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회 분위기 온탕냉탕… 서로 장난만 치다 끝날 때쯤 정색"하하호호" 희희덕 거리다 끝난 안철수 휴대전화 해킹 체험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가 자신의 휴대폰에 악성코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가 자신의 휴대폰에 악성코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 인권을 강조하는 모습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일까. 새정치연합이 16일 진행한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시연회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태도가 냉탕온탕을 오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시연과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시연회는 국정원이 지난 2012년 이탈리아의 보안업체 '해킹팀'으로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입한 것이 알려짐에 따라, 민간 사찰의혹을 제기하기 위한 차원에서 열렸다.

    새정치연합은 '스마트폰 해킹은 국민인권 문제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형 스크린 모니터를 준비해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국정원의 민간 사찰 의혹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국정원의 위협성을 알리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이날 시연회에는 문재인 당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등 중진들이 참석했으며 국정원 불법 사찰의혹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조사위원장인 안철수 의원도 함께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의 불법 해킹 프로그램이 북한 공작원용이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며 "휴대폰은 국민들을 감시할 수 있는 단말기와 몰래카메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은 마음만 먹으면 국민 누구든지, 언제든지 휴대폰 카카오톡 내용과 저장된 모든 정보를 훔쳐볼 수 있다"고 덧붙엿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휴대폰을 통해 감시한 사실이 있다면 더 이상 국가정보기관이 아니라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교란하고 사생활을 파괴하는 악성바이러스"라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핏대를 세웠다.

    아울러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 위원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IT백신 전문가인만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국민인권을 위협하는 악성 바이러스를 꼭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우리 주변에서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지난번 국정원 댓글 공작사건이 지나가는 감기라면 이번 해킹프로그램은 메르스 100개를 붙인 것과 같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주입시켰다.

    아울러 "국정원은 슈퍼감염자, 전파자가 됐다"며 "슈퍼메르스와 같은 해킹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나설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최고의 전문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해킹당한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해킹당한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마이크를 이어 받은 안철수 의원은 IT관련업에 종사한 이력을 자부하듯, 해킹 프로그램 시연과 악성코드 검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오늘 소중한 휴대폰이 외부의 침입에 얼마나 취약한지 직접 보여주겠다"며 "해킹프로그램으로 휴대폰을 뚫고 들어가서 카톡을 엿보고 카메라를 켜보이겠다"고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오늘 시연하는 프로그램은 국정원에서 구입한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원격으로 파일을 지우는 모습은 못 보여준다"면서도 "국정원의 프로그램은 파일들을 삭제하는 기능이 있고, 원격으로 실행시킬 수도 있는만큼, 아마 오늘 우리가 검진을 시작한다면 (국정원이) 사전에 (악성코드를)미리 지울 가능성도 있다"고 자신들의 시연에 대한 국정원의 향후 대처도 예상해 보였다.

    이날 시연과 검사는 큐브피아 권석철 대표가 주도했다. 안철수 의원이 초빙한 권 대표와 프로그램 연구원들은 시연회 직전 안 의원의 휴대폰을 해킹했으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폰에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카톡을 실행시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를 작성했고 대형 스크린 화면에는 안 의원의 휴대폰 화면이 떠올랐다. 안 의원은 해킹당한 자신의 휴대폰을 기자들에게 들어보였다.

    시연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휴대폰을 들고 있던 안 의원은 환한 미소를 띠며 "휴대폰 광고 모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전원을 껐는데도 카메라가 작동된다"며 신기해 하자 동료 의원들도 웃으면서 "그렇네", "신기하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폰 작동이 잠시 버벅거리자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에서 어제 JTBC 방송 이후에 (안 의원의 휴대폰을)해킹한 거 아니야?"라고 했다.

    문재인 대표의 휴대폰에 악성코드가 있는지 검사를 시작하자 오영식 최고위원은 "파일이 7만1000여 개가 있네, 해킹하고 싶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를 검사할 때 오류 창이 뜨자 "이 원내대표 휴대폰은 감염된 거 아닌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여"라고 했다.

    당초 국정원의 사찰의혹을 제기하던 엄숙한 분위기에서 농담하는 분위기가 되자 안철수 의원도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안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폰 검사 파일이 7000여 개인 것을 보고는 "(문재인 대표보다)삶이 복잡하지 않으신가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래 삶의 용량이 적다"고 답했다.

    이를 지켜보던 문재인 대표는 전병헌 최고위원을 끌어들이며 "전병헌 최고위원의 휴대폰도 검사 해보자, 전 최고위원은 평소에 휴대폰을 많이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장난으로 시연장 분위기가 전환되자 기자들 사이에선 "갑자기 뭐하는 거야"라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시연회를 마친 안철수 의원은 다시 정색하고 표정을 굳히며 "진상규명과 국민을 안심시킬 것"이라며 "내일도 연석회의 형태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킹검진센터를 중앙당에 설치해서 걱정되시는 분들은 누구나 검사 받도록 하겠다"며 "아무쪼록 이 행사가 불법 해킹의혹에 대한 국민관심을 모으고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