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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때부터 하면 11년? 데뷔한 지는 23년 차가 됐네요.”


    2016년 1월 배우 고아성이 남긴 말이다. 1992년생인 고아성은 지난 2004년 KBS2 어린이 드라마로 데뷔, 2006년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로 일찍이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아역스타가 됐다. 매해 한 두 작품 정도는 빠지지 않고 작업해오며 꾸준히 성장과정을 노출해 온 고아성은 이제 충무로의 대표 20대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SF, 멜로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고아성이지만,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처음이다. 최근 한국의 1950년대를 새로이 경험한 고아성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빠생각’(감독 이한)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아한 거짓말’을 촬영할 때 이한 감독님께서 한 번은 ‘피아노 칠 줄 아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때 캐스팅이 된 거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아이들의 합창신이 가장 크게 와 닿았어요. 글로 보면서도 영화로 만들어진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고요. 현장에서도 그 모습을 보고 싶어 출연하게 됐어요. 이한 감독님과 또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죠. 같은 감독님과 또 촬영하면서 서로 의사소통이 바로 바로 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고아성과 이한 감독의 인연은 2014년 ‘우아한 거짓말’부터였다. 앞서 이한 감독은 2002년 ‘연애소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감독 활동을 시작, ‘청춘만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주로 멜로나 드라마 장르를 고수해왔다. 이번 ‘오빠생각’ 역시 드라마 장르다. 하지만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점이 새롭다. 영화에서 고아성은 자원봉사자 선생님 박주미로 분한다. 실존한 어린이합창단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아역 배우들도 대거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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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의 촬영 분위기가 너무 평화롭고 즐거웠죠. 실제로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장면에 담긴 적도 많았어요. 아역들 중에는 스타 아역, 처음 연기하는 아역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즉흥적인 디렉션에도 감각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아이들과 친해지는 부분에 크게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언니만 둘 있는 막내고 주변에 어린 친구들이 없었는데, 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일단 제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섰죠. 그 후로 친구처럼 거리낌 없이 지냈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고들 하더라고요.(웃음)”


    영화가 전달하는 가슴 따뜻함만큼이나 촬영장 분위기도 연신 화기애애했다. “이한 감독님은 실제로도 정말 착하신 분이에요.”라는 고아성의 증언으로 알 수 있듯이 감독의 성격이 촬영장과 영화의 분위기에서 모두 묻어난다. 고아성은 “‘오빠생각’에 나오는 고아원이 실제로는 경주에 있었는데 산에서 30분 정도 더 깊숙이 올라가서 진짜 그 시대에 던져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배우들끼리 더 친해졌죠.”라며 성인 배우들끼리의 ‘케미’도 강조했다.


    “시완오빠는(임시완) 준비성이 철저한 분이더라고요. 어떻게든 끝까지 연습을 하고서 촬영했어요. 굉장히 꼼꼼하시고요. ‘오빠생각’에서 맥주 마시는 장면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빠가 구상한 거예요. 처음엔 굉장히 짧은 신이었는데 감독님께서 더 생각해보라 하셨거든요. 시완 오빠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사실 ‘오빠생각’은 임시완이 주연 한상렬을 맡았다고 전해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올곧은 한상렬과 그 곁에서 아이들을 돕는 박주미. 평소에도 반듯한 이미지인 임시완과 고아성이기에 극의 몰입도는 더욱 크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도, 영화가 전달하는 감동도 더욱 진실하게 전달된다.


    “마지막 아이들의 합창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그 때 아이들이 너무나 기특하더라고요. 촬영 전 연습 동영상을 봤을 때부터 눈물이 날 만큼 감동했던 장면이에요. 저는 이한 감독님이 뻔한 감동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완득이’도 그렇고 ‘우아한 거짓말’도 겉으로 보기엔 감동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날카로운 시선이 있거든요. 이번 ‘오빠생각’도 한 치의 의심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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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태프들, 연기자들 모두 6.25 때 사진, 영상을 공유하고 봤는데 제가 그 동안 알고 있던 한국전쟁의 모습과 많이 달라서 놀랐어요. 꽤 밝은 사진들이 많았거든요. 이한 감독님께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24시간 좌절만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대체로는 우울했던 시기지만, 그 속에 밝음이 없진 않았을 거예요. 자료들을 보고 그 때가 더욱 궁금해졌어요. 저처럼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는 영원히 모를 정서가 있겠죠. 사람들은 생존의 위협이 있을 때 모든 현실을 잊게 해 줄 달콤함을 원했을 거예요, 그게 ‘오빠생각’에서는 음악으로 나타난 거죠.”


    요즘 극장가엔 ‘감동’이 주요 코드로 자리 잡는 중이다. 이에 ‘감동은 뻔한 이야기’라는 회의적인 시선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오빠생각’은 단순히 감동을 위한 감동을 유발하지만은 않는다. 이한 감독의 철학처럼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을 보여주며 그 속에 피어나는 인간의 ‘희망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이는 고아성의 필모그래피와도 닮아있다. ‘괴물’ ‘여행자’(감독 우니 르콩트)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우아한 거짓말’과 드라마 ‘공부의 신’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고아성은 줄곧 ‘희망’을 찾아왔다. 


    “이번 영화는 유난히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빠생각’을 찍으면서 느낀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 영화를 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착한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게 이한 감독님이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한 명의 ‘갈고리’(이희준 분)라도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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