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따먹기로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고?
    ‘공업용 미싱’과 함께 올리는 연말 인사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옛날 소리꾼들은 진정한 소리 얻기, 즉 득음(得音)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똥물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민간요법이었다니, 믿거나 말거나...
      변호사(辯護士)라는 직업은 언변이 좋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데
    큰 이견(異見)이 없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변호사들께서는
    옛날 소리꾼을 따라 해서인지 말 따먹기가 경지에 다다른 내공(內攻)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역시 변호사(便好詐)?

      때는 바야흐로 크리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을미년(乙未年)의 세밑이다. 병신년(丙申年)이 코앞에 닥쳤다.
    이 때쯤이면 연례적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지겹도록(?) 봐왔던 장면이 있다. 
      ‘국민의 군대’를 찾는 유명인들... 위문품을 쌓아 놓고 지휘관과 기념촬영을 하거나,
    위문금을 전달한다. 또는 얼굴에 구두약(?) 칠을 하고 탱크에 올라타거나,
    사격(射擊) 자세를 해 보이거나, 두툼한 군용 파커를 입고 전방(북녘)을 응시하거나,
    사병(士兵)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등등 별별 개폼을 다 잡는다.
    애국·애군과 안보의 화신(化身)인양. 
  •   이번 겨울에 유명인 중에는 아마도 그 분이 처음인가 보다.
    엊그제 수도방위사령부라는 델 방문했다는 기사가 떴다. 발 빠르게 제일 처음이라...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대’ 논란이 께름칙했나? 역시 재주가 귀신(鬼申)이시다. 
      이러한 애국·안보모드 선제공격(先制攻擊)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 적은 없다... 국가보훈처가 갑자기 내가 (태극기 설치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해서 당혹스러웠다... 다만 항구적으로 광장에 무언가를 설치하는 건 조심해야 하며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이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얘기였다”고 주장하셨다고.
      대단한 말솜씨, 화려한 언변, 과연 놀랍다.
    그 분은 결코 반대를 안했는데, 그 망할 놈의 서울시에서 “(태극기 게양대를) 정부 부지에다
    설치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분 아마 ‘변호사’ 맞지?
      요즘 ‘국민의 군대’의 장병들은 전부 군복(軍服)에 태극기를 붙이고 있다.
    “권위적이고 전제적(專制的)인 냄새가 난다”는 태극기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그것을 왜 붙이게 했는지 모르겠다. 
  •   대권 재수생이신 새(鳥)연합 왕초께서도 조만간 군(軍) 부대를 가시지 않겠나.
    이 분의 특기는 얼굴에 구두약(?) 칠하는 건데... 같이 둥지를 만들었던 새(鳥)대가리가
    “혼자 다 해 처먹냐?”며 삐쳐서 둥지를 팽개치고 나가자,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미처 군(軍) 부대 방문일정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선은 “낡은 껍데기를 벗겨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새살이 돋는다”는 말씀과 함께 실천 중이란다. 이른바 비주류는 전부 벗겨내고자... 
      한편 지지자들의 송년 모임에 보낸 영상(映像) 편지를 통해서는 “거꾸로 가는 역사를 바로잡는 것 역시 우리의 몫... 언제나 희망은 정직하게 자신의 길을 갈 때 생기고 모두가 함께 손잡을 때 현실이 된다”고 역설하셨다고.
      이분께서 FTA(자유무역지대)나 제주 해군기지 등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현란한 말 따먹기와
    뒤집기를 하셨던 전력(前歷)을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뭐 그거야 과거 일이니까 접어두기로 하자. 
      이제 정치판에서 철수 안할 새(鳥)대가리가 둥지를 박차고 나가자,
    새(鳥)연합 이름(당명)을 바꿀 거라는 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이거야 호박에 줄 그어서 수박 만들겠다는 거고, 원래 특기였다 해도 “거꾸로 가는 역사”는
    아닌가 보다. 이분도 ‘변호사’이시다. 
  •   ‘새(鳥)정치’를 입에 달고 다니던 새(鳥)대가리는 변호사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따먹기가 유려(流麗)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어느 노(老) 시인의 말대로 ‘깡통’이라 그러한지 덜그럭 거리기는 한다. 허나 역시 말따먹기 솜씨는 점점 늘어만 간다.  
      자신도 함께 만들었던 새(鳥)둥지를 차버리고 떠나며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하다”고 일갈했다.
    이어서 신당인지 쉰당인지를 만든다며 “첫째,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다. 둘째,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하겠다... 신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 낡은 정치 청산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범국민적 연합체다”라고 멋을 부린다. 왠지 앞뒤가 다르다. 

      새(鳥)무리 가오마담은 별명마따나 무대뽀다.
    그 무슨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리에서 함께 봉사하던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에게 “니(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네”라고 말했단다.
    농담도 아니고, 비아냥도 아니고 참... 
      “아기 많이 낳은 순서로 여성 비례대표 공천을 줘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거나,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이 높으면 선거가 필요 없다”는 등의 말씀을 듣노라면,
    ‘개념(槪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있다? 없다? 변호사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 외에도 말 따먹기로 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여기서 줄이자.
    대신 이거 하나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분들 모두 우리나라 정치의 희망(?)이다. 마음은 버얼써 ‘북악(北岳) 산장’ 입구에
    가 있으면서도, 내숭과 겸손(?)을 떠느라 수시로 말따먹기를 한다.
    또한 최근 들어 거의 매일이다시피 입에 달고 다니는 말들이 있다.
     ‘청년 실업’, ‘좋은 일자리’, ‘비정규직’, ‘경제 활성화’, ‘민생’, ‘노동개혁’, 기타 등등... 
      그런데 전부 ‘말뿐’이다. 실제로 하는 게, 되는 게 없다.
  • 한마디로 모두 뻥이다. 국민들이 뿔이 났다고 겁을 줘도,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고 소릴 질러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말따먹기만 계속되고 있다.

  며칠 있으면 해가 바뀐다. 연말을 맞아 크게 선물할 건 없고,
그저 오래 전에 어떤 소설가가 말씀하셨던 ‘공업용 미싱’을 떠올리면서
위의 네 분 희망(?)에게 충고(忠告)나 하려고 한다. 이것도 한 두 번은 아니지 싶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 또는 공공의 이익으로 포장된 개인의 욕심과 허황된 꿈이
국민을 엄청 피곤하게 했고, 나라와 본인 모두에게 장기간 해악이 된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봐 왔다.
<더   끼> 
#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의 일이다.
모(某) 야당 소속의 ‘잘 나가던 소설가’가 당시 대통령을 향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하면서,
“옛말에 염라대왕이 거짓말을 많이 한 사람의 입을 봉한다고 했는데,
‘공업용 미싱’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후 벌어진 일은 상상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