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선거법 개정안 처리, 쟁점법안은 여전히 발묶여
  • ▲ 2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마친 이종걸 원내대표를 격려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2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마친 이종걸 원내대표를 격려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가 도떼기시장처럼 아수라장이 된 후에야 비로소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된지 15년 만이다.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등 156명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재석의원 15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가결했다.

    앞서 표결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부결됐다. 재석의원 163명 중, 찬성 107명, 반대 156명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수정안이 부결되자 모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활용해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며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것도 모자라 무제한 토론이 끝나자 국회의장을 향해 고성과 욕설을 지르며 국회 마비 행태를 이어갔다. 야당의 본회의장 갑질 행태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도 넘은 갑질 행태

    정의화 의장은 이날 오후 9시 40분쯤 "국정원 독단이 아닌 판사가 포함된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야당이 제기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반박하는 모두발언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본회의장에 앉은 야당 의원들이 곳곳에서 "지금 뭐하는 짓이냐" "의장은 사회를 보라"고 거세게 항의하면서 소동이 일어났다.

    정 의장은 "사회나 보는 것이 의장이 아니다"라며 "왜 지금까지 무제한 토론을 진행했는지 등에 대해 국민들께 설명을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야당은 막무가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나와 항의했고, 같은 당 설훈 의원 등은 의석에서 일어서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등의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 의장이 "국회의장은 모두발언을 할 자격이 있다"며 발언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고함은 계속됐다.

    의사진행이 불가능해지자 정 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러분들이 그렇게 떠드시면 국민들이 제 얘기를 들을 수 없다. 여러분들은 192시간 동안 할 얘기를 다했다"며 "아무쪼록 19대 국회 마지막이라도 상식이 통하는 국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야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후 테러방지법에 대한 표결에 앞서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등이 번갈아 단상에 나서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석에서 야유와 고함이 빗발치면서 토론이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외국에서 테러를 준비한 상태로 우리나라 왔다가도 (우리는)잡지 못하고, 법이 없어서 처리를 하지 못했다"면서 "여태까지 법이 없어 53명 추방조치했다. 활동을 많이 해도 테러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법안처리를 호소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는데 정부는 국민들의 휴대폰 뒤지려고 한다. 테러방지법은 국민사찰법이다. 휴대폰 도청법, 국정원 몰빵법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여권 여러분 휴대폰부터 도청될 가능성 높다"며 허무맹랑한 발언을 끝까지 쏟아내는 작태를 보였다. 곳곳에서 여당 의원들의 비난이 터져나왔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이종걸 의원의 수정안에 대해 "이 법안은 테러 방지의 주무부서인 대한민국 국정원에게 '그냥 애나 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국정원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파리 테러가 부산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종걸 수정안은 국정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정재훈 기자
    ▲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정재훈 기자

    ◆테러방지법, 어떤 내용 담겼나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테러방지법에는 대테러활동과 관련해 임무분담 및 협조사항을 실무 조정하고, 테러경보를 발령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대테러센터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가정보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둘 수 있고, 인권보호관은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한 활동을 하게 된다.

    나아가 테러단체를 구성하거나 구성원으로 가입 등 테러관련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또 여야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인 국정원에 부여한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수집권과 추적권에 대해서는 제9조를 통해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의 개인정보·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금융거래상 지급정지 조치와 추적을 허용키로 했다.

    야당이 주장한 감청 우려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조사·추적권을 행사하려면 대책위원장인 총리에게 사전 또는 사후 보고하도록 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통신정보를 수집하려면 서면으로 고등검찰청 검사에게 통신정보수집을 신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 감청 우려는 사실무근이라는 지적이다.

    처벌규정 부분에서는 테러단체를 구성한 무리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 테러를 기획한 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 다른 나라의 외국인테러전투원으로 가담하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테러 자금을 조달·알선·보관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기는 등 테러단체를 지원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 ▲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1년 만에 처리된 북한인권법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문수 의원이 국회에 처음로 법안을 제출한 지 11년만이다. 재석의원 236명 중 찬성 212명, 기권 24명이었다.

    통과된 법안에는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 부분은 '국가는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 여당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북한인권기록센터 설치 여부는 야당의 주장대로 통일부에 설치키로 했다. 다만 인권기록센터의 자료는 3개월마다 법무부로 이관하고, 북한인권기록 관련 자료를 보존·관리하기 위해 법무부에 담당 기구를 두기로 했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1일 0시를 기해 '선거구 실종' 사태가 발생한 지 62일만이다.

    선거일을 불과 42일 앞둔 시점에서 뒤늦게 국회의원 선거구가 최종 확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후보들이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필리버스터를 끝으로 야당의 발목잡기 행태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기나긴 낮잠을 자던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이 1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하지만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등 남은 쟁점법안은 여전히 발이 묶인 상태다. 결국 2월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테러방지법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드러난 야권의 각종 위법 행태 논란은 국회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필리버스터 동안 야당 의원들은 자신이 어느 지역구 예비 후보로 등록했는지 광고하고 막바지에는 울부짖으면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달라고 호소했다"며 "본인(야당 의원)은 속 시원했는지 몰라도 지켜보는 국민은 울화통 터지는 '울화통버스터'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