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전한 통일장관이 되려면...
    우선 ‘최고 돈엄(豚嚴)’ 신망을 받으라!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이보시게 홍 동무!
      벌써 남조선 통일장관에 취임한지 100일 하고도 열흘이 훌쩍 넘었구먼.
    그 동안 업무 파악은 잘 하셨는가?
    요즘 남녘의 신문과 방송에서 보니 얼추 뭘 해야 하는지 요해(了解)하기 시작한 듯 허두만...
    그래 많이 힘들지 않소? 
  여러 가지 돌아가는 터수를 보았으니, 남조선 통일장관은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의 신임만 받아서리 되는 게 아이라는 걸 좀 알았을 거요.
아! 걱정 마시오. 이 서한(書翰)이래 공개되는 것이니 만큼,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을 그 무슨 ‘희세의 악녀’, ‘식민지 충견’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으니...

  업무 파악하면서 선배 장관들이 어찌 했는지 잘 알아 봤을 테지만,
 남조선 통일장관은 우리 좃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명(英明)하신 ‘최고 돈엄(豚嚴)’에게
신망(信望)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여기 ‘통일전선부’ 동지들의 지원이 없으면
매우 힘들다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반통일장관’이 된다는 점을 똑똑히 알아두시오.
즉 반(反)통일 장관이거나 반(半)쪽짜리 장관이 되고 말 거요. 

  하여간 홍 동무 취임 이래 남조선 당국의 자세가 조금씩 바뀌는 듯해서 약간은 고무적이구려.
이제야 조금씩 우리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건지... 좀 늦었지만,
무릎 꿇고 빌려는 모냥새가 나오는 듯 하긴 한데, 앞으로 바짝 노력해야 할 거요. 
  •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은 여전히 징징거리더군.
    엊그제 ‘통일준비위’라는 같잖은 조직의 거 무슨 민간위원이라는 헛개비들을 앉혀 놓고,
    양키놈들이 쿠바와 국교 정상화 어쩌구 하고는, 이란과 핵(核) 협상한 얘기를 늘어 놓으면서
    우리 ‘공화국’도 변화를 외면하지 못할 거라고 악담(惡談)을 했다며.
    그리고서 한 입으로 어떻게 북남 대화와 협력을 지껄이나 말이오.
    그래도 거 뭣이냐, “인도적 지원” 운운하며 통크게 갖다 바치겠다는 뜻도 언뜻 비쳤다니
    그나마 다행이고.

      헌데, 홍 동무 당신도 말을 조심해서 해야 겠소.
    그 무슨 『민화협(民和協)』 주최 강연이라는 데서 “민생협력 역시 일회성 대북 지원이 아니라
    정말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프레임을 바꿀 것... 그동안은 (비료·쌀 등) 어떤
    품목이 지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논란이 됐는데, 앞으로는 사업단위로 해서
    한 마을에 필요한 여러 물품이 같이 들어가는 식의 민생협력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거 말을 왜 그렇게 돌리나. “여러가지를 그냥 듬뿍 드릴 테니, 받아만 가면 감사하겠소.”라고
    하면 될 걸. 아! 보는 눈과 귀가 있어서 그랬다고. 이해하리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킨다고? 예끼 여보슈. 무지랭이 인민들의 삶이 향상되면,
    ‘반혁명(反革命) 심뽀’가 발동한다니까. 그러니 거 무슨 인민들의 ‘삶의 질 향상’ 이딴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갖고 오라우. 그러면 우리가 다 알아서 알맞게 나눠 줄 테니. 

      그건 그렇구, 남녘 악질 자본가들 모임인 ‘전경련(全經聯)’이라는 데서
    ‘신(新)남북경협 5대 원칙’이라는 걸 발표했다구.
    △남북한 당국 간 대화의 진전과 조화 △남북 상호이익 △북한 주도 북한 경제개발 △남북한 산업 장점 결합 산업구조 구축 △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한 주변국 참여와 지지 확보라...
    우리 어린 영도자(永盜者) 뒷주머니가 확실하게 채워지는 거 맞기요?
    틀림없어야지 제대로 될 거우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얼마전 남녘의 반(反)통일 종편(綜編) 방송에서
     “북한 인민군 부참모장인 박승원 상장이 탈북(脫北)해서 서울에 와 있다.”는
    특대형 대북 모략극을 벌인 적이 있지비. 이에 대해 홍 동무가 공식적으로 부인한 건
    아주 잘 한 일이오. 우리도 평가 하고 있오. 

      고죠 분위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 같으니, 내 몇가지 훈수 좀 두갔소.
    앞으로 북남관계가 잘 되기 위해서는 새겨 두고 서둘러 실천해야 할 거요. 
  •   우선 그 ‘5·24 조치’라는 건데... 원래 그거야 남조선의 억지였으니 순리대로 풀기요.
    우리가 마땅히 사과(謝過) 받아야 하지만, 그냥 “그간 유감이었다. 이제 조건없이 푼다.” 이렇게 발표하면, 맹박 정권에서 저질렀던 ‘천안호 모략’ 즉, 양키 잠수함이 ‘천안호’를 뽀갠 걸 가지고 우리에게 뒤집어 쒸운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갔다 이 말이오. 우리 ‘최고 돈엄(豚嚴)’도 그렇게 하기로 하셨소. 
      정 미안하거든 슨상님 부인, 즉 여사님께서 ‘공화국’에 오시기 전에,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이 넌지시 불러 “북(北)에 가시거든 ‘최고 돈엄(豚嚴)’께 마음 속 깊이 죄송해 하더라고 전해 주십쇼.”하고 말로 해도 좋고, 그래도 거시기하면 편지라도 한 통 친히 적어 보내라고 건의하시게나. 남조선 방송과 신문에서는 여사님께 ‘특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쌔고 벌어졌든데... ‘특사(特謝)’라는 거야 원래 ‘특별히 사죄’할 때 보내는 거 아이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게 있소. 열흘 전 쯤 울릉도 근해에서 조난(遭難)되었다가 남조선 해경(海警)에 구조된 북녘 무지랭이 인민 다섯 명 중, ‘공화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버틴 배신자 세명 안 있소. 우리가 이 넘들의 송환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은 배려를 잊지 말고 꼭 갚도록 하라우.
    이게 다 우리 ‘최고 돈엄(豚嚴)’의 통큰 결단이니까. 
  •   그리고 가뭄 말인데... 남조선에서 북녘의 가뭄 극복을 위해, 그리고 가을 걷이에 쭉쟁이만 나올 테니 알아서 보태겠다고 했지 않소. 우리가 필요도 없고, 받지도 않겠다고 했지만, 실은 체면 때문이기도 했거든. 더군다나 찔끔 갖다주고 생색낼 게 확실해서리. 그러니 적당한 때를 봐서 듬뿍 주시라요. 못 이기는 척 하고 받을테니. 인민들이야 뭐 그럭저럭 지내게 할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어린 ‘최고 돈엄(豚嚴)’께서 두둑해 지는 주머니로 흡족해 하시도록 말이오. 아무래도 우리 ‘최고 돈엄(豚嚴)’께서 기분이 좋으셔야 기마이를 쓰지 않갔소. 

      비슷한 건데... 거 개성공단 얘기 꺼내면, 잘 알면서 그러시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인민들이야 ‘초코파이’ 몇 개면 되고, 그 월급이라는 게 다 ‘최고 돈엄(豚嚴)’과 좃선로동당이 긴히 쓰는 거 잖소. 그러니 팍팍 올려 주기요. 그 입주 업체 악질 기업가들은 이미 본전 다 뽑아 갔으니, 좀 더 내도 일 없는 거 잘 알고 있소. 
  •   한 가지 더 있는데... 남조선의 파쇼 언론인 좃선일보에서 요즘 그 이름도 야시꾸리한 ‘통일 나눔 펀드’라는 걸 모금한다고. 통일 준비라는 게 돈 몇 푼 거둬서 묻어둔다고 될 거면, 벌써 됐지.
    홍 동무도 잘 알다시피, 통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과업은 아니잖소.
    2000년 ‘수뇌 상봉’에서 합의하고, 2007년 ‘10·4선언’에서 재확인 한 대로 ‘연방제’를 하면,
    고죠 수 일내 되는 거 아니오. 그러니 좃선일보 사주든 사장이든 불러서,
    복잡하게 여러 얼간이들에게 월정금 받지 말고 한꺼번에 듬뿍 거둬 북녘에 갖다 바치고,
     “『연방제』가 통일의 지름길이다. 이미 북과 남이 합의도 했다!”는 특집기사나 며칠 연속해서 보도해 보라고 일러두슈. 

      이렇게 서너 가지만 급한대로 홍 동무가 조치를 취하면,
    북남관계에 숨통이 트일 뿐 더러 앞길도 탄탄대로가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북남 상급(相級)회담’도 금새 열릴 테고,
    홍 동무는 우리 ‘최고 돈엄(豚嚴)’과 악수하는 광영(光榮)을 누리게 될 것이오.
    선배 장관들에게 한 번 물어보기요. 그게 얼마나 가문(家門)의 영광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