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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주민, "53층 고층아파트는 헛 가다"
     
    박선화 기자  /뉴포커스

          
    북한주민들은 현실성이 없고 겉멋에만 치우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헛 가다'라고 부른다. 

  • ▲ 평양시 미래과학자 거리에 건설 된 고층아파트 / 자료사진
    ▲ 평양시 미래과학자 거리에 건설 된 고층아파트 / 자료사진

    지난해 말 북한은 평양 미래 과학자 거리에 53층 주상복합 고층아파트를 건설했다.
    정권은 언론을 통해 '북한 건축물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거리'라고 하면서, 초고층 살림집에 대해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또 하나의 선경 거리'라고 선전했다.

    그런데 정작 아파트를 배정받은 평양시민들의 반응은 미미하다.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방 면적도 쓸모없이 넓게 짓다 보니 온수난방이 중단되면 냉방에서 살게 된다.
    그나마 낮은 층들은 계단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지만 30층 이상 거주하는 주민들의 부담은 엄청나다. 주민들은 과학자 거리에 건설된 아파트를 두고 '헛 가다 아파트'(실정에 맞지 않고 겉멋에만 치우친 것)라고 조롱했다.

    뉴포커스 북한 통신원은 전화통화에서 "혜산시에는 최근 들어 정권의 승인을 받은 개인 아파트 건설 업주들이 생겨났다. 정권은 아파트건설 개인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1동에 중국 돈 1만 5천 원을 받아 챙긴다. 역전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 착공식은 신흥동 성후동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정권은 개인 돈 주들에게 고층건물을 지을 것을 요구했다. 건물사업소 일꾼들은 개인들과의 계약서에 적어도 7층 이상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만약 개인업주들이 정권의 약속을 어기고 낮은 건물을 짓게 되면 무상으로 몰수한다는 규칙을 덧붙였다. 고층아파트를 지어 세대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정권에서 받는 이익금이 늘어난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를 완공하면 낮은 층만 팔리고 높은 층은 잘 팔리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남한정착 6개월 차 탈북민 박 씨(청진 출신)는 "고층아파트 건설은 전기사정이 열약한 북한 실정과 맞지 않는다. 청진에서 살 당시 북한 정권은 김일성 동상 주변 미화와 관련하여 개인들의 주택건설을 승인했다. 나라 창고에 자재가 없다 보니 개인들에게 땅값을 받고 아파트를 짓게 허가했다."고 증언했다.

    "개인 돈 주들은 주민들의 실정에 맞는 4~5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지만, 김 씨 동상과 어울리는 높은 고층아파트를 지으라는 정권의 지시가 내려왔다. 개인 돈으로 집을 지으면서도 정권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정권과 개인 돈 주 사이에는 고층아파트 문제로 오랫동안 시비가 붙었지만 결국은 정권의 지시를 따르게 되었다. 정권은 개인 돈 주들에게 아파트건설을 완공하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팔아주겠노라고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아파트를 완공하여 1년이 지났지만 높은 층은 팔리지 않는다. 정권도 요구자가 없으니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다 지은 아파트를 허물 수도 없고 돈 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동상 미화를 한답시고 높은 건물만 줄줄이 지으라고 지시하더니 결국 개인들의 돈줄만 막아놓은 셈이다."고 한탄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