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LG,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모두 아우성 "오죽했으면"
  • ▲ 중국發 리스크에 급락한 코스피 지수. ⓒ조선닷컴
    ▲ 중국發 리스크에 급락한 코스피 지수. ⓒ조선닷컴

           

     

    '국민 對 국회'

    총체적 위기다.

    글로벌 경제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불리던 중국 경제가 지난해 6.9% 성장에 그쳤다. 25년 만에 중국의 '바오치(保七·성장률 7% 유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중국의 경기 부진,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악재(惡材)다. 중국의 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우리 성장률은 최대 0.6%p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우리의 주력 수출품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했다.

    공급과잉 우려 탓에 국제 유가는 바닥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의 끝없는 추락에 위험자산 전반으로 투자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패닉 상태다. 경제 위기의 전조(前兆)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중국에 소비재 수출을 늘려 새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지만, 경제인들은 현 구조 속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외부 충격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부진, 유가 하락과 엔저라는 대외(對外) 조건도 문제지만, 국내 한계기업과 가계부채 증가 등의 내부적 문제 또한 우리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건설업과 서비스 업종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침체의 늪'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법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4월 총선에 눈이 멀어 정쟁(政爭)만 일삼고 있는 국회는 민생에 관심이 없다.

    고고한 척, 깨끗한 척을 하면서 뒤로는 뇌물(賂物)을 받아챙기던 세력의 반대가 거세다. 

    당장 눈앞이 캄캄한 중소기업인들은 민생 법안의 직권상정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정의화 국회의장은 묵묵부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언제 어떻게 손을 잡았는지, 오히려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공격하고 있는 정의화 의장이다. 

    끝모를 경제 위기(危機), 끝모를 국회 정쟁(政爭). 애꿎은 민생만 피폐해지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편이 아니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회가 민생(民生)에 등을 돌렸다. '그들만의 리그'를 심판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력욕에 혈안이 돼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국회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저항이다. 

     

  • ▲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사 사옥에서 전영현(왼쪽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등 삼성 사장단이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뉴시스
    ▲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사 사옥에서 전영현(왼쪽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등 삼성 사장단이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뉴시스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일이다.

    국민들이 국회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38개 경제단체들이 지난 13일 시작한 '민생 입법을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마음 한목소리다.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절실합니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모든 국민들의 여망인 안정된 일자리,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입니다. 아울러 미래 세대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동력입니다.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 운동본부에서는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담아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국은행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 한국패션협회, 한국의류산업협회, 한국도금공업협동조합,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한국전지연구조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20일 민간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삼성그룹이 서울 서초사옥에 서명 부스를 설치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다른 기업들도 각기 서명 부스를 마련해 동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건설업계 17개 단체와 회원사도 경제활성화 입법촉구를 위한 서명 운동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국민운동본부 사무국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 서명에 5만명, 오프라인 서명(서면 서명)에 1만명 등 총 6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 경제단체들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들도 길거리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총력전이다. 국민서명이 입법을 포기한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는 대(對)국회 저항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이제 국민들이 직접 나서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 적극 호응하는 움직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기업인들이 주도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부스를 찾아 서명한 후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부스를 찾아 서명한 후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전 세계 경제한파(寒波)에도 불구하고 하릴 없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1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계속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저 역시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서명을 하면서 "얼마나 답답하시면 서명운동까지 벌이시겠나?"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도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했는데도 안돼서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들은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심하고 나선 대통령과 공감을 표한 국민들이 민생(民生)을 외면하는 국회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민간에서 진행하는 서명운동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한 것은 극히 이례적로, 그만큼 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청년들과 경제인들이 연일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겠나. 어렵고 힘든 국민들의 목소리를 박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 뿐이 아닌 행동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위기설이 고조되는 현 시점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줄곧 내왔다. 그리고 경제단체가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즉시 동참해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서명운동의 총대를 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됐다. 만약 권력의 축이 바뀌기라도 하는 날엔 그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야당의 협박'이라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서명운동의 깃발을 든 박용만 회장이다. 하지만 결코 본분을 잊지 않은 모습이다. 경제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야당의 거센 압박을 받아내는 박용만 회장에게서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국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바꿔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설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생을 외면한 국회와 한판 붙어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액션플랜이 이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참과 경제인들의 목소리에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국민의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이 20석 이상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가 될 경우 민생 법안 처리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높아진다는 의미다.

    민생(民生)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일 안하는 국회, 갑(甲)질에 매몰된 국회를 이제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바꿔야 할 때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민들의 열망이 정점에 도달할 때,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반대해오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오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어떤 표정을 짓게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