의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지만, 야권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청와대 3당 원내지도부 회동 사흘 만에 정국의 급랭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5·18 기념식에서도 예년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하지 않고, 공식 식순에서 합창(合唱)해 '부르고 싶은 사람은 부르고, 부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앞서 13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야권의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정부로서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운동권'이 이른바 '민중의례' 때 부르는 곡으로 인식이 정착돼 있다. 정부의 공식 기념식에서 부르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안보·보훈단체의 강한 반발로 5·18 기념식이 반쪽 짜리 기념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5·18은 이제 '광주만의 5·18'이 아닌 '전국민의 5·18'이 돼야 하는데, 광주 외의 지역에서는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갈려 있는 곡을 제창토록 강제한다면 국민통합의 5·18로 승화되지 못하고 특정 지역의 행사로 고립되고 의미가 축소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킨 대가로 당분간의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정부가 강조한 법안의 19대 국회 회기내 처리는 이로서 '물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회의장직의 소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만 미리 통보해줄 정도로 국민의당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냈지만, 호남을 정치적 근거지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역 민심을 의식해 유례없이 강한 반발에 나섰다.

    16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는 돌연 '임을 위한 행진곡' 성토의 장이 돼버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먼저 "국민통합을 위해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토록 정부의 조치를 촉구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광주가 지역구인 천정배 대표는 중간중간 말을 끊어가면서 침통한 어조로 "박근혜 대통령도 이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았느냐"며 "지금이라도 남은 이틀 동안 대통령이 책임있게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중도·합리적 노선을 견지해온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과 장병완·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이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되레 더욱 강경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매해 5·18 기념식장에 가보면 합창으로 돼 있지만 모두가 일어나서 제창하고 있다"며 "이미 5·18 기념식 공식 식순에 합창으로 넣어놓은 상태인데, 합창은 공식적으로 되고 제창은 공식적으로 안 된다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5·18 기념식의 슬로건이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인 점을 가리켜 "제창을 못하게 해서 반조각난 행사가 돼 참여자들이 극도의 불만을 갖게 된다면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는 주제는 한낱 코메디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은 더 이상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합창은 부르고 싶은 사람만 부르는 것이지만 제창은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부르기 때문에, 부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르게 하므로 국민통합이 저해된다는 것은 해괴한 언어유희"라며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므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13일 배석했던 청와대 회동 상황을 상기하며 "세 차례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에 대해 강조하면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가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데 공감이 있었던 것인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국민의당의 반발 뿐만 아니라 이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세련되지 못한 절차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의 불쾌감까지 야기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와대를 향해 "국민의당과 잘해보라고 하라"며 극도의 불쾌감을 내비쳤다. 게도 구럭도 다 잃는, 해망구실(蟹網俱失)의 모양새가 된 것이다.

    당장 19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쟁(政爭) 본회의로 급변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무쟁점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었지만, 17~18일 5·18 관련해서 야2당이 광주에 총출동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라 야권 입장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박승춘 보훈처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임촉구결의안을 발의하도록 원내수석에게 전달했다"며 "나도 우상호·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그러한 것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9일 본회의에서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이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소야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며 "20대 국회 개원 초반부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인한 정쟁이 이어지면서 향후 일정 기간 정국의 경색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