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 구성요건 ‘적을 위하여’..개정 요구 목소리 높아
  • ▲ 국방위 전체회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자료사진).ⓒ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국방위 전체회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자료사진).ⓒ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13일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기무사령부 해군 A소령이 중국 공안 요원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과 관련돼, 형법상 간첩행위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썩어빠져도 너무 썩어빠졌다"며 해이한 군 기강을 질타했다.유승민 의원은 "기무사는 군 내부 간첩을 잡는 특수기관인데 다른 군인도 아니고 기무사 소령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간첩 접선하듯이 중국 측 대리인을 청량리역에서 접촉해 기밀을 넘기고, 자필로 쓴 보고서를 휴대폰에 넣어서 넘기는 등의 행위가 이뤄졌다. 기껏 돈 몇 백 만원 받자고 이런 행동을 했겠느냐"며, A소령이 사실상 간첩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행위에 대한 해석과 법률적 해석에 차이가 있다"며, "법적인 판단의 문제로 현재로서 간첩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현행 형법과 군형법은 간첩죄의 구성요건을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로 하고 있어, ‘적국’이 아닌 제3국을 위해 사실상 간첩행위를 하거나 군사기밀을 유출한 경우는 간첩죄로 처벌을 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형법 98조, 군형법 13조).

    현행법 상 입법의 불비(不備)로 A소령에 대한 적용법조는, 군가기밀보호법 위반 및 군형법상 기밀누설로 제한됐다. 군사기밀보호법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했던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같은 법 13조).

    이어 같은 법 13조의2는 “해당 죄를 범한 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형량을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군형법 상 군사기밀 누설죄의 법정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금고다. 군형법 상 간첩죄의 법정형량이 사형 혹은 무기징역이란 사실을 고려할 때, A소령에 대한 법정형량 자체가 가볍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법 및 군형법 상 간첩죄의 구성요건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간첩행위 혹은 군사기밀 유출의 대상이 테러범인 경우에도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률조항의 개정은 차일피일 미룰 문제가 아니다. 

    적국이 아닌 우방이나 심지어 동맹국에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미국 법원은 1996년 해군 정보국에서 일하던 한국계 로버트 김이 ‘북한 잠수함 정보를 동맹국인 한국의 무관에게 알려줬다’는 이유로, 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김씨는 미 해군 정보국(ONI)에서 문관으로 근무하던 중,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백모 대령에게 군사 정보를 제공한 혐의(간첩죄)로 기소됐다. 적국이 아닌 제3국이나 외국인, 혹은 외국단체에 국가기밀을 유출한 경우에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은, 지난 2011년 당시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발의했지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현재 국방부는 간첩죄의 구성요건에서 ‘적을 위하여’라는 부분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0일 군 검찰은 기무사 소속 A소령을 외국에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및 군형법 위반)로 구속 기소했다.

    A소령은 3급 기밀 1건을 포함한 군사정보를 중국의 공안 요원에게 건네고 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A소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으며, 지난달 11일 그를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