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올바른 한국사 재정립 프레임 선명해져
  •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도중, 손가락을 세워 흔들며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도중, 손가락을 세워 흔들며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의지를 확고히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정연설을 앞두고 '민생경제 대 정쟁'의 프레임을 뚜렷이 하기 위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을 뒤집고 아직 집필이 이뤄지지도 않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향한 부당한 공격에 단호히 맞섬으로써, 파쇼전체주의에 맞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으로서의 포지셔닝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후반부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대목을 배치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육 정상화는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도 '비정상의 정상화'의 연장선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혼과 정신을 배우려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면, 문화적·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고 민족정신이 잠식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했을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새마을운동 예찬론'을 펴는 등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배우려는 노력이 활발한데,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현대사에 대한 폄훼와 자학이 극심한 현상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던 시대"라고 폄하하는 등 친노(親盧)식 파쇼전체주의 역사관으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정체성과 역사관에 혼란을 겪어서는 안 되겠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관해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도 지난달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부르짖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제적으로 일제 강점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통일을 위해서도 역사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다짐했다.

    나아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손가락을 아래 위로 크게 흔들며 손짓을 통해 의도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전남 여수 쌍봉사거리 여천농협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에서 "설령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강행해도 굴하지 않겠다"며 "다음 총선 때 이슈로 삼겠다"고, 내년 4·13 총선 때까지 계속해서 정쟁거리로 삼으려 하는 야욕을 드러낸 것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직 한 페이지도 집필이 이뤄지지 않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향해 '친일·독재 미화'라는 프레임 씌우기에 나서고 있는 야권을 향해서는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이러한 선동에 흔들리고 있는 국민을 상대로는 강한 어조로 신뢰를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나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부터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대목을 읽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의석을 바라보며 손을 펼쳐 자기 자신의 가슴을 향하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믿어달라'는 강한 의사를 표명했다.

    최근 일부 좌파 매체가 현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에 맞춘 딸의 아버지 미화'라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보이는 상황에서,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이러한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본지 박성현 주필은 26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관련 세미나에서 "사회 전반적인 가치가 약화된 상태이며,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상화를 위한 긴급 구조 작업"이라며 "가치의 재검토라는 큰 문맥에서 볼 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라고 정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친일·독재 미화'나 '효성' 등의 이상한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시도를 일축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프레임을 재정립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시정연설 대목에서만 아홉 번의 박수가 터져나온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호소로 관련 대목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