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부터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서 초연
  • 탄탄한 작품성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연극 '렛미인'이 초연을 앞두고 연습실 현장을 공개했다. 

    아시아와 비(非)영어권 나라에서는 최초로 공연되는 '렛미인'은 2013년 스코틀랜드 던디 렙 시어터(Dundee Rep Theatre)에서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당시 이 작품은 심플한 무대, 충격적인 무대효과, 시공을 채워주는 음악과 배우들의 무브먼트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렛미인'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10대 소년 오스카,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한 하칸의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과 영화 'Let the right one in'(2008)이 원작으로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하고,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존 티파니가 연출을 맡았다.

    특히, 연극 최초로 레플리카 프로덕션(Replica Production – 원작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으로 제작되며, 연출 존 티파니를 비롯해 해외 스태프들이 직접 참여, 오리지널의 매력을 고스란힌 느낄 수 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연극 '렛미인'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시작된 1막 시연에서 박소담-이은지(일라이 役), 오승훈-안승균(오스카 役), 주진모(하칸 役) 등 배우들은 유연하고 절제된 동작과 함께 짜임새 있고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연극 '렛미인'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뱀파이어의 힘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공연보다 몸을 많이 사용한다. 2M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싸우는 장면이 많아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달 7일부터 연습에 돌입한 배우들은 오전 10시부터 매일 2시간씩 진행되는 웜업을 통해 긴밀한 스킨십을 가지며 팀워크를 높이고 있다.

    협력연출 비키 맨더슨은 "대사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은 무브먼트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마을 사람들이 숲을 지나가는 장면은 숲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살인사건 후 사람들과 숲과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오로지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소담은 "일라이 역은 근력도 중요하지만 무브먼트가 많다. 학교에서 했던 연극은 끌어안고 밀치는 정도였다면, 이번 작품은 서로 밀치고 구르는 장면이 많다. 매일 아침 웜업이 많이 힘들지만 즐기려고 노력한다. 서로의 교감이 중요한 작품이고, 충분한 웜업이 필요한 공연이다"고 말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히로인 박소담은 600대 1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몇 백 년 동안 소녀로 살아온 뱀파이어 '일라이' 역을 연기한다. 그녀는 "학교 다닐 때 연극을 통해 연기를 배웠다. 21살 때부터 관객과 직접 만나는 떨림을 꼭 다시 느끼고 싶었다.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마침 '렛미인'이 초연이 된다고 들었고, 일라이 역은 내게 도전의식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이어 "2차 무브먼트 오디션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배우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땀을 흘리는데 엄청난 희열과 카타르시스가 몰려왔다. 오디션에 떨어져도 내가 왜 연극을 해야하는지 깨달았던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충무로의 괴물 신인'으로 불리며 최근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박소담에게 첫 연극 '렛미인'은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빨리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김윤석, 강동원 선배에게 느끼고 배운 것들이 있다. 배우가 어느 정도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야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최대한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극 '렛미인'의 극 전반을 지배하는 자작나무 숲은 하얀 눈으로 뒤덮혀 아름답지만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스산한 기운을 준다. 숲은 모든 죽음이 시작되는 곳으로 관객들이 보는 눈 앞에서 뱀파이어 소녀가 짐승과도 같은 힘을 뿜어내며 사람의 피를 빨아 마시는 잔혹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 연출을 맡은 존 티파니는 "일라이와 오스카, 그리고 삼각관계에 집중하기 위해 영화 속 고양이를 태우는 장면 등 많이 뺄 수밖에 없었다"며 "최대한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다. 2명의 배우들로 인해 관객들이 극도의 공포감과 아슬아슬한 경험을 느끼게 하겠다"고 자신했다.

    협력연출 제시카 리차드스는 "이번 공연은 두 시간 동안 일곱명이 죽는다고 설정했다. 관객들이 살인사건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피를 많이 사용한다. 무서워하는 관객들의 표정을 보는 게 즐겁다. 2막에 일라이가 피 범벅이 되는 장면이 있는데, 궁금하다면 보러 와라. 그 어떤 연극보다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작품에서 절대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이슬란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다. 언더 스코어로 끊임없이 흐르는 'Brim', 'Old Skin', 'Til Enda' 등 19곡의 음악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렛미인'의 분위기에 흠뻠 젖어 들게 만든다.

    존 티파니는 "무브먼트 디렉터인 스티븐 호겟이 아르날즈의 음악을 추천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추위와 얼음의 느낌이 극과 잘 어울린다"고 배경음악 선정 이유를 전했다.

    극중 일라이는 오스카에게 "난 여자애도, 남자애도, 어른도, 노인도, 아무 것도 아니야. 난 그냥 나야"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는 오스카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 뜬 일라이. 뱀파이어인 일라이에게 성별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매혹시킨 슬픔 사랑이야기 연극 '렛미인'은 오는 21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 [사진=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