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노린 필리핀 교민이 현지 경찰에 '주류 제조·판매책'으로 허위 신고경찰에 "술을 담근 적도, 판매한 적도 없다" 항변...일언지하에 묵살 '철창行'
  • 술의 제조와 유통이 원천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인 교민 남성 2명이 '주류 판매' 혐의로 감옥에 갇혀 있다 풀려난 사건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한국인 장모(46)씨와 이모(44)씨가 술을 판매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이들은 십여일간 사우디 감옥에 구금돼 있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사람이 석방되는 과정에, 사우디를 방문한 김진태 검찰총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류 판매 혐의로 감옥에 갇힌 두 사람은 곧 '태형'에 처해질 상황이었으나, 때마침 교민들의 소식을 접한 김진태 총장이 직접 사우디 검찰총장을 만나 선처를 호소하면서 다음날 즉각 석방조치됐다는 것.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이같은 보도 내역은 상당 부문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태 총장이 직접 나서서 교민들의 석방을 도운 것은 맞지만, 한국인 장씨와 이씨는 술을 제조한 적도, 이를 판매한 사실도 없었던 것.

    졸지에 '주류 판매책'으로 몰려 현지 구치소에 수감됐다 풀려난 이씨는 3일(한국시각)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난 5일 장OO 사장으로부터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전화를 받고 당일 집으로 가 밥을 먹은 것 밖에는 없다"며 "저녁을 먹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게 영문도 모르고 체포돼 17일 동안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고 억울해 했다.

    저녁을 먹고 그날 바로 경찰에 잡혀 왔습니다. 이게 전부예요. 왜 하필 거기에 가서 이런 사건에 휘말렸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주류 판매, 필리핀인 등등 이번 사건에 나오는 이야기는 전혀 저와는 상관이 없는, 생판 모르는 일입니다. 세상 사는 게 참 어렵네요.


    이씨는 "지난 5일 오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장OO 사장 자택에서 장사장과 저, 그리고 필리핀 가정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했고, 오후 8시경 가정부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 갑자기 현지 경찰이 들이닥쳐 자신들을 체포, 경찰서로 연행했다"고 밝혔다.

    가정부가 잠시 밖으로 나가고, 오후 9시쯤 됐을 겁니다. 장사장과 둘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사우디 종교경찰(무따와) 4명과 일반 경찰 1명이 집안으로 들어와 저와 장사장에게 수갑을 채웠어요. 그리고 저희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리야드 그라나다 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사우디 종교경찰은 한국인 2명과 필리핀 가정부 1명이 불법으로 술을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보고, 이들 3명을 '현행범'으로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조서에는 ▲필리핀 하우스메이드가 술을 배달하다 잡혔고, ▲장씨는 술을 집안에서 만들었으며, ▲이씨는 직접 제조한 술을 판매하는 '판매책'이라고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사우디 종교경찰은 필리핀 하우스메이드가 들고 있던 사제 샤데기(담근술) 1병과 집안에 먹다남은 1/3 샤데기가 발견된 것을 주류 제조·판매 혐의의 '유력한 증거'로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종교경찰은 이러한 사유를 들어 저희 두 사람과 필리핀 하우스메이드 1명을 구속 수감했고 곧바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10월 21일 풀려나기까지 꼬박 17일 동안 사우디 감옥에 갇혀 있었던 셈이죠.


    그런데 이들이 구속된 다음날, 장OO씨 자택에 도둑이 침입해 현금 13만 리얄(한화 3천9백만원)을 훔쳐가는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장씨가 거느리고 있던 사우디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황당무계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이씨는 "알고보니 이 사건은 필리핀 사람들이 가정부와 짜고, 장사장 집에 있는 현금을 훔치기 위해 벌인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경, 장사장 집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정부 프린세스에게 필리핀 지인인 '롱'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다시 찾으러 올테니 보관만 하고 있으라'며 문제의 술을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저녁 8시경, 롱은 프린세스에게 전화를 걸어 '오전에 맡겼던 술을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사전에 롱과 합의한 프린세스는 식탁을 정리한 뒤 롱이 맡긴 술을 갖고 8시 10분경 집앞으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1시간 정도가 흐르자 종교경찰 4명과 경찰 1명이 들어와, 장씨와 이씨를 체포하고 집안을 수색한 뒤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필리핀 교민인 롱은 장사장 집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하우스메이드에게 전해 듣고, 금품을 훔칠 목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술을 하우스메이드에게 맡긴 뒤 '무따와'와 현지 경찰에 거짓 신고한 것이었다"며 "당시 롱은 술을 전달하기 위해 나온 프린세스를 '판매책'이라고 주장하고, 저와 장사장을 제조 및 판매책이라고 허위 제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자신과 장사장이 풀려난 뒤 필리핀 칼리드에게 이같은 내역을 전해 듣고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돈을 훔쳐간 롱은 유치장에 갇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절도 사건 이후에 별로 돈이 많지 않았던 필리핀 친구가 갑자기 차량을 구입하고,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고, 고국인 필리핀으로 돈을 송금하는 등, 여러 수상쩍은 정황들이 포착됐어요. 현재 구입 비용을 마련한 경위에 대해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고, 현장 지문 조회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5일 장씨와 이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뒤, 이튿날 이들의 지인이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알려, 한 대사관 영사가 리야드 그라나다 경찰서장에게 선처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우디 경찰은 대한민국 대사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7일, 장씨와 이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 조사에서 장씨와 이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필리핀 하우스메이드가 술을 배달한 사실 여부도 알지 못했다. 경찰서에 도착, 종교경찰이 쓴 내용을 보고서야 혐의 내역을 알게 됐다"고 밝히며 "자신들은 술을 만들거나 판매한 적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사우디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모두 묵살한 뒤, 유치장에 갇힌지 14일째 되는 날, 두 사람에게 술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적용해 감옥으로 이송 조치했다.

    이와중에 한국에서 검찰총장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내방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두 사람은 사우디대사관에 연락을 취해 "검찰총장에게 자신들의 억울함을 전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현지시각으로 10월 19일, 사우디 검찰총장과 면담을 가진 김진태 검찰총장은 한국인 2명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차장이 김진수 대사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전해듣고 석방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OO씨와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 주요 내용.

    - 술을 집 안에서 만들었나요?

    ▲사실이 아닙니다. 종교경찰이 집안을 다 뒤졌지만 술을 만든 도구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사람은 술을 만들지 않습니다.

    - 술을 판매했나요?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몇만원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사업을 망치겠습니까?

    - 필리핀 하우스메이드가 술을 배달했나요?

    ▲사실이 아닙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로서 필리핀 하우스메이드의 친구인 롱이라는 필리핀 사람이 필리핀 하우스메이드에게 술을 맡겼고, 롱이라는 친구가 술을 다시 찾기 위해 하우스메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집 앞으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이에 하우스메이드가 술을 전달하려 나갔다 종교경찰에 붙잡힌 것입니다.

    - 집 안에서 술이 발견됐다던데요?

    ▲사실입니다. 먹다남은 술이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사람은 술을 못먹는 사람을 제외하고 음성적으로 술을 제 3국인에게 사와 집안에서 조금씩 먹습니다. 사우디 샤리아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통상적으로 한국인이 집안에서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사우디에서도 묵인하고 있습니다.

    - 체포당시 술을 먹었나요?

    ▲사실이 아닙니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경찰서에 잡혀와 종교경찰이 직접 종이로 음주측정을 했으며, 술을 마시지 않은 사실을 종교경찰과 경찰이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