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만m 높이선 평소 주량보다 '3배' 더 빨리 취해"술 달라"는 바비킴에 연거푸 6잔 제공...다른 음료 안 권해바비킴 "기분 좋지 않아 빨리 자려고 술 마셨는데 '만취'"

  •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원에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합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4단독(심동영 판사) 재판부는 1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항공보안법 위반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바비킴에게 검찰 측 구형량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만취한 상태로 여객기 여승무원 A씨의 허리를 잡아 당기는 등의 추행을 저지른 바비킴에게 '처벌'이 불가피함을 역설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바비킴의 유죄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나 ▲음주 이전에 항공사 측의 발권 실수가 있었고 ▲주위 승객들이 소란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항공보안법 위반 행위가 무겁지 않았다"며 벌금 400만원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40시간)를 선고했다.

    비록 처벌 수위는 낮아졌지만, 바비킴에게는 태어나 처음으로 '전과 기록'이 한줄 올라가는 불명예스러운 순간이었다.

    재판부의 추상 같은 판결에, 바비킴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예"라고 답하며 이의를 달지 않았다.

    법정을 빠져 나와서도 이같은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바비킴은 현재의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바비킴의 한 측근은 "재판부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항소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결심 공판 직후에도 바비킴의 측근은 "사건 당일 바비킴이 심리적으로 동요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사고를 친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변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었다.



  • ◆ '저기압 저산소' 기내에선 평소보다 3배 빨리 취해

    바비킴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당시 항공사의 실수로 좌석이 이코노미석으로 바뀌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에 빨리 자려고 술을 먹었는데 너무 만취를 한 게 화근이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체 얼마나 술을 마셨길래 기내에서 '만취'를 하고 여승무원의 몸에 손을 대는 소란을 피운 걸까? 평소에도 술을 즐겨 마시는 바비킴은 앉은 자리에서 소주 2~3병은 거뜬히 해치우는 주당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만취를 했다면 꽤 많은 양의 술을 들이켰을 터.

    항공사 측에 좌석 승급 문제를 제기했지만 변경이 안됐어요. 그래서 일반석에 앉았는데 기분이 안좋았죠. 잠을 자려고 와인 6잔을 마셨어요.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바비킴은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와인을 6잔 마신 것만 기억이 날 뿐, 그 이후의 상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비킴이 와인 6잔에 취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술을 마신 장소가 지상이 아닌 고공(高空)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지상으로부터 1만m 가량 올라간 높이에서 운행하는 국제선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은 지상과는 현저히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 기압과 산소 수치가 낮아지는 반면, 체내 세포는 팽창하는 유사 고산증 현상을 겪게 되는 것.

    물론 항공기에는 외부의 공기를 유입·압축시켜 한라산 고도 정도(약 7,000피트)로 기압을 조절하는 '여압장치'가 있긴 하지만, 귀울림 현상처럼 고산지대에 온 것과 흡사한 느낌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은 기압 변화는 승객의 음주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정상인의 경우 기내에서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3배 정도 빨리 취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운항 시간이 짧은 국내선의 경우엔 주류 제공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국제선의 경우도 '3회 정도'만 주류를 제공하는 게 상식으로 통한다.

    일부 항공사는 승객이 원할 경우 3회까지만 주류를 제공하고, 그 이후엔 다른 음료수를 권하도록 매뉴얼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 "기내 주류 제공 서비스..보통 3회로 제한"

    그렇다면 바비킴이 탑승한 항공사는 어떨까? 이 항공사의 매뉴얼에 따르면 총 5잔 정도 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이 추가로 술을 요구할 때에는 승무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해 서비스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따라서 바비킴에게 6잔의 와인을 제공한 것은 항공사 매뉴얼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바비킴의 음주 난동 사건을 최초 보도한 기자는 "다른 승객들이 봤을 때 저 정도 되면 그만 줄법도 한데 당시 승무원이 계속 와인서비스를 해줬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타전하며 항공사의 '와인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같은 항공사 측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3회 정도까지만 술을 제공하고 ▲추가 주문시엔 승객에게 반드시 괜찮은지를 묻고 ▲다른 음료수를 권하는, 타 항공사의 관행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도 이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기내에서 와인 3잔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당시 승무원이 바비킴을 상대로 주류 서비스 제한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승객이) 그 이상 요구를 하면 '비행기라고 하는 곳은 기압 문제나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취할 수가 있다. 그래도 정말 괜찮겠느냐'면서 제한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계속 서비스를 제공했거든요.


  • ◆ 바비킴에게 다른 사람 티켓 발권한 항공사, 알고보니‥

    사실 바비킴이 기내에서 와인을 요구했던 이유는, 항공사 측의 '발권 실수'로 기분이 몹시 상했기 때문이었다.

    바비킴은 지난 1월 7일 오후 4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대한항공 KE023편에 탑승했다.

    그런데 자신이 발권 받은 자리가 '이코노미석'인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바비킴은 다시 탑승구로 나와 강하게 어필을 했다.  

    사정을 알고보니 바비킴은 마일리지를 이용, 이코노미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예약을 했는데 항공사 측에서 '이코노미석'을 발권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해프닝은 같은 비행기에 바비킴과 미들 네임까지 동일한 동명이인이 탑승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항공사 직원은 발권 창구에서 바비킴에게 '킴 로버트(KIM ROBERT)'이라는 이름의 탑승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탑승권은 '킴 로버트'라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바비킴의 영문 풀 네임은 킴 로버트 도균(KIM ROBERT DO KYUN). 결국 항공사 직원이 여권번호나 생년월일은 보지도 않은 채, 'KIM ROBERT'라는 이름만 확인을 하고, 바비킴에게 엉뚱한 탑승객의 탑승권을 주고 만 것이다.

    바비킴의 항의를 받은 항공사 측은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한 사실이 없다"며 바비킴을 '승급'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당시 항공사 직원이 조회한 승객은 바비킴이 아닌 동명이인인 '로버트 킴'이었다. 항공사 측에서 두 번째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

    이과정에서 비행기 출발 시각이 20분 가량 지연되자 바비킴은 "그냥 이코노미석에 타겠다"고 고집을 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항공사 측은 "탑승 전에 바비킴과 이코노미석에 앉는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바비킴이 다른 승객의 피해를 생각해 '先탑승'한 것일 뿐, 완벽한 '합의'를 한 상태는 아니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리 없던 바비킴은 연속해서 와인을 들이켰고, 결국 기내에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당시 바비킴이 여승무원에게 추행에 가까운 언행을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바비킴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분위기도 올바른 처사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은 비단 바비킴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