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의 무역은 주민에게 '그림의 떡'

    박선화 기자  /뉴포커스
     

  • ▲ 휘발유밀수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북한 국경마을 혜산지방 / (자료사진)
    ▲ 휘발유밀수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북한 국경마을 혜산지방 / (자료사진)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 북한 원유 수출이 (2014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북-중 수출 품목 가운데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품목이 휘발유였다.

    28일 뉴포커스 북한 통신원이 전해 온 소식에 의하면, 작년과 비교해 북한 지역의 휘발유 값은 별다른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원유 수출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주민들이 소비하고 있는 휘발유는 어디서 온 것일까?

    남한 정착 1년차 대홍단 출신 자철혁 씨는 북한에 살 당시 운전기사로 일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남한에서 이렇게 많은 차들의 휘발유를 어떻게 감당하냐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 씨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서 소비되는 휘발유는 대부분 공식적인 무역이 아닌 국경 밀수로 들어 온다. "북한 정권에서 합법적으로 중국을 통해 들여오는 휘발유는 일반 주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같다. 중앙당 산하에 있는 공장들과 간부들에게 공급되고, 일부는 군부대 훈련용으로 할당된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주민은 정부에서 공급하는 휘발유를 구경도 못한다. 특히 겨울에는 학교로 겨울 화목을 실어준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휘발유를 바치라고 강요한다. 부모들은 할 수 없이 시장이나 개인집에서 파는 휘발유를 비싼 값 주고 구매한다. 아무리 무역이 활성화되어 휘발유가 많이 들어와도 일반 주민은 정권의 덕을 보기는커녕 도리어 돈을 팔아서 휘발유를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고 부연했다.

    휘발유 밀수가 가장 성행하는 지역은 혜산, 후창, 무산 등 국경지대다. 이곳에 사는 밀수꾼들은 계절에 맞춰 휘발유를 대대적으로 밀수한다. 겨울철이 다가오면 가정마다 땔 나무를 실으러 농촌으로 가기 때문에 휘발유 수요자가 늘어난다. 애당초 주민들은 무역으로 들어오는 휘발유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국경마을에서 전문 휘발유를 넘겨받는 밀수꾼과 거래한다.

    북한 정권의 국경단속 사업이 강화되는 시기에 휘발유 값이 상승한다. 대부분 휘발유가 밀수로 넘어오기 때문에 국경 검열이 끝나야 값이 내려간다. 이런 이유로 북한 주민들은 값이 가장 싼 여름에 휘발유를 사서 보관한다.

    휘발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발되기 쉽다. 내용물이 들어있는 통을 아무리 잘 포장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증발되어 없어지는 양을 돈으로 환산하면 사실 여름에 사는 것도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한다.

    가을과 겨울철이 되면 보안원과 보위원들이 국경 마을에 계속해서 드나든다. 겉으로는 단속을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휘발유를 구하기 위해서다. 보안원과 보위원도 자기 집에 낟알과 화목을 실어 가려면 휘발유가 필요하다. 낮에는 군복을 입고 국경을 단속하고 밤에는 밀수꾼을 통해 불법으로 넘어 오는 휘발유를 운반한다.

    밀수꾼도 단속일꾼의 요구를 들어줘야 밀수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밀수꾼이 보안원에게 주는 휘발유가 공짜라는 점이다. 국경 밀수꾼들은 이렇게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해서 밀수를 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안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이리 특약]