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샵 신화' 이룩한 정운호, '도박 늪' 빠져 허우적

[단독]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항소심 선고 연기

100억대 원정도박혐의로 재판 회부.."반성한다" 선처 호소선고 공판 직전 변론재개요청, 2월 24일로 재판 기일 변경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2.13 14:56:10

▲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 뉴시스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이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지난달 28일 정운호 대표의 법률대리인이 추가로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토대로 변론재개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11일 "당초 5일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변론재개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는 24일로 기일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한 법률전문가는 "판결 직전이라도, 피고인이 미쳐 주장하지 못한 주요 사실이 있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을 경우엔 재판을 다시 열 수 있다"며 "아마도 지난달 말 피고인 측에서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자료나 변론 요지를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법원 기록을 살펴보면, 정운호 대표는 항소 제기 이후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지명, 최유정 변호사를 자신의 공동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었다.

그런데 변호인 선임 4일 만에 지명이 소송대리인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변호인단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달 28일 법무법인 화우가 항소이유서를 보충 제출한 것도 이같은 내부 변화가 변론 계획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운호 "흔들리던 저를 잡아준 검찰에 검사"

정운호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수백억원을 사기 당한 뒤로 잠시 도덕적인 가치관이 흔들렸었다"며 오히려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감사하다는 내용의 최후 진술을 해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죄목을 모두 인정한 정 대표는 "병드신 노모와 가족들, 그리고 회사 임직원, 8백여 대리점 사장님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라며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정 대표의 변호인도 마찬가지 논리를 전개했다. 변호인은 "이번 사태로 지난해 추진됐던 상장이 연기되는 등 회사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업체 대표로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구속 수감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파장을 고려해달라"고 읍소했다.

이에 검찰은 이례적으로 원심에서 구형한 형량(징역 3년)보다도 낮은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정 대표의 상습적인 습벽이 충분히 인정되고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조폭 운영 '정킷방' 드나들며 100억대 탕진

정운호 대표가 스스로 윤리적인 가치관이 흔들렸다고 고백한 이유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업계의 '귀감'이 돼 온 그가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정킷방(카지노 내 불법 도박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100억원 이상을 공중에 흩날렸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한 눈을 팔기 시작한 건, 화장품업체 '네이처리퍼블릭'을 히트시키며 승승가도를 달릴 때였다.

2012년 3월부터 범서방파 계열 '광주송정리파' 행동대원인 이OO(40)씨가 운영하는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을 출입하기 시작한 정 대표는 한 번에 3억원을 내지르는 고액 베팅을 즐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10월까지 정씨가 바카라 도박판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10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OO(43)씨와 손을 잡고 중국 마카오와 동남아 일대에서 대규모 도박 사업을 벌인 이씨는 '정킷방'에 들어온 한국인들에게 '꽁지돈'을 대주고 나중에 국내 계좌로 상환받는 방식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돈의 일부(1.2%·캐주얼 정킷)와 환전 수수료, 도박꾼이 탕진한 돈의 1/3 가량도 그의 몫이었다.

이씨의 마수에 걸려든 한국인은 다양했다. 화장품 업계의 큰손, 정운호 대표를 비롯해 해운업체 K사 대표 문OO(57)씨와 폐기물처리업체 I사 대표 오OO(55)씨, 경비용역업체 H사 대표 한OO(66)씨, 폐기물처리업체 S사 대표 임OO(54)씨, K골프장 회장 맹OO(88)씨도 불법 원정 도박으로 적지않은 돈을 낭비했다.

임창용·오승환도 이OO씨 '도박 손님'

국내 폭력조직이 중국 마카오와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서 불법 도박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지난해 9월 '정킷방' 운영자인 이OO씨를 체포, 중견 기업인 12명을 사행성 도박 혐의로 재판에 회부했다. 이들 기업인들의 도박 총액은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사실은 이씨가 관리해 온 고객들 중엔 기업인들 뿐만 아니라 유명 야구 선수들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씨와 고향 친구로 지내온 야구 선수 임창용(40)은 2014년 이씨가 운영하는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임창용이 3억원대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으나, 임창용은 "4,0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했다"고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메이저리거 오승환(34)도 비슷한 규모로 도박판에 손을 댔다 검찰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2014년 11월경 평소 알고 지내던 음식점 사장의 소개로 이씨가 운영하는 마카오 정킷방을 찾은 오승환은 당시 2억원대 카지노 칩을 빌려 도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승환은 검찰 조사에서 "빌린 칩을 다 베팅했던 것은 아니"라며 자신의 도박 규모를 1,000만원 미만으로 한정했다.

검찰 역시 이들이 단 한 번 카지노를 방문해 도박을 한 만큼, 상습 도박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두 사람을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단순도박 혐의로 기소된 두 선수에게 검찰이 청구한 액수보다 300만원이 많은 벌금 1,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벌금 1,000만 원은 단순도박 혐의에서 인정되는 법정최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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