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결과는 野 원하던 그림이라 공세 불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과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 앞서 가장 단명하는 특위 위원장이 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과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 앞서 가장 단명하는 특위 위원장이 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연합뉴스 사진DB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으로 안보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정부 공세의 전선을 '안보'에서 '경제'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사실상 새정치연합이 원하는 그림으로 결착됨에 따라, 이 건으로는 정부를 상대로 공세의 포지션을 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애국보수 진영에서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유감 표명'에 그친 이번 합의에 불만을 갖고 있으나, 새정치연합과 그 지지층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향후 합의문 1항과 5항, 6항에 따라 민간 교류가 재개되고 이산 가족 상봉이 이뤄지며 협상 테이블에서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등이 논의될 경우, 새정치연합이 안보 전선에서 할 일은 정부의 행보를 따라가며 손뼉을 치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둘러 안보 정국에서 빠져 나와 경제로 전선 이동을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경제로 전선을 이동하는 것은 총선이 8개월 앞, 대선이 2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을 감안해도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안보로 인기를 얻을 수 있어도, 표심(票心)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경제라는 게 동서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지 H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걸프전을 주도해서 승리로 이끌고,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으며 소련을 해체해 냉전을 종식시켰다. 이러한 안보 성과를 바탕으로 한때 지지율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전인미답의 경지인 90% 선까지 치솟았지만, 놀랍게도 1992년 중간평가에서 패배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economy, stupid!)"라는 구호를 내걸고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 공격해 그를 떨어뜨렸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같은 풍향을 감지했음인지 25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되면 (나는) 가장 단명하는 한반도평화안보특별위원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농을 던졌다. 비록 농담이지만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고, 화려하게 출범한 한반도평화안보특위에서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로 급격히 당 특위 활동의 중심이 옮겨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이 경제 전선에서 대정부 공세를 취하려는 움직임은 이날 벌써 포착됐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김영록 수석대변인,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앞다퉈 공개 발언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향해 맹공세를 가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사진 왼쪽)과 이언주 원내대변인(오른쪽)은 25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향한 맹공격을 가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사진 왼쪽)과 이언주 원내대변인(오른쪽)은 25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향한 맹공격을 가했다. ⓒ연합뉴스 사진DB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9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며 "2주 전 2000선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1800선으로 뒷걸음질 쳤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경제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의 전조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실물경제 지표와 체감경기도 나쁘고, 높은 실업률은 말하기 입만 아플 뿐"이라며 "저임금 고물가와 자영업 몰락 등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7년 반 동안 민생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대결로만 치닫던 남북 관계가 이번 고위급 접촉으로 대화의 숨통을 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꺼져가는 성장 동력, 빚더미 가계경제, 최악의 청년 실업률 등의 수치들은 반환점을 돈 박근혜 대통령의 지나간 집권 절반이 실패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 종료 선언을 했다"며 "경제정책이 방향을 잃고 구시대 유물로 전락한 '낙수효과'로 회귀한 결과, 국가경제의 리스크가 커져가고 있다"고 가세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긴 결과, 돌아온 것은 서민경제 붕괴"라며 "가계를 1100조 원 부채의 늪에 빠뜨렸으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월세 때문에 집 없는 서민들은 밤잠을 못자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는 하루 속히 경제 기조를 전환하고 재정건전성·부채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당의 '소득중심 성장정책'에 귀를 기울이고, 해법이 되는 정책은 수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