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광범위한 Veto 계층 보유한 문재인, 그로는 정권교체 불가능하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2일 김성식 후보(서울 관악갑)와 함께 유세를 진행하던 도중 한 어르신의 손을 덥썩 붙잡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2일 김성식 후보(서울 관악갑)와 함께 유세를 진행하던 도중 한 어르신의 손을 덥썩 붙잡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말한 '죽어도 2번은 안 찍는 사람들'이 4·13 총선을 통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입증됐다. 친노·친문패권주의의 수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는 반증과 같아,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정계에 발붙이고 있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2일 광주 충장로에서 박주선 최고위원과 함께 진행한 유세에서 "2번은 죽어도 못 찍겠다며 1번에 실망해도 지금까지 1번만 찍어온 분들이 있다"며 "국민은 100점짜리 정당을 원하는데 새누리당은 10점밖에 받지 못하고, 더민주는 그 10점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평생 새누리당만 찍어온 지지자도 이번에는 3번을 찍겠다고 하더라"며 "국민의당은 2번은 죽어도 안 찍겠다는 새누리당 이탈자를 담는 그릇이 되겠다"고 장담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안철수 대표의 이 말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야권에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국민의당도 야당인데, 여권 표보다는 야권 표를 많이 깎아먹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 동지였던 김한길 의원조차 안철수 대표를 이해하지 못했다. 김한길 의원은 '수도권 연대'를 부르짖으며 안철수 대표를 압박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역구(서울 광진갑) 불출마를 선언하며 "총선 결과에 야권 지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까지 으름장을 놓았다. 결과적으로, 그럴 일은 없었다.

    친노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같은 사람은 한술 더 떴다. 문성근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안철수라는 괴물이 나타났다"며 "야권연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역사의 반역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극언했다. 역시 결과적으로, 그럴 일은 없게 됐다.

    국민의당 등장으로 절대로 친노·친문패권주의에 표를 던지지 않는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서 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합 지역인 수도권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부지기수이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 성남분당 갑·을 지역구를 살펴본다.

    분당은 여권에서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까지 불리는 곳이다. 15대 총선에서 처음 지역구가 생겼을 때 신한국당 오세응 국회부의장이 무난하게 당선된 이래 16~19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재·보궐선거가 아닌 정규 총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야권의 당선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 좌파 성향 누리꾼들이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로 참패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고작 33.2%의 득표를 해, 64.7%의 득표를 올린 고흥길 후보에게 제압당했다.

  • ▲ 경기 성남분당갑과 경기 성남분당을의 역대 총선 결과와 여야 후보 득표율.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경기 성남분당갑과 경기 성남분당을의 역대 총선 결과와 여야 후보 득표율.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처럼 수도권의 대표적인 여권 강세 지역구인 분당이,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갑·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에게로 넘어갔다.

    분당에서의 여권 후보와 야권 후보의 역대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죽어도 2번은 찍지 않는 유권자들'의 표를 잠식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항상 이 지역은 야권은 40% 초반대의 득표를 하고, 여권은 50% 초중반대의 득표를 해서 여권 후보가 여유 있게 당선돼온 지역이다.

    14일 새벽 1시 현재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더민주 김병관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역대 야권 후보보다 약간 높은 40% 중반대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독자적인 당선권으로 볼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가 39.0%의 득표율로 주저앉으면서 반사적으로 당선이 유력해졌다.

    이 지역구에서는 역대 단 한 차례도 현 여권 후보가 30%대는 고사하고 40%대 득표율로 내려간 적도 없었다. 전국이 '탄핵 광풍'에 휩쓸렸던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가 54.1%를 득표했던 곳이다.

    왜 권혁세 후보의 지지도가 이렇게 주저앉았을까. 해답은 단순한 산수에 있다.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의 득표율(39.0%)에 국민의당 염오봉 후보의 득표율(14.5%)를 합산하면 역대 여권 후보의 당선 득표율에 근접한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종훈 의원을 무리하게 컷오프시키고 권혁세 후보를 공천한 것이 결국 '죽어도 2번을 찍지 않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3번으로 흘러나가게 한 것이다.

    이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친노·친문패권주의자들에게는 표를 주지 않기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병관 후보와 국민의당 염오봉 후보가 '단일화'를 했더라면 결국 어쩔 수 없이 권혁세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권혁세 후보로서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부추기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고, 김병관 후보로서는 '단일화'가 되지 않은 것이 승인(勝因)인 셈이다.

    더민주 김병욱 후보와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 간의 '리턴 매치'가 벌어진 경기 성남분당을도 다르지 않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 충장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 충장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4일 새벽 1시 개표 현재 상황에 따르면, 더민주 김병욱 후보의 득표율은 40.3%로 오히려 그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얻었던 득표율(43.1%)보다 저조하다. 그러나 전하진 후보의 득표율이 19대 총선 때보다 무려 22.3%나 급락한 30.3%에 머무는 바람에 당선유력권에 들어갔다.

    이 지역구에서도 '죽어도 2번은 찍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투표 대안이 있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한구 공관위 체제에서 컷오프당한 친이(親李) 임태희 후보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19.3%의 표를 잘라갔다. 거기에 국민의당 윤은숙 후보도 합세해 9.2%의 득표를 올렸다.

    이들 임태희~윤은숙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28.5%. 전하진 후보가 19대 총선 때에 비해 급락한 득표율은 22.3%다. 여기에 김병욱 후보의 득표율도 19대 총선 때에 비해 2.8%가 빠졌다. 이들 무소속~국민의당 후보들이 야권에서 얼마나, 또 야권에서 얼마나 표를 가져갔는지 명료해진다.

    경기 성남분당을 역시 '단일화'가 이뤄져 기호 1번 전하진 후보와 기호 2번 김병욱 후보 간의 1대1 대결 구도로 전개됐다면, 전하진 후보가 늘 그렇듯이 10%대 격차를 벌리며 당선됐을 것이라는 추론은 어렵지 않다.

    결국 '죽어도 2번은 찍지 않는 유권자들'이 실존한다는 사실이 4·13 총선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이를 통해 18대 대선에서 '단일화'를 통해 '야권 단일 대권 후보'가 됐던 문재인 전 대표는 왜 반드시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역으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죽어도 투표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2번'이란 친노·친문·운동권·486 집단의 총체를 가리킨다. 민생·경제에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수권 능력과 정책 비전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세력이다. 그 수장은 문재인 전 대표다.

    이처럼 절대로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 광범위한 비토(Veto: 거부권) 계층을 보유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혹시라도 내년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 대권 주자'가 된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그보다 더 환호작약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여의도연구원에 TF를 구성해서 '야권 단일 후보로 문재인 옹립하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남이 지지하니, 지지를 거뒀느니를 떠나서 친노·친문패권주의 세력, 그리고 그들의 수장 문재인 전 대표의 결정적인 문제는 이 지점에 있다. '죽어도 2번을 찍지 않는 유권자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과 이상돈 선거대책위원장의 말마따나 "이미 늦었다".

    그런데도 패권으로 일관하고 대권 출마를 고집하며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무산시킬 것인가.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것을 핑계삼아, 정계은퇴와 대선 불출마를 조건부로 공언했던 자신의 다짐을 은근슬쩍 거둬들일 셈인가.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