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1월 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UN인권서울사무소를 방문하여 시나 폴슨 소장과 면담을 하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내가 쿠웨이트 주재 북한건설회사 노동자로 겪었던 14시간 노예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19년 전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쿠웨이트로 떠난 날이다.     [사진 = 림일 기자]
    ▲ 지난 11월 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UN인권서울사무소를 방문하여 시나 폴슨 소장과 면담을 하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내가 쿠웨이트 주재 북한건설회사 노동자로 겪었던 14시간 노예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19년 전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쿠웨이트로 떠난 날이다. [사진 = 림일 기자]

    김정은 위원장! 오늘 12월 10일이 무슨 날인지는 압니까? 1948년 제3회 UN총회에서 세계인권 선언이 채택된 ‘세계인권의 날’입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존엄과 권리에 관해 평등하다는 것이 세계인권선언의 요지이죠.

    제가 19년 전 평양에서 노동당교육으로 알았던 ‘인권상식’은 “우리민족 반만년 역사에 가장 위대한 영장이신 김일성 동지를 높이 모시고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지상낙원에서 사는 것이 참다운 인민의 인권”이었죠.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조선노동당의 주장대로 “침략과 전쟁의 원흉 미제의 식민지, 정치·문화·사회가 썩어빠진 인간생지옥”에서 초보적인 인권도 없이 동물처럼 산다는 남조선인민들은 제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합니다. 그들이 집집마다 자가용을 두고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하며 산다는 사실은 그냥 평범한 이야기랍니다.

    김 위원장! 조용히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에 당신만큼이나 최고의 인권과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공화국 2천만 인민이 당신을 신처럼 받들고 따릅니다. 당신의 지시는 국가법이 되고 생각은 현실로 되지요. 당신이 한 번 다녀간 곳은 영구보존의 국가유적지가 되고 당신의 말 한마디에 강산이 변하고 보기 싫은 사람 수백 명도 사라집니다. 그렇게 무서워 당신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하는 당과 국가의 간부들이고요.

    당신의 현지시찰 장소는 모두 사전준비가 된 곳이죠. 모름지기 일반 노동자 농민들의 생활을 알면 미치거나 까무러칠 수 있습니다. 하여 그걸 목숨 걸고 막으려는 당과 국가의 간부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죠. 그래야 그들 목숨이 유지된답니다.

    김정은 위원장! 두 귀를 열고 잘 들으세요. 공화국에서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 없는 그래서 유독 당신만이 모르는 인민들의 비참한 모습을 알려줍니다.

    엄마 태아에서부터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태어나는 2천만 인민은 국가(노동당, 당신)가 주는 소량의 배급을 먹고 시키는 일만 합니다. 그들은 평생토록 각종 총회모임, 정치행사, 군중동원에 포로가 되며 기계가 멈춘 공장에 나가 수령(김일성-김정일)의 사상학습을 해야 하고 안 그러면 반동이 되어 수용소에 수감됩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지방의 인민들에게는 단 한 달의 배급식량도 공급이 안 되었으니 너무 배고파 국경을 넘어도 민족반역자가 되어 총살됩니다.

    그 뿐이 아니죠. 외국은 고사하고 자기 사는 지역을 벗어나려고 해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안 그러면 반동으로 몰려 공개비판무대에 섭니다. 인민이 국가에서 받는 것은 수령의 신임과 믿음뿐이고 바쳐야하는 것은 쌀이며 돈이며 허다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지사지 해보시오. 당신이 거지같은 인민으로 살고 그 인민이 당신처럼 폼 나게 산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제발 인권이 뭔지도 모르는 그 불쌍한 인민에게 밥이라도 먹여주시오. 인권보다 중한 것이 식권입니다. 세계최고인 당신의 인권과 식권 1/1000 만이라도 인민에게 주시오. 신 앞에 당신과 인민은 같은 생명체이죠. 일신의 부귀영화만을 위한 당신의 그 생명, 신이 거두어가자면 한 순간입니다.


    2015년 12월 10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