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8년간 도서출판 ‘시대정신’에서 수백 권의 책을 만든 황재일 편집장님이 개인사정으로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네요. 10년 지기 믿음직한 출판인 친구로 항상 고맙게 생각했던 분이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린 작은 패입니다. [사진 = 림일 기자]
    ▲ 지난 18년간 도서출판 ‘시대정신’에서 수백 권의 책을 만든 황재일 편집장님이 개인사정으로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네요. 10년 지기 믿음직한 출판인 친구로 항상 고맙게 생각했던 분이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린 작은 패입니다. [사진 = 림일 기자]

    도서출판 ‘시대정신’은 1990년대 중반부터 탈북민들이 증언한 북한의 아사와 심각한 경제난, 비참한 인권상황 등을 접한 노동운동가출신의 한기홍 대표가 1998년에 설립한 서울에 있는 종합출판사입니다. 대북전문가들의 저서와 북한관련 책자, 탈북민 수기 등으로 유명한 출판사이죠.

    단언컨대 김정은 독재정권의 희생양들인 3만 탈북민 개개인의 사연이 모두 소설과 영화시나리오 감이 되고도 남습니다. 후대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그 사연이 기록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죠.

    그러나 여기 남한은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북한처럼 국가에서 강제로 책을 만들어 국민교육을 시키는 나라가 아니라는 거지요. 투자원금 이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나라에서 적자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랍니다.

    평양태생인 제가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탈출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한 1997년, 건국이후 ‘최대의 시련’이라는 IMF 경제위기를 겪었지요. 멀쩡한 회사가 부도가 났고 수많은 노숙자와 자살자도 생긴 이때부터 출판업종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으며 ‘자비출판’(저자가 출판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더욱 많이 생겼지요.

    또한 1년에 고작 수십 명 오던 탈북민들이 2000년대부터 대략 1000명 이상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희소성도 많이 떨어졌답니다. 어느 탈북민이 아무리 특종사연의 원고를 갖고 다녀도 거들떠도 안보는 남한의 출판계라고 보면 정확하지요.

    그런 속에서도 도서출판 ‘시대정신’의 한기홍 대표님과 황재일 편집장님은 우리 탈북민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헤아려 많은 책을 만들어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 출판사에서 고 황장엽 선생님이 생전에 쓴 ‘회고록’을 비롯한 그 분의 저서를 20여권 발행하였습니다. 또한 이한영, 강철환, 이영국, 안명철, 김혜숙 등 용감한 탈북민들이 북한의 독재사회를 고발한 수기 수십 권을 출간하였지요.

    저와 ‘시대정신’과의 인연은 10년 전 어느 행사장에서 황재일 편집장을 알면서 시작되었고 지난 5년간 이 출판사에서 3종의 장편소설(5권)을 냈답니다. (참고로 2005년부터 출간한 저의 3권의 수기는 도서출판 ‘맑은소리’ 입니다.)

    한 해가 다 저물어 가는 이 순간, 참 좋은 분들의 이름을 정중히 불러보았습니다. 우리 탈북작가들과 문인들이 존경하는 훌륭한 북한인권운동가이신 한기홍, 황재일 선생님께 올 한 해 정말 고마웠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5년 12월 16일 - 집필실에서

    림 일 탈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