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경제 쇠퇴로 시민들 좌절감 심각… 구도 뒤흔들 변수는 '경제 정책'
  • '야권의 심장' 목포에서 뜬금없이 친박(親朴)~비박(非朴) 논쟁이 일고 있다. 현역 의원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4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조상기 후보와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을 필두로 하는 여타 후보들은 '비박'의 깃발 아래 결집을 노리는 양상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목포에는 8명의 후보가 난립해 있다. 현역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아성에 새누리당 박석만 후보·더민주 조상기 후보·정의당 문보현 후보·민중연합당 김환석 후보·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무소속 김한창 후보·무소속 송태화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24일 목포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재 구도는 1강 2중 5약이었다. 평화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서기호 의원이 불출마하기로 해서 정의당은 후보가 안 나오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유의미한 지지율로 중(中)급 후보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현재 정의당의 문보현 후보는 냉정히 말해 약체 후보로 진단된다.

    박지원 의원이 독주하는 가운데, 더민주 조상기·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이 대안을 자처하며 '비박' 민심 결집을 노리는 전략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 ◆"이제는 목포도 바뀌어야" vs "열심히 한 박지원 아니라면 누구?"

    지역 민심은 '거대한 존재감'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친박지원(親朴)과 비박지원(非朴)으로 갈려 있다.

    목포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세는 지난 2일 박지원 의원의 입당을 계기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활권을 같이 하는 무안·영암·신안에서 터져나온 국민의당 '공천 잡음'이 목포에까지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포역에서 만난 시민 박모 씨는 "박준영 씨가 (전남도)지사할 때 자기가 데리고 있던 사람(국민의당 김재원 예비후보, 당시 전남도 민원실장) 신세까지 망쳐놓으면서 단수공천을 받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목포하고 70대 박박(박지원~박준영) 콤비가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 김모 씨는 "이제 목포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들을 손님들이 많이 한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호남을 대표할 사람이 있어야지'였다면 요즘은 확실히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들 하더라"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에게 비판적인 비박 성향 시민들 사이에서는 그의 실제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말들도 많이 나왔다. 이들이 거론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박지원 의원이 이상열 후보를 목포시장으로 밀었지만 결과는 낙선이었고 무소속 박홍률 시장이 당선됐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를 가리켜 "여론조사와 실제 표심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강 2중 구도… 대항마 부각 안 된다면 박지원 4선 유력

    반면 "박지원 의원이 8년간 열심히 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구모 씨는 "박지원 의원더러 호남, 호남 한다는 사람들이 제일 바보"라며 "그나마 그 양반마저 없으면 누가 서울 올라가서 우리 호남의 소외된 처지를 대변해주느냐"고 분개했다.

    시민 김모 씨도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던데, 나는 박지원 씨가 좋다"며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도 '그럼 누구'라고 물어보면 아무 말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사실 이 말이 정곡을 찌르는 것일 수도 있다. 박지원 의원을 대체할만한 '인물'이 뚜렷치 않다. 막연히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지만 도대체 누구로 바꿔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선거전 진행 과정에서 대안으로 부각되는 인물이 있으면 1강 2중이 아니라 양강 구도로 전환될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박지원 의원이 독주한 끝에 무난히 4선 고지에 등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 ▲ 전남 목포 상동 기독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조상기 후보 선거사무소. ⓒ목포(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목포 상동 기독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조상기 후보 선거사무소. ⓒ목포(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인물 중심 선거 판세 뒤흔들 변수는 민생·경제?

    이와 관련해 '정책'이 선거 구도 전환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포의 경제적 쇠퇴를 시민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해법을 제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책'이 '인물' 중심의 선거 구도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는 눈에 띄게 번창하고 있는 반면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남 서부는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민들이 아우성이다. 박지원 의원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더민주 조상기 후보와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은 모두 이 점을 파고들 기세다.

    ◆조상기 "옛날엔 3대 항구·6대 도시였던 목포가 어쩌다…"

    더민주 조상기 후보는 24일 상동 기독병원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목포가 옛날에는 '3대 항구, 6대 도시'였는데 항구로는 몇 년 전에 국가항구에 끼느니 마느니 해서 난리가 날 정도고, 도시로는 고작 45위 정도로 처졌다"며 "목포를 경제적으로 재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최고의 현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기 후보는 "정권을 잡기 전이라도 정책적인 의지를 가지고 서해안축을 밀고 나가지 않으면 목포가 살아날 길이 없다"며 "힘있는 정당 소속인 내가 맡아서 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제3당 소속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과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을 동시에 겨냥했다.

    나아가 "결국은 정권을 잡아 정권교체를 해야만 궁극적으로 목포 발전에 필요한 예산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야권의 단결을 저해하는 걸림돌들을 먼저 이번 총선에서 청산해야 한다"며 "박지원 의원이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처럼 돼가고 있는데, 4월 13일은 국민들이 이를 보여주는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전남 목포 상동 포르모사거리에 위치한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 선거사무소. ⓒ목포(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목포 상동 포르모사거리에 위치한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 선거사무소. ⓒ목포(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유선호 "낙후된 경제 살릴 공론의 장 만들어 정치 통합으로까지 나갈 것"

    무소속 유선호 전 의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목포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좌절에 빠져 있기 때문에 희망을 심어줘야 할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다"며 "내가 반드시 그것을 해낼 각오가 돼 있고, 시민들 또한 호응해주고 있기 때문에 승리를 자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선호 전 의원은 당선되면 4선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되는 만큼 호남의 경제적 공동번영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고, 이를 차차 발전시켜 정치적 통합까지 이뤄내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흡사 '관세동맹'이라는 경제적 협력체를 통해 독일의 정치적 통일까지 이뤄낸 명재상 비스마르크처럼, 정치적 통합을 위한 발판으로 먼저 경제적 번영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유선호 전 의원은 "낙후된 호남을 살릴 수 있도록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양쪽에 있는 호남 의원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는, 경제 협의를 위한 공론의 장을 조성하겠다"며 "이것이 차차 정치적인 통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발판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인 계획"이라고 원대한 뜻을 내비쳤다.

    ◆'디펜딩 챔피언' 박지원 "8년간 2조2000억 원 확보, 잊지 말아달라"

    한편 '디펜딩 챔피언'의 지위에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목포의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 성과를 강조하면서, 힘있는 4선 의원이 돼서 계속해서 지역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논리로 방어전에 임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용해동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지금까지 8년간 2조2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목포대교와 목포 항만시설 및 배후지 개발, 호남선KTX와 남해안철도 착공 등의 성과를 냈다"며, 향후 △무안반도 통합 △국제수산식품박람회 개최 △원도심 공동화 현상 타개 등의 현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무안반도가 통합되면 목포가 전남 제1의 도시로 재부상하게 된다"며 "단순한 인구 통합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안국제공항과 호남선KTX, 목포신항을 묶어서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이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힘있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여수엑스포와 순천정원박람회는 전남 동부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신안·완도 등에서 올라오는 수산물 가공의 최적지인 목포에서 국제수산식품박람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목포역세권 개발 또한 4선 의원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실천할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